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海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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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의 배경이 되는 어선의 이름은 ‘전진호’다. 마치 뒤를 돌아보지 않고 죽으라고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 사회를 연상케 한다. 안 그래도 심성보 감독은 “인간 본연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연출의 변을 밝힌다. 단, 단서가 하나 붙어 있다. 1998년 2월이다. 영화는 이를 시간 배경으로 삼아 배를 잃을 위기에 몰린 전진호 선원들이 큰돈 한 번 만져보겠다고 밀항하는 조선족 운반책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겪는 과정을 포착해낸다.

선장 철주(김윤석)의 명령이라면 깜박 죽는 다섯 명의 선원이 팀을 이루지만 <해무>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막내 동식(박유천)이다. 여섯 명의 선원들이 밀항자들과 엮이면서 벌어지는 전진호 내의 사건이 동식의 시선으로 경험담처럼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철주 이하 숙련된 선원들을 마다하고 동식에게 영화의 열쇠를 쥐여준 건, 전진호라는 사회에 갓 발을 디딘 초년병이라는 이유가 크다. 굳이 1974년 범띠라는 정보를 밝히면서까지 극 중 사건의 기저에 흐르는 욕망의 정체를 구체화하기 위함이다.  

1998년 2월은 IMF 외환 위기의 초기이면서 국민의 정부가 막 들어선 시기이다. 1974년생들은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이들은 기성세대들이 생존을 위해 소수자를 사지로 내몰고 이에 동조하지 않는 동료들을 잔인하게 배 밖으로 밀어내는 광경을 눈앞에서 목격하며 해무로 자욱한 혼란의 시기를 통과했다. 그리고 맞닥뜨린 지금 한국 사회의 모습은 과연 어떻든가. 이제는 기성세대가 된 1974년(을 전후한) 세대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벌이는 작금의 아귀다툼의 기원을 고통스럽지만 가까스로 돌아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바로 <해무>다.

이 영화의 기획자이자 제작자인 봉준호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2003)으로 1980년대 중반 이후 야만의 한국 사회를 바라봤다. <살인의 추억>에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를 썼던 심성보 감독은 IMF 이후 정글로 변모한 한국 사회를 <해무>를 통해 바라본다. <해무>는 2014년에 만나는 ‘살인의 추억’이라 할 만하다.

맥스무비
(201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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