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승 감독에게 사극은 낯선 세계가 아니다. 조선시대 말엽을 배경으로 한 범죄미스터리 <혈의 누>(2005)를 연출했고 임권택 감독 밑에서 <서편제>(1993) <춘향뎐>(1999) 등을 경험했다. 신작 <후궁: 제왕의 첩>(이하 ‘<후궁>’)은 뜻하지 않게 후궁이 된 신화연(조여정)의 드라마틱한 사연을 따라간다. 무관인 아버지의 권력욕에 못 이겨 조정에 들어온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 권유(김민준)와 왕위 즉위를 앞둔 서원대군(김동욱)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벌인다. 김대승 감독이 신화연의 궤적을 통해 드러내고 싶은 것은 탐욕의 충돌이다. 하지만 사극이라고 해서 극 중 이야기를 조선시대에만 한정할 생각은 없다. 역사 속에서 늘 문제를 일으켰던 탐욕을 통해 현재의 한국사회를 바라볼 의도 또한 갖고 있다. 후궁의 탐욕이 주가 되는 만큼 에로틱 사극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데 <방자전>(2010)의 조여정이 신화연 역을 맡아 다시 한 번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korean cinema today
(2012년 베를린영화제 특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