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합작영화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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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영화계에 합작영화들의 행보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합작영화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그 면면은 사뭇 달라 보인다. 포화 상태에 이른 한국영화 시장의 제작, 투자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양성 영화를 위한 소재 확장의 일환으로,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교류의 방식으로, 세계화에 한 발 다가서려는 노력으로 합작영화는 분화하고 있다.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최근 합작영화에 대한 경향을 알아본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Korea starts to act global) 미국 영화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칸국제영화제 5월 16일자 데일리를 통해 필름마켓에서 확인된 한국 영화사들의 최근 동향을 이렇게 정의했다. ‘한국의 판매 담당자들은 칸에 온 외국 구매자들을 위해 어떤 상품을 준비했나?’란 부제를 달고 있는 기사는 ‘<올드보이> <괴물>과 같은 영화가 없어도 한국 영화사들은 예전처럼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안다’로 시작한다.

이에 대해 마켓에 참여한 한국 영화사 주요 인물의 말을 인용, ‘국제적으로 충분한 명성을 쌓았기 때문에 한국영화를 염두에 두고 찾아오는 단골이 생겼다’는 점과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감독 외에 장르와 컨셉, 리메이크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영화들이 제작 중’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특히 ‘대부분 한국 영화사들이 제작을 했든, 투자를 했든, 배급을 했든 모든 영화를 취급한다. 그리고 이 영화들이 모두 마켓에 나온다’고 언급하며 몇몇 글로벌 프로젝트의 사례를 들어 한국영화계가 다양한 영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글을 맺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 기사처럼 한국영화계는 오래 전부터 다양성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최근엔 ‘합작영화’가 각광받는 추세다. 그 기저에는 영화의 다양성은 물론 합리적인 제작 방식을 위한 노력, 그리고 올 초부터 불어 닥친 외화의 강세에 따른 원활한 콘텐츠 확보를 위한 시장 생존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합작영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현재 국내에서 합작으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물경 스무 편에 달한다. 알려진 것만도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하 <적벽대전>) <개미> <스트리트 오브 드림> <현의 노래> <댄스 오브 더 드래곤> <평양의 어항>(가제) <보트> <도쿄!> <연애합시다> 등등. 많은 수만큼이나 작품의 성격에 따라 그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이하 ‘쇼박스’)가 참여한 <적벽대전>과 현진시네마가 참여한 <스트리트 오브 드림>은 부분적인 투자를 통해 합작의 형태를 이룬 경우다. <적벽대전>은 홍콩에 기반을 둔 THREE KINGDOMS가 제작을 맡고 쇼박스, 일본의 AVEX ENTERTAINMENT INC, 대만의 CMC CONTENT CORPORATION, 중국의 CHINA FILM GROUP CORPORATION 4개국이 투자사로 참여하고 있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디 가르시아가 참여한다고 하여 화제를 모았던 <스트리트 오브 드림>도 유사하다. 미국의 FR PRODUCT와 일본의 WIDE JAPAN이 참여한 프로젝트에 현진시네마는 전체 400억 예산 중 50억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며 최민수의 출연도 확정됐다. 한국, 일본, 프랑스가 참여한 옴니버스영화 <도쿄!>는 스폰지가 제작비 30%를 투자하고 봉준호 감독이 3개 에피소드 중 하나인 <흔들리는 도쿄>의 연출을 맡아 합작을 이뤘다.

<개미>와 <보트>는 양 국가가 동등한 비율로 참여해 합작을 이뤘다. 한불 합작영화 <개미>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동명 베스트 소설을 원작으로 <원더풀 데이즈>의 김문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또한 한국의 ‘스튜디오3303’과 아직 결정되지 않은 프랑스의 제작사(‘고몽’과 ‘파테’를 비롯한 유수의 프랑스 제작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가 1,000만 유로가 예상되는 제작비 중 50%씩 공동 투자하기로 결정됐다. 한국의 ‘크라제픽쳐스’와 일본의 ‘IMJ NTERTAINMENT’가 손잡은 한일 합작영화 <보트>는 제작, 투자는 물론 배우와 스탭까지도 5대 5의 비율로 구성된 경우다. 한일 양국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마약 관련 액션오락물인 <보트>는 2억 엔 규모로 현재 김영남 감독(<내 청춘에게 고함>) 연출, 하정우, 츠마부키 사토시 주연이 확정된 상태다.

형식상으로 합작영화로 보이지만 내용상으로는 굳이 합작으로 규정하기 애매한 형태도 있다. 한 국가가 주도적으로 제작을 진행하는 가운데 효율적인 완성을 위해 필요한 요소를 사안에 따라 다른 국가로부터 가져오는 영화가 그것. 김홍도 이야기 <샤라쿠: 조선밀정>(가제, 이하 <샤라쿠>)은 좋은 예다. 스튜디오2.0 제작, 박태춘 감독 연출의 <샤라쿠>는 일본의 수수께끼 화가 샤라쿠가 김홍도일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샤라쿠가 일본에서 활동했던 10개월이 중심이 되는 까닭에 일본 현지 로케이션으로 90% 이상 진행될 예정이다. 원활한 현지 진행을 위해 프로듀서로 이세키 사토루(<묵공> <스모크> <란> 제작)를 영입한 스튜디오2.0은 주요 스탭 역시 일본인을 고용해 제작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최근 합작영화는 단순히 자본의 결합이 아닌 제작 인력과 배급, 필요에 따라 마케팅까지 포함한 여러 가지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하여 합작이라는 용어 자체를 정의 내리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있다. 스튜디오2.0의 김승범 대표는 “상품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적에 상관없이 필요 요소를 취사선택하는 시대다. 그런 상황에서 합작이란 용어는 인위적일뿐 아니라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쇼박스 홍보팀의 박진위 팀장 역시 비슷한 의견을 제시한다. “최근의 합작은 자본의 결합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제작과 투자, 배급은 물론 마케팅도 포함되는 추세”라며 “합작영화란 말은 이제 정의된 용어라기보다 광의의 의미에 가깝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안 그래도 여러 가지 형태로 분화된 합작영화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나름의 방식과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

더 이상 무늬만 합작영화가 아니다

합작영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무늬만 합작영화였던 시대도 있었다. 1970~80년대 횡행했던 한국과 홍콩 합작영화부터 가깝게는 한류 붐을 타고 이뤄진 한일 합작영화가 유행한 적이 있다. 문제는 이들 합작영화들이 기형적으로 이뤄졌거나 합작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 한홍 합작영화는 당시 국내 영화법상 외화 수입이 제한된 까닭에 위장 형태를 띤 것이 대부분이었다. 홍콩 액션영화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홍콩 영화사의 크레딧을 빌려오거나 한국 배우를 집어넣는 방식으로 꼼수(?)를 부린 경우. 한일 합작영화는 한류를 이용하고자 급조된 경우다. 한류 스타 한두 명을 끼워 넣어 양국 시장에서 깜짝 흥행을 노렸으나 모두 실패로 끝나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지금은 상황이 변모했다. 영화 산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서 국내에서 진행되는 영화 제작과 배급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부가 시장 궤멸에 따른 위기감이 최고조에 올랐다. 그 결과, 다양한 영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시장의 규모를 확장하기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의 필요성이 대두됐으며 콘텐츠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추세다. 하여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 합작영화는 당연한 수순이란 의견이 다수다.

<삼국지: 용의 부활>(이하 <용의 부활>)로 합작을 경험한 태원엔터테인먼트의 남기호 과장은 ‘글로벌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앞세운다. “시장의 규모를 키운다면 제작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 어떤 영화도 만들 수 있다. 글로벌 프로젝트가 많이 추진되는 이유다” 파인컷의 서영주 대표는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영화의 제작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적으로 영화를 나눌 필요는 없다.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합작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라인업의 다양성을 구축할 수 있다” 김승범 대표는 ‘콘텐츠 확보’를 앞세운다. “콘텐츠 확보 면에서 합작영화는 유리하다. 리스크를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영화를 수급할 수 있다”

합작으로 할리우드에 대항하라

영화와 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한국이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합작 파트너는 중국과 일본이다. 동일 문화권 내에 속해 있어 문화적인 공감대가 클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가까워 활발한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은 합작을 용이하게 하는 요소다. 특히 일류 콘텐츠에 대한 갈망과 고민이 비슷한 상황에서 3국은 그동안 꿈꾸지 못했던 대규모 글로벌 프로젝트가 가능해졌으니. <적벽대전>은 그런 3국의 욕망이 반영된 결과다. 박진위 팀장은 “삼국지는 한자문화권에 속한 3국이 공통으로 관심을 갖는 소재다. 그런 기반이 전제됐기에 800억 원의 천문학적 제작비 투자 유치가 가능했다”고 말한다. 덧붙여, “직접적으로 할리우드와 손잡은 건 아니지만 그 정도 효과의 의미도 있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육박하는 규모에, 연출을 맡은 오우삼 감독이나 테렌스 창 프로듀서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아닌 게 아니라, 3국 대규모 합작영화의 이면에는 할리우드영화에 맞서 자국 시장, 더 나아가 아시아 시장을 지키려는 고민이 깊게 배어 있다. 6월 5일 서울에서 열렸던 ‘한중일 영화프로듀서 포럼 2008’은 국가별 성장을 넘어 3국의 통합적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3국 극장 수입을 모두 합쳐도 미국의 7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시장에서 가장 큰 위협 요소는 미국영화다. 시장 통합보다 미국영화와 경쟁하기 위한 아시아 영화 자본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싸이더스FNH 차승재 대표의 말에는 할리우드 대항마로써 3국 합작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스트리트 오브 드림>이나 <댄스 오브 더 드래곤>처럼 미국과 손잡고 국내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도 있다. 그중 24/7픽쳐스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진원석 대표는 “세계 영화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을 거점 삼아 해외를 공략할 생각”이라면서 “아시아영화에 관심이 많은 북미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목표”라며 포부를 밝혔다. 각 나라의 시장 성격에 따라 영화를 특화할 생각인 그는 이안 감독을 예로 든다. “이안 감독은 <아이스 스톰> <브로크백 마운틴>과 같은 영어권 영화로 시장을 확보했기 때문에 중화권 영화인 <와호장룡> <색,계>의 세계 배급이 가능했다. 그런 방식의 활로를 개척하려 한다” 24/7픽쳐스는 미국을 합작 파트너 삼아 장혁이 출연한 <댄스 오브 더 드래곤>를 완성했고 진 대표가 직접 연출을 맡은 <엑스펫츠>는 현재 판권 협상 진행 중이며, <쏘우>와 같은 저예산 공포영화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할리우드에 대항하는 것과 할리우드와 손잡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그런 의지가 각기 다른 합작의 형태로 드러날지언정 소재를 다양화하고 시장을 넓히려는 궁극적인 목적 자체는 동일하다는 점을 밝히려는 것뿐이다.

합작영화가 노리는 다양한 효과

중국과 일본, 미국 외의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합작을 모색하는 제작사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파인컷이다. 파인컷은 프로듀서로 참여한 아르헨티나영화 <레오네라>가 이번 칸국제영화제에서 경쟁부문에 오르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단순히 크레딧으로 이름이 오른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 단계부터 캐스팅, 편집에 이르기까지 아르헨티나 제작사 MATANZA CINE와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완성된 영화다. 이렇게 <레오네라>가 좋은 성과를 얻자 감독인 파블로 트라페로와 차기작 구상에 들어간 것은 물론 많은 남미 국가들로부터 프로젝트 논의가 들어와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서영주 대표는 “국적을 떠나 감독 개인과 소재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합작을 진행 중이다. 아시아영화만 배급한다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남미로의 활발한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고 궁극적으로 이런 글로벌 합작을 통해 다양한 영화 구축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남미영화뿐이 아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감독 시딕 바르막(<천상의 소녀>)의 <아편전쟁>을 공동 제작하여 완성에 이른 단계고 일본 소노 시온 감독의 SF 스릴러 <Room of Dream>을 역시 공동 제작으로 진행 중에 있다.

다양한 영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파인컷의 합작영화에 대한 의지는 단순히 라인업의 구축에만 있지 않다. “해외 제작진들의 제작 형식과 노하우를 우리가 가진 해외 배급의 네트워크와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서 대표의 말처럼 합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효과는 이 같은 교류를 통해 한국영화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얻을 수 있고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와 기술을 전파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예컨대, <개미>는 프랑스의 원작 소설을 가져옴으로써 한국영화 소재 확장에 기여하는 측면이 존재하고, 한국 애니메이션 기술력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 알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승범 대표는 “각 나라마다 제작 시스템이 다르다. 합작영화를 통해 표준화와 같은 방향으로 합리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보의 교류, 기술의 교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박진위 팀장 역시 “합작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몇 년 안에 효율성을 극대화한 표준 형태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가령, <샤라쿠>의 촬영은 두 달 반으로 예정돼 있다. 하루를 1회로 계산하는 일본의 기준을 적용하면 65회차다. 세 달 반을 염두에 두고 있던 박태춘 감독의 애초 생각과 다른 일정이다. 3일 촬영, 1일 휴식을 기본으로 하는 한국과 달리 6일 찍고 하루 쉬는 일정이 굉장히 타이트해 보인다. 하지만 일본은 프리 프로덕션이 엄격할 정도로 철저하기 때문에 한국과 비교해 비용절감 면에서 유리하다. 국내 영화 현장에 충분히 대입해볼 만한 대목. 결국 이런 기술 교류는 더욱 합리적인 제작을 가능케 할뿐 아니라 다른 환경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사실은 다양성 측면에서도 새로운 소재를 발굴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를 제공한다.

합작은 또한 콘텐츠 확보 면에서도 유리하다. 특히 한국영화가 부진한 틈을 타 외화에 대한 수요가 부쩍 늘어나면서 콘텐츠 확보는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됐다. 불과 2년 전인 2006년 국내 박스오피스에 순위를 올린 외화가 293편이었던 것에 반해 2007년엔 411편까지 늘어난 수치는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칸 필름마켓을 통해 확인된 바, 국내 수입사들 간의 과다 경쟁으로 판매가가 3배 이상 치솟은 상황은 올해가 외화 수입의 정점이 될 것임을 극명히 보여준다.

직배 영화가 아닌 이상 우수한 콘텐츠를 직접적으로 접촉해 가져오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합작은 외화 판권을 취득하기 위한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손색이 없다. 제작 단계에서 일정 정도의 투자를 통해 일찍이 국내 시장에서의 판권을 확보함으로써 완성된 영화를 가지고 경쟁을 벌이는 불상사 없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것. <적벽대전>과 <스트리트 오브 드림>이 비근한 예로, 기획 단계에서 크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지만 용이한 판권 확보는 물론 투자 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외화가 계속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이상 투자와 판권 확보를 적절히 섞은 합작영화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대부분 영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목적이 뚜렷하고 계약 조건이 확실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합작영화가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합작영화가 성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중 이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과 ‘맞춤형 시장 공략’이다.

남기호 과장은 “믿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익이 공동 목적인 까닭에 신뢰가 깨지는 순간 합작영화의 생명은 끝”이라는 것. 박진위 팀장의 고민도 유사하다. “투자와 제작이 별개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주최가 애매할 때가 있어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하여 상대 국가의 문화와 정서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 언어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오류의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두 마리 토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김승범 대표와 진원석 대표는 입을 모은다. “영화란 마켓에 맞는 모델과 분명한 타깃이 존재해야 한다”(진원석 대표)며 “전 세계를 상대로 영화를 만들면 안 된다. 특정 국가, 특정 관객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들어 보편성을 획득하는 게 우선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 이상의 수익이 따라올 것”(김승범 대표)이라고 조언한다. 그 외에 안정적인 합작영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 작품의 총괄 관리 및 펀딩의 가능성 판단 여부 등도 중요하게 거론된다.

지금 합작영화에 대한 활발한 시도가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 시장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합작영화 제작과 이에 따른 담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도 고무적인 상황을 말해준다. 한국 시장에 대한 정확한 현실 인식과 이를 돌파하기 위한 합리적인 형태 모색으로서 합작영화를 인식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합작영화는 이 시기 한국영화계의 중요한 화두다. 합작은 단순히 영화를 잘 만들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써 선택하는 하나의 방식. 이를 통해 한국은 위기 탈출을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은 물론 세계화에도 한 발 다가서는 계기를 마련했다. 허남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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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2.0 392호
(2008.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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