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의 역사를 바꾼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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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1975)의 등장으로 시작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역사는 거의 40년이 되어간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블록버스터는 지금까지 4번의 굵직한 변화를 거쳤다. 그 순간 들을 살피는 건 블록버스터의 지형도를 바꾼 얼굴들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창조자들

<천국의 문>(1978)의 기록적인 흥행 실패(제작사 유나이티드 아티스트는 파산, 감독 마이클 치미노는 이후 재기하지 못했다.)와 함께 미국영화사의 지축을 뒤흔들었던 아메리칸 뉴 시네마는 거짓말처럼 권불십년 했다. 할리우드의 영화사 한 장(章)이 막을 내리는 그 즈음 블록버스터라는 새로운 장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4-새로운 희망>(1977)이었다.

<졸업>(1967)의 마이크 니콜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의 아서 펜, <이지 라이더>(1969)의 데니스 호퍼 등은 주류 스튜디오를 박차고 나와 거리에서 기성세대를 겨냥한 저항의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미국의 베트남 전 패배와 함께 아메리칸 뉴 시네마도 몰락하면서 스필버그나 루카스처럼 철저히 오락성으로 무장한 감독들이 주류로 등장했다. 이들은 선배들과 달리 스튜디오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서 전에 없던 새로운 영화, 즉 블록버스터로 박스오피스를 맹폭하기 시작했다.

<죠스>는 당시 거액이었던 $12,000,000(한화 약 15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그야 말로 대작이었다. 극 중 죠스를 특수 제작하고 테마 파크를 비롯하여 수십 종의 관련 상품을 출시하는 등 마케팅도 전례 없던 수준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죠스>는 할리우드 최초의 1억 달러 흥행 수입을 돌파하며 발 빠르게 속편 제작이 이어졌고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스타워즈>도 다르지 않았다. 우주에서 펼쳐지는 전쟁이라는 하이컨셉 무비, 각종 우주선과 캐릭터의 특수효과는 기록적인 흥행으로 이어졌다. 이후 계속해서 시리즈가 이어지며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는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과 함께 블록버스터 신화의 시작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듀얼>(1971)로 재능을 인정받은 당시 20대 중반의 스필버그는 <죠스>로 영화 생명의 담보를 걸었다.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로 집중력을 발휘하며 <죠스>를 성공시킨 그는 이후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E.T.>(1982), <쥬라기 공원>(1993) <우주전쟁>(2005) 등을 히트 시키며 여전히 블록버스터의 강자로 군림 중이다.  
 
조지 루카스 그가 참여한 두 개의 시리즈,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는 각각 1977년, 1981년에 발표됐지만 지금까지 후속편이 이어질 정도로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7>은 J.J.에이브럼스 감독의 연출 하에 2015년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인디아나 존스 5>도 제작을 발표한 상태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시스의 복수>(2005)를 끝으로 연출 은퇴 선언을 했지만 할리우드에서의 영향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장인들

1980년대와 1990년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특징이라면 걸출한 오리지널 시리즈의 대거 출현을 들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인디아나 존스> 외에도 <에일리언>(1979) <터미네이터>(1984) <백 투 더 퓨처>(1985) <다이하드>(1988) <배트맨>(1989) <미션 임파서블>(1996)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죠스>와 <스타워즈>로 촉발된 블록버스터가 할리우드의 전략 상품이자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나타난 필연적인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편의 인기를 등에 업고 속편의 안정적인 흥행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터. 그 과정에서 시리즈가 거듭되며 블록버스터의 장인이라 할 만한 감독들이 등장했다.

속편이 거듭될 때마다 명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것으로 유명한 <에일리언>이 등용문이라 할 수 있을 텐데 1편의 리들리 스콧과 속편인 <에일리언 2>(1986)의 제임스 카메론이 대표적이다. ‘에일리언’이라는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이후 두 감독은 전혀 다른 행보를 통해 블록버스터의 장인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리들리 스콧이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할리우드에서 수십 년 동안 A급 감독의 지위를 이어오고 있다면 제임스 카메론은 오랜 시간을 두고 첨단 기술의 영화적 접목으로 영화의 신세계를 열어왔다.

블록버스터 시리즈 붐이 형성되면서 생겨난 현상 중 하나는 감독만큼이나 제작자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점이다. <백 투 더 퓨처>나 <그렘린>(1984) 시리즈처럼 각각 로버트 저메키스와 조 단테가 속편까지 메가폰을 잡은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는 편을 거듭할수록 감독을 달리 가져가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그만큼 제작자는 시리즈의 오리지널리티를 감독보다 더 자세하게 꿰차고 있어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막강한 기획력으로 무장한 제작자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그런 분위기를 타고 <비버리 힐즈 캅>(1984) <나쁜 녀석들>(1995) 시리즈의 제리 브룩하이머와 <다이하드> <리쎌 웨폰>(1987) 시리즈의 조엘 실버가 할리우드의 실세가 되었다.  

리들리 스콧 <블레이드 러너>(1982) <델마와 루이스>(1991) <한니발>(2001) <킹덤 오브 헤븐>(2005) 등 여전한 장르 유영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현재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미 <프로메테우스>(2012)로 새로운 ‘에일리언’ 시대를 연 리들리 스콧은 ‘블레이드 러너 프로젝트’를 발표해 팬들을 흥분시켰다.

제임스 카메론 <아바타>(2009)를 발표한 건 <타이타닉>(1997) 이후 12년만이었다. <아바타>의 세계관을 구현할 3D 기술을 기다려 온 것. 다행히 이후 행보는 의외라고 할 정도로 작품들이 대거 몰려있다. <아바타>의 2,3,4편이 2016년부터 1년 단위로 개봉하는 것. 그밖에 여성 사이보그의 이야기를 다룬 <배틀 앤젤>도 차기작 목록에 올라있다.  

슈퍼히어로들

199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관객들은 블록버스터에 지쳐가기 시작했다.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눈만 현혹하는 스펙터클에 집중한 까닭에 ‘멍청한 블록버스터’라는 비아냥거림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조지 클루니도 그중 한 명으로 <배트맨 앤 로빈>(1997)의 출연 후 더 이상 덩치만 큰 블록버스터에는 출연하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했을 정도다. 그러니까, 블록버스터도 변해야 하는 시기에 직면한 것이다.

블록버스터 흥행 놀음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할리우드의 제작사들은 승부수를 던졌다. 주류 바깥으로 눈을 돌려 인디영화에서 활약하던 이들을 대거 기용하기에 이르렀다. <유주얼 서스펙트>(1995)의 브라이언 싱어를 기용해 <엑스맨>(2000)을, <이블 데드> 시리즈의 샘 레이미에게 <스파이더맨>(2000)의 메가폰을 쥐어 주었다. 인디 진영에서는 전설로 받아들여지지만 주류영화에서는 성과가 없었던 이들을 향한 업계 내부의 반응은 싸늘했다. 과연 이들이 수천 억 달러 규모의 블록버스터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물론 기우였다. 새로운 감성과 도전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들은 슈퍼히어로의 어두운 내면을 파고들었고 이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건 2000년대 이후의 블록버스터는 슈퍼히어로를 빼놓고는 전혀 성립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실 슈퍼히어로는 블록버스터에 최적화된 소재였다. 초인적인 능력의 캐릭터들하며 이들로 촉발되는 파괴 장면들은 블록버스터가 아니고서는 재현할 수 없는 이미지였다. 더욱이 이미 오래 전부터 코믹북을 통해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장르였기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서도 슈퍼히어로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였다. 이후 슈퍼히어로물은 <다크나이트>(2008)의 크리스토퍼 놀란의 등장으로 예술적인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다.

브라이언 싱어 <엑스맨2>(2003)까지 연이은 성공으로 싱어는 슈퍼히어로물의 원조랄 수 있는 <수퍼맨 리턴즈>(2006)의 감독이 되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내리막길을 걷던 그는 현재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로 영광 재현을 노린다.

크리스토퍼 놀란 사실주의를 접목해 슈퍼히어로물의 역사를 새로 쓴 놀란은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2013) 제작자로 참여, 새로운 슈퍼히어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속편에는 슈퍼맨과 배트맨이 함께 등장할 예정인데 이후 프로젝트는 마블의 <어벤져스>(2012)에 대항할 DC의 <저스티스리그>가 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스탠 리 <스파이더맨>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맨> <퍼스트 어벤져> <토르> <어벤져스> 등 현재 할리우드의 대세가 된 마블의 슈퍼히어로물은 마블코믹스의 창조자 스탠 리에 상당 부분을 빚지고 있다.  

대세들

앞서 언급한 브라이언 싱어, 샘 레이미와 함께 언급해야 할 또 한 명의 감독은 피터 잭슨이다. <고무 인간의 최후>(1987) <데드 얼라이브>(1992) 등에서 선보인 B급 감성을 할리우드에 수혈, <반지의 제왕>(2001)이라는 희대의 트릴로지를 선보이며 판타지 블록버스터 붐을 일으킨 것이 바로 그였다. 싱어, 레이미와 다른 태생을 지닌다면 미국 바깥, 즉 뉴질랜드 출생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이방인(?)이면서 스필버그의 영화로 성장기를 거쳐 온 ‘스필버그 키드’라는 점이다.

이방인으로서의 피터 잭슨처럼 지금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출신의 감독은 일군을 형성할 만큼 영향력을 행사 중에 있다. 예컨대, 영국 출신의 두 감독 폴 그린그래스와 샘 멘데스가 각각 연출한 <본 슈프리머시>(2004)와 <007 스카이폴>(2012)은 전형적인 액션물에 전혀 새로운 미학을 도입했다. 이들이 전형성에서 탈피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폴 그린그래스와 샘 멘데스 모두 능력 있는 감독이지만 할리우드와 거리를 두면서 예전의 블록버스터가 요구해온 어떤 공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까닭이다.  

그에 반해 스필버그 키드들의 특징은 스필버그의 작품으로 영화적 자양분을 흡수한 만큼 스필버그적이라고 할 만한 소재와 방식의 영화 만들기를 지향한다. 피터 잭슨은 이미 스필버그와 공동연출로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2011)을 만든 전력이 있고 J.J.에이브럼스는 <슈퍼 에이트>에서 이티를 태운 자전거가 달을 배경으로 날아오르는 엠블린 엔터테인먼트의 로고를 삽입하며 <E.T.>(1982)에 오마주를 바쳤다.

결국 블록버스터도 돌고 돈다. 스티븐 스필버그로 시작된 블록버스터는 2013년 현재 다시금 스필버그의 시절로 회귀한 듯한 모양새다. J.J.에이브럼스는 지금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최신판인 에피소드 7의 제작에 들어간 상태가 아니던가. 블록버스터의 역사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처럼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보여도 그를 통해 앞으로 전진하고 있는 중이다.

피터 잭슨 피터 잭슨에게도 그 자신의 키드가 존재한다. 피터 잭슨이 제작자로 참여하고 닐 블롬캠프가 연출한 <디스트릭트9>(2009)은 과장하자면 <고무인간의 최후>를 좀 더 사실적으로 확장한 버전이었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블롬캠프는 할리우드에 입성, 맷 데이먼과 <엘리시움>(2013)을 만들었다.

폴 그린그래스 핸드헬드는 그의 영화의 전매특허이자 이제 전 세계 액션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카메라워크가 되었다. 과도하게 흔들리는 카메라를 통한 극도의 사실감은 혁명에 다름 아니었다. 톰 행크스와 함께한 <캡틴 필립스>(2013)에서도 핸드헬드의 사실감은 극에 달한다.

J.J.에이브럼스 그는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감독이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미국 문화의 신화로 불리는 <스타 트렉>과 <스타 워즈> 시리즈가 모두 J.J.에이브럼스의 손안에 있다.

맥스무비 매거진
창간준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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