<미스 리틀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


<미스 리틀 선샤인>은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처럼 해체되기 일보 직전인 콩가루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바람난 가족>이 가부장의 위기에 따른 가족 해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면 <미스 리틀 선샤인>은 경쟁사회에서 낙오된 가족 구성원들 개인의 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한국의 가족 해체가 집단에서 온다면 미국은 개인에게서 오는 셈이다.

할아버지인 에드윈(앨런 아킨)은 헤로인 복용으로 양로원에서 쫓겨났고, 아버지 리차드(그렉 키니어)는 사회적 성공만이 최우선이지만 실패의 연속이고, 어머니 셰릴(토니 콜레트)은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고, 아들 드웨인(폴 다노)은 공군사관학교를 꿈꾸지만 9개월째 말이 없고, 딸 올리브(애비게일 브레슬린)는 통통한 몸매에도 미인대회에 집착하는 꼬마숙녀이고, 외삼촌 프랭크(스티브 카렐)는 게이 애인을 경쟁 학자에게 뺐기고 자살시도를 한 경력이 있다. 하나같이 심각한 고민을 안고 있는 가족들이 붙어있으니 시끄럽지 않은 날이 없다. 이들은 올리브의 미인대회를 며칠 앞두고 함께 길을 떠나게 되는데…
 
임상수 감독은 그런 가족을 봉합시키지 않고 각자의 길을 가게 한 것에 반해 <미스 리틀 선샤인>은 로드무비의 형식을 빌려 뿔뿔이 흩어진 가족 구성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정상적인 가족이 되도록 봉합한다. 그런데 그 방식이 재미있다. 감독은 이를 끔찍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 웃음이 쏟아질 만큼 유쾌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미스 리틀 선샤인>에서 보여주는 가족 화해의 방식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고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해하고 긍정하는 쪽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흔히 경쟁사회에서의 최고 덕목이랄 수 있는 1등에 대한 가치를 놀려먹고 그와 대척점에서 불량한 가치가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벌이는데 주력한다. 풍자의 대상으로 꼬마 미인대회 ‘리틀 미스 선샤인’을 설정해 제대로 ‘엿’을 먹이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일견 편파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낙오자를 배제시키는 작금의 사회에 맞서 우리 주인공들의 체면도 세워주고 용기도 북돋아주려는 목적에서 나름대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 감독의 저항 방법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부정의 가치를 긍정의 삶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미스 리틀 선샤인>은 <바람난 가족>과 많은 점에서 닮아 있다. 흥미로운 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후자가 가족보다 개인의 가치를 우선하는 쪽에서 결말을 맺었다면 전자인 <미스 리틀 선샤인>은 개인에서 가족으로 가치의 중요도를 이동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영화는 현실을 바탕삼아 미래를 예견하기도 한다. <미스 리틀 선샤인>의 도발적이고 급진적인 이야기를 유쾌하게 바라 볼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2006. 12. 15.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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