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르문화를 개척중인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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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4>가 출간됐다. 굵은 선 몇 개로 슥슥 고양이 캐리커처를 발랄하게 그려 넣은 표지는 ‘공포’라는 어감이 주는 으스스함을 그대로 무장해제 시킨다. 어둠침침하고 경직됐던 전편의 표지와 비교해도 확 달라진 면모다. 그러니까 이건 어떤 의지의 발현이다. 무엇이냐고? 이를 설명하려면 잠시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1편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1편이 발표된 건 2006년 10월. 이 책은 그때 그 시절(?) 출간 자체가 화제요, 놀라움이었다. 2000년대 초반, 셜록 홈즈로 촉발된 장르소설의 인기가 영미추리소설을 반환점삼아 일본미스터리소설로 정점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조차 전무한 국내 장르소설이, 그것도 추리물도 아니요, 미스터리물도 아닌 당시만 하더라도 ‘장르문학계의 듣보잡’이라 할 만한 공포를 주제로 한 단편집이 그야말로 ‘뿅’하고 출현한 것이었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은 출판사 황금가지의 장르문학 브랜드 ‘밀리언셀러 클럽’과 이종호(<귀신전><모녀귀>)가 이끄는 공포문학 창작 집단 ‘매드클럽’(http://themadclub.net)이 의기투합하여 일궈낸 결과물이다. 10명 작가의 10편의 단편이 수록된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은 무모한 도전이라는 업계의 파다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무려 6쇄를 찍을 만큼 독자들은 환호작약했다. 그 중에는 많은 영화관계자도 포함됐는데 이종호의 말을 빌자면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이 발표된 후 영화화 제안만 열 군데가 넘게 들어왔”고 대표적인 사례로 김종일의 <일방통행>은 <혈투>라는 제목으로 영화화가 진행 중인 상태다.

하지만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에 대해 ‘한국 장르문학을 개척했다’고 평가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시리즈가 4편에 이르기까지 소수에 불과했던 국내 장르작가를 20명 넘게 배출했으며 이를 토대로 장르 단편집의 붐을 이끈 공로 때문이다. 예컨대, 이 시리즈에 글을 썼던 작가 8명이 참여한 <한국스릴러문학 단편선>이 타 출판사에서 출간됐고 그 뒤를 이어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이 차례로 발표되는 등 이제 장르 단편집은 장르문학의 인기 상품이 되었다.

다만 한국의 장르문학이 갖는 한계랄까, 우리가 소위 순문학이라고 부르는 작품에 비해 장르문학은 (많이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천대당하는 경향이 있어 독자층이 일반대중보다 마니아에 기울어진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4>의 ‘똥꼬발랄’한 표지는 좀 더 일반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작가들과 출판사의 강한 의지에 다름 아니다. 표지뿐 아니라 작품 선정에 있어서도 독자를 배려한 남다른 구성이 눈에 띈다. 주된 장르 요소를 공포에만 한정하지 않은 것. <첫 출근> <더블> 등과 같은 SF까지 그 범위를 넓게 잡았고, <배심원>의 경우, 지금 한창 사회 문제시되고 있는 인터넷 댓글 문화의 폐해를 다룸으로써 현실반영을 이뤘으며, <행복한 우리 집에 어서 오세요>는 신종플루의 유행에 따라 더욱 각광받고 있는 좀비물이라는 점에서 장르의 세계적 추세 역시 놓치지 않았다.  

반응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1편과 비교해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인다. 정통 공포물 일변도인 1편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4편이 너무 심심하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4편의 다양한 장르를 높이 평가하는 독자들 사이에서는 1편이 너무 잔인하고 극단적으로 몰아붙이는 까닭에 지친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관계자의 발언에 따르면, 이 비율은 후자가 월등히 높다. 다시 말해, 의도대로 4편의 독자들 중 다수가 일반대중에 더 가깝다는 의미다. 물론 이 얘기가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4>의 대중적인 판매량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이제 발매된 지 한 달 조금 넘은 시점이라 판매량 운운하는 것이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폭발적인 수준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영화화다.

앞서 밝힌 바, 이 시리즈의 적지 않은 수의 작품이 영화 판권 계약을 맺었다. (아직 4편은 영화 판권 계약을 맺은 작품이 없다.) 문제는 영화화 진행이 생각보다 지지부진하다는 데 있다. 아무래도 단편이다 보니 그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장편으로 가는 마지막 단계에서 엎어지기 일쑤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영화화 지체 이유가 단편이기 때문에 장편 시나리오로 가는데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는 얘기는 핑계라고 해도 무방하다. 충무로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 즉 능력 있는 시나리오 작가의 부재가 더 큰 이유로 작용했다고 보는 편이 옳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시리즈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한 작품 정도만 나와 준다면 그리고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 이후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투다. 그만한 수준의 작품이 여럿 뒤를 받치고 있는 까닭에 지속적인 붐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복안인 것이다. 실제로 책의 판매량 변화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가 증명된다. 시리즈의 신작이 나올수록 전편의 판매량도 함께 상승하니 1편이 6쇄를 기록한 것도 4편에 이르기까지 쌓인 저변과 브랜드네임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그래서 앞으로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시리즈가 국내 장르문학, 더 나아가 장르문화의 시장을 지금보다 더 넓히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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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트
(200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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