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종주의와 세계사


딴지관광청에 올라온 <인종주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란 기사에서 글쓴이 파토님은 한국인의 동남아인 차별에 대한 원인으로 인종주의에 대한 인식의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출발점으로 “짱꼴라는 안돼”, “동남아 애들은 수준이 낮아”와 같은 인종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없이 일상생활에서 함부로 내뱉는 말이라고 꼬집는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전에도 한 번 말했듯이 언어로 발화되는 특징적인 현상은 백이면 백, 그 사회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법. 그래서 파토님이 위에 예로 든 사례의 대화는 엄밀히 말해서 원인이 아니라 인종주의에 대한 인식부재에서 생겨난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그것에 대한 인식부재의 출발점은 과연 어디서부터 생겨나게 된 것인가, 한 번 생각해 본다. 그 결과, 너무나 당연하게도 교육.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교과서가 기술하고 있는 역사에 대한 편향된 시각에서 기인하지 않았나 나름대로 분석해본다.

우리나라의 역사 교과서는 두가지. 국사와 세계사로 분류해 가르친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세계사. 세계사는 거짓말 조금 보태 서양인의 역사라 할 만하다. 피비린내나는 전쟁을 통해 일궈낸 찬란한(?) 문명과 산업화에 따른 경쟁적인 식민지 정복.

이렇게 서양의 힘을 앞세운 정복과 식민 등 승패의 시각으로 서술된 세계사 구성에서 항상 약자의 자리를 점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역사가 낑궈들 자리는 거의 없다. 세계사를 배운 사람은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과연 국정교과서가 기술한 세계역사에서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의 동남아 역사를 다룬 부분을 본 기억이 있나를. 물론 없을 것이다. 있다고 해도 강국에 짓밟힌 식민의 가슴 아픈 역사뿐.  

그렇기 때문에 한국 교육이 가르치고 있는 세계사는 강대국의 역사가 되고, 강대국의 역사는 곧바로 서양의 역사가 된다. 세계사=강대국의 역사=서양의 역사라는 등식 성립.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역사는 강대국의 역사가 아니라 문명의 역사다. 물론 문명을 건설하는데 있어 전쟁은 필연적으로 동반되기 마련이지만 전쟁은 문명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키워드지 그것이 역사 전체를 대표할만큼 중심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오 그 문명을 결정지을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세계사 교육은 서양을 힘을 앞세운 승리자의 모습으로 기술하고 있고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를 약자의 모습으로 서술하는 등 역사를 상생의 관점에서 기술하는 것이 아닌 정복과 식민으로 점철된 승부의 시각에서 편향적으로 다루고 있다. 세계사 교과서는 외치고 있다.

“역사는 정글, 강한자만이 살아남는다”.

그래서 한국의 정규 교육을 이수한 이들은 은연 중에 세계사=강대국의 역사=서양의 역사라는 등식을 받아들이게 되고 이는 현실에서 서양인은 강한분, 동남아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은 만만한 놈 혹은 멸시해야 될 새끼들로 인식하게 된다.    

길거리에서 백인을 만나면 주눅이 들어 슬슬 옆으로 피하는 반면, 동남아인을 만나면 눈을 내리까는 지금의 한국. 동남아인을 노동자로 고용한 업주는 그들을 착취하며 월급을 삥뜯고 이를 보는 우리역시 당연하다는 듯 대개는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않는다. 나라까지 나서서 밥그릇 논리를 앞세워 그들을 내쫓고 있는 현실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죄수의 실정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안다고 그랬다. 나는 이를 바꿔 말한다. 교육의 실정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정확히 알 수 있다고.  

교육은 전세대의 경험과 시각을 후세에 되물림한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타인종에 대한 태도는 우리 아버지와, 우리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이나 진배없다. 그런 탓에 지금과 같은 세계사 교육이 유지된다면 자식세대는 나에게서 그릇된 인종주의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주입받게 될 것이다. 우리의 교육이 개혁되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다.


(2006. 8. 29. <풀로 엮은 집>)

9 thoughts on “한국의 인종주의와 세계사”

  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한가지 더 덧붙인다면, 단일민족의 신화를 너무 강조한 것도 원인이 되지 않을까요?

  2. 아, 그렇군요. 단일민족의 신화를 견고히 하기 위한 방패로 세계사 교육이 이용되는 거라 볼 수 있겠군요. 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이고.. 나도 잘못 짚었네…

  3. 우리가 배우는 대부분의 역사는 강자의 역사, 권력의 역사죠. 조선역사가 '이씨'의 역사듯이 말이죠. 푸코가 대감금 시대를 연구한 것도 그때문이지여. 국사라는 단어를 쓰는 나라도 우

  4. 리나라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뭔가 더 씨부릴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글자수 제한 때문에 안 할랍니다. 글자수 제한 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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