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Hand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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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감독의 데뷔작 <극락도 살인사건>이 오로지 장르법칙으로 이뤄진 영화였다면 <핸드폰>은 현실을 차용해 장르의 외피를 씌운 경우다. 사건은 여배우 정사 장면이 담긴 핸드폰을 잃어버린 연예기획사 대표 오승민과 이를 주운 쇼핑마트 직원 정이규 간의 쫓고 쫓기는 대결로 묘사된다. 다만 영화는 승민과 이규의 추격전 주변으로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소통부재의 풍경을 겹쳐놓는다. 다짜고짜 욕부터 던지는 전화 상대방,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고객, 대화를 찾아볼 수 없는 부부 등 핸드폰으로 상징되는 소통부재의 에피소드는 영화의 긴장감을 고조하는데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고작 손바닥만 한 핸드폰으로 촉발된 사건은 결국 “우리 얘기 좀 해요”라는 압축적인 대사로 수렴된다. 여기에는 꽉 막힌 소통의 벽이 야기한 사회 구성원 간의 물고물리는 관계도가 있다. (감독을 포함해 카메오 출연이 빈번한 것은 단순한 눈요깃감이 아니다!) 그래서 <핸드폰>의 인물구도는 단순하게 선인과 악인의 이분법으로 나누어지지 않는다. 대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이웃들이 서로에게 행사하는 언어폭력을 통해 정신적으로 무너지면서 결국엔 파국으로 치닫는 한국사회 특유의 관계의 미학이 존재한다. 사건이 모두 해결되고도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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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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