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테일즈: 참을 수 없는 순간> 복수는 우리 모두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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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V 전에 거칠게 쓴 글이라 맞춤법도 틀리고 띄어쓰기도 안 맞고 문장도 뒤죽박죽이에요.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

<와일드 테일즈: 참을 수 없는 순간>(이하 ‘<와일드 테일즈>’)은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이 합작한) 영화입니다. 아르헨티나 영화는 우리에게 생소하죠.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검은 유머의 시네아스트’라는 제목으로 마르틴 레트만의 특별전이 열리기도 했는데요. 마르틴 레트만 감독은 건조하고 공허한 대사를 통해 현대 사회의 부조리함을 코믹하게 드러내는 것이 특기입니다.

그와 다르게 <와일드 테일즈>는 무수한 욕망들로 넘쳐나죠. 아주 끈적끈적한 영화예요. 하지만 현대 사회의 아이러니를 섬뜩하지만, 코믹하게 잡아낸다는 점에서 마르틴 레트만과 동시대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에요. 현대 아르헨티나 영화의 어떤 특징을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의미죠.

<와일드 테일즈>는 2014년 꽤 많은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은 작품이에요. 아르헨티나의 아카데미라고 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 영화 텔레비전 제작사 아카데미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of Argentina’에서는 14개 부문 22명의 후보를 올려 모두 10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에 노미네이트도 됐었죠. 또한 지난 해 칸 영화제에서는 경쟁부문에 진출하기도 했었습니다. 아르헨티나 개봉 당시 4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으면서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고요.

구성이 독특해요. 장편이지만, 모두 6편의 단편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요. 가브리엘 파스테르낙이라는 인물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한 비행기에 타게 되는 ‘웰컴 투 땅콩항공’, 아버지의 원수를 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만나는 웨이트리스의 사연을 다룬 ‘원수는 식당에서’, 도로에서 비켜주지 않는다고 상대 운전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가 싸움이 붙게 되는 ‘분노의 질주 18’, 불법주차를 이유로 차량이 견인되어 억울함을 호소하던 주인공의 복수를 그린 ‘합법주차 불법견인’, 아들의 뺑소니 사고를 무마하려 정원사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아버지가 등장하는 ‘뺑소니의 최후’, 그리고 결혼식날 신랑의 외도 사실을 알게된 신부가 소동을 벌이는‘이판사판 결혼식’까지.

6편의 단편은 공통된 출연진도, 각각의 에피소드 상에 설정이 겹치는 부분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일관된 흐름을 갖는 이유는 이 6편이 모두 ‘복수극’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이기 때문입니다. 복수는 그리 신선한 소재는 아니죠. 워낙 많은 감독들이 복수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고 또 만들고 있습니다. <와일드 테일즈>의 복수극이 특별하다면 복수로 야기되는 상황을 특별하기보다 좀 더 일상의 다양한 상황으로 꾸며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극 중 상황은 보편적인 데가 많아요. 아르헨티나가 배경이라 느껴지는 특수성은 등장 인물의 언어만 제외하면 그 어디에서도 벌어질 법한 사건이라는 인상이 강해요. 예컨대, ‘분노의 질주 18’은 지금 한창 우리 사회에서도 이슈인 운전자 폭행과 맞아떨어지는 에피소드입니다. 그러니까, 각각의 단편에서 복수 주체자들의 분노를 야기하는 건 문명이라는 시스템 속에 억제되고 있는 동물적 야생입니다.

이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은  동물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스태프의 이름을 그 위에 박아 넣는 식입니다. 처음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네 번째 에피소드 ‘합법주차 불법견인’의 주인공을 연기한 리카르도 다린입니다. 독수리의 얼굴을 비추며 이름이 소개돼요. 한 번 포착한 먹잇감은 놓치지 않는 독수리의 성격처럼 리카르도 다린(어딘가 눈에 익은 배우죠. 국내에게 개봉한 적 있는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바로 그 배우입니다!) 이 연기한 시몬은 불법주차 혐의를 벗기 위해 관계 공무원에게 끊임 없이 사과를 요구합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폭탄 전문가의 직업을 살려 견인 주차장에 폭탄을 터뜨립니다.

그런 식으로 ‘뺑소니의 최후’의 아버지 역할을 맡은 오스카 마르티네즈는 상어로, <분노의 질주 18>의 마리오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스바라글리아는 목양으로, ‘웰컴 투 땅콩 항공’의 클래식 음악비평가는, 평론가란 작품을 물어뜯는 존재라는 의미일까요, 악어로 상징됩니다. 재미 있는 건 감독 데미안 스지프론입니다. 그의 이름은 여우와 함께 소개가 되어요. 사연이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여우를 좋아해서 데미안 스지프론은 여우가 등장하는 동물 다큐멘터리를 즐겨봤다고 해요. 감독이 되고 보니 카메라를 응시하는 눈빛이 여우와 닮아 <와일드 테일즈>에서 여우의 눈빛이 두드러진 이미지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는 거예요.

그와 같은 이유로 <와일드 테일즈>의 엔딩 크레딧에는 ‘이 영화를 아버지에게 바친다’는 자막이 나옵니다. 실제로 데미안 스지프론 감독은 영화를 좋아하는 아버지 덕에 어려서부터 영화를 보고 또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요. 그의 기억 속에 가장 처음으로 본 영화는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아버지와 함께 8살 때 <대부>를, 9살 이후로 히치콕과 큐브릭의 영화를 보았다고도 해요. 그러면서 9살 때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는데 그러자 아버지가 ‘슈퍼 에이트 Super 8’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를 사줬대요. 데미안 스지프론은 이를 가지고 가족을 찍으면서 어려서부터 영화 감독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합니다.

데미안 스지프론 감독은 <와일드 테일즈>에서 연출 뿐 아니라 각본도 맡았습니다. 1975년생인 데미안 스지프론 감독은 TV 드라마 시리즈와 영화를 오가며 자신의 작품은 시나리오도 함께 쓰는데요. 최근에는 피터 버그가 연출하고 마크 월버그가 출연하는 <60억 달러의 사나이>의 각본을 맡았다는 루머가 있을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재능을 보이는 감독이에요.  

이야기의 아이디어는 대부분 화장실에서 얻는다고 해요. 아니면 양초를 켜고 술을 마시면서 얻기도 한다네요. 하지만 <와일드 테일즈>의 출발은 데미안 스지프론 감독이 ‘분노의 질주 18’과 같은 경험을 하면서였다네요.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어떤 운전자와 언쟁이 붙었다. 신경전이 엄청 났었는데 그때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 즉시 도로 한 가운데 차를 멈추고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이것이 <와일드 테일즈>의 단초가 되었다. 그러고 나서 다른 아이디어를 구성해 갔고 시리즈로 모아놓으니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 되었다.”

머리 속에 떠오른 이미지란 그가 겪은 또 하나의 일화였습니다. 데미안 스지프론 감독이 부인과 함께 레스토랑에 갔었대요. 한창 음식을 먹고 와인을 마시고 있는데 레스토랑 사장이 영업시간이 다 됐다면서 즉시 나가라고 하더래요. 아니 음식이 이렇게나 남았는데, 어떻게 이런 서비스를 할까 경악을 했다내요. 스지프론 감독은 레스토랑 관계자와 언쟁을 벌이기 시작했고 와인을 병채로 들고 마시기 시작했데요. 그런 식으로 음식도 나오고 빨리 먹어야 하니까 결국 싸움이 붙게 됐고 감독 생각에 웨이터가 부인을 밀쳤다고 생각해 그 자신 또한 주먹을 날렸대요.

하도 흥분해서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비슷한 분위기였다는데요. 갑작스럽게 그렇게 감독은 웨이터와 셰프와 주먹 다짐을 했고요. 그 과정에서 컵이 깨지고 그 유리 조각이 튀면서 셰프의 귀를 베였대요. 그러다보니까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거죠. ‘분노의 질주 18’의 주인공들이 겪은 일련의 상황과 비슷하죠.

감독의 일련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와일드 테일즈>는 총 84페이지의 시나리오로 구성이었다고 해요. 지금 영화는 6개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지만, 굉장히 짧은 길이로 보너스 트랙처럼 7번째 단편도 썼다고 합니다. 물론 영화로 공개되지는 않았고요.  

데미안 스지프론 감독은 <와일드 테일즈>를 두고 “명백하게 카타르시스에 대한 영화다”라고 정의해요. 복수에 대한 카타르시스이겠죠. 사실 복수라고 하면 우리는 유해한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박찬욱 감독의 복수 삼부작은 복수를 다루지만, 결국 복수는 나쁜 것이라는 의미를 남기는데요. <와일드 테일즈>는 좀 다릅니다. 물론 ‘원수는 식당에서’, 분노의 질주 18’은 복수의 유해함을 설파해요.

재미 있는 건 사실 <와일드 테일즈>의 구성인데요. 자세히 바라보면 어떤 흐름이 있어요. ‘웰컴 투 땅콩회항’은 결국 자신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 사람들을 비행기에 모두 초청(?)해 결국 자폭하는 이야기는 코믹하게 전개되지만, 관객들에게 그와 같은 행위가 과연 옳은 것일까 하는 질문을 제기해요. 그 다음 나오는 에피소드인 ‘원수는 식당에서’는 대신 자신의 복수를 행하고 잡혀가는 동료를 보며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주인공의 얼굴을 보여주죠.

그렇게 초반에 우리가 흔히 아는 복수에 대한 이야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와일드 테일즈>는 ‘합법주차 불법견인’에서 복수심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게 되는 이야기로 끌고 가요. 이후의 에피소드인 ‘이판사판 결혼식’도 복수가 오히려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견고히 하는 결과를 낳게 되죠. 그래서 이 영화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웰컴 투 땅콩항공’과 마지막 에피소드 ‘이판사판 결혼식’은 데미안 스지프론 감독이 생각하는 복수와 우리 삶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구성이라는 생각이에요.  

분노를 억제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결국은 시한폭탄 하나씩을 안고 다니는 꼴인데요. 이에 대한 은유가 ‘웰컴 투 땅콩항공’이라는 생각이에요. 첫 장면이 재밌죠. 캐리지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로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신경을 긁어요. 근데 우리는 여기저기에서 우리의 신경을 건드리는 경험을 하고 목격을 하고 있죠. 이 에피소드의 배경인 비행기 안을 보세요. 모두 한 사람과의 인연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는 인물들이 타고 있어요. 근데 그 기억은 결코 좋은 게 아니에요. 결국 그 한 사람이 비행기 안에서 ‘자폭’이라는 행위를 범하는데 현대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어쩔 수 없이 분노를 키우게 만들죠. 그래서 이 영화를 보게 되면 화면의 구도가 구획화 되어 있거나 아니면 비행기나 자동차나 레스토랑이나 제한되고 좁은 공간에 사람들을 욱여 넣는 식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웰컴 투 땅콩항공’의 비행기와 같은 상황에서 살고 있는 셈이죠. 그중 한 명이 폭발이라도 하는 날에는 대량학살과 같은 형태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현재의 우리네 삶입니다. 그것은 먼 인연일 수도 있지만, 비행기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브리엘 파스테르낙의 부모일 수도 있겠죠. 우스운 상황이지만, 결국 이것은 문명과 야만의 충돌이기도 할 거에요. 사실 비행기 내의 어느 사람이 조종석에 숨은 파스테르낙에게 이건 너의 부모님이 너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웠기 때문이라고 말하죠. 문명은 결국 과도한 경쟁을 낳았고 과도한 경쟁은 야만적인 행동을 불러오게 한 거죠.

사실 인간은 문명을 만든다는 점에서 동물과 다르지만, 문명은 결국, 인간의 동물적인 본능, 즉 야만을 100% 억제하지는 못하죠. 겉으로는 문명인인척 속으로는 야만을 숨기는 인간은 위선적인 존재일 텐데요. ‘웰컴 투 땅콩 항공’에서 여자 승객은 우리의 위선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회사 경비로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는데 마일리지는 개인이 가져가고자 하는 것, 그런 위선은 인간다움을 드러내는 중요한 부분이죠.

결국, 인간 관계는 문명과 야만의 결합일 거예요. 그의 맥락에서 문명과 야만의 결합이라는 은유처럼 데미안 스지프론 감독은 결혼식 장면을 마지막에 배치했어요. 그러면서 복수라는 것은 문명과 야만이 낳은 부산물이며 그래서 인간 관계에서는 없어질 수 없는 감정과 행위 임을 드러내죠. 이 에피소드의 신랑과 신부가 죽을 듯이 대립하다가 어느 순간 서로 통하게 되는 장면은 아마 본능적으로 이를 이해했기 때문일 거예요.

문명의 시스템은 결국 폭력을 야기하는 시발점입니다. 이 시스템은 결코 인간의 자제심을 작동시키지 못합니다. 인간은 평등하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분노의 질주 18’에서 이들이 서로에게 분노하는 건 단순하게 욕을 했다는 이유만은 아닐 거예요. 한쪽은 아우디이고 한쪽은 고물차죠. 또한 한쪽은 에어컨이 나오지만, 다른 한쪽은 창문을 열어놔야만 해요. 그런 비교되는 상황이 분노를 유발케 하는 감정의 기반이기도 하죠.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문명이라는 시스템이에요. ‘뺑소니의 최후’에서 자신의 아들이 뺑소니 혐의로 법의 처벌을 받게될 것을 우려한 아버지는 집안의 정원사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죄를 뒤집어씌우길 마다하지 않죠.

이것이 어디 아르헨티나뿐일까요. 한국은 또 어떤가요. 첫 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은 ‘웰컴 투 땅콩 회항’입니다. 국내 수입사에서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을 패러디하여 붙인 제목인데 내용과도 잘 달라붙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와일드 테일즈>는 굉장히 보편적인 이야기입니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현대 아르헨티나 영화 특유의 블랙 코미디로 풀어냈기 때문에 칸이나 아카데미 등에서 호명받고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무수한 상을 수상한 것이겠죠.  

데미안 스지프론 감독은 10년째 쓰고 있는 핸드폰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필요로 하지 않는 기기를 자주 바꾸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큰 영화를 대하는 태도도 이와 유사합니다. 그는 단순이 돈이 많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에는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물론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나리오를 쓰면 찍겠다고 합니다만, 단순하게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영화는 만들 생각이 없다는 거죠. 그런 인터뷰를 접하니 <와일드 테일즈>에서 보이는 감독의 세계는 이후에도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와일드 테일즈> GV
(201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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