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에도 좀비 바람은 불어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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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에서 흥미롭게 목격한 경향 중의 하나가 바로 ‘국경을 초월한 좀비물’이었다. 별도의 섹션으로 프로그램된 것은 아니었지만 ‘세계좀비기행’(?)으로 특별전을 마련했어도 좋았을 만큼 다양한 국적의 좀비영화들로 가득했다. 철학자가 좀비가 되는 체코의 <못 말리는 좀비들>, 나치 잔당들이 좀비로 되살아난 노르웨이의 <데드 스노우>, 조지 로메로의 <시체들의 새벽>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얻은 켄 포리가 출연한 세르비아의 <좀비 습격>, 감염된 영어를 들으면 좀비로 변하는 캐나다의 <폰티풀>, 그리고 사무라이 좀비와 여고생의 대결이라는 희대의 설정이 돋보이는 일본의 <야마가타 스크림>까지, 동서양을 넘나드는 살아난 시체들의 눈부신 활약에 부천영화제 측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더랬다.(대부분의 작품이 매진을 기록했다고!)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두드러지고 있는 좀비 열풍은 유난한 것이 아니다. 뱀파이어물의 유행과 더불어 좀비물은 시대를 반영한 풍자로, 집단의 무의식에 스며든 공포의 발현으로 각광받고 있다. 올 초 멕시코에서 촉발된 돼지독감의 경우에서 확인된 바, 세계는 전염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좀비는 그런 전염의 세상을 은유하는 도구로 손색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좀비물의 인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의문 하나. 한국 역시 신종 플루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터,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는 감염자의 소식에도 불구하고 왜 국내에서는 좀비와 관련한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까. 무슨 소리! 한국에도 소리 소문 없이 좀비문화가 퍼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올 부천영화제에서 가장 호응이 좋았던 좀비영화는 다름 아닌 한국의 <이웃집 좀비>이었다. 6개의 단편이 서로 연결된 <이웃집 좀비>는 좀비 바이러스라는 소재 하에 일상생활 속에 침투한 생계형(?) 좀비를 앞세워 심사위원 특별상을 비롯해 2관왕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물론 <이웃집 좀비>가 한국영화사에 처음 등장한 좀비는 아니다. (한국 최초의 좀비영화는 강범구 감독의 <괴시>(1980)로 알려진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좀비의 삶을 들여다보는 그레이스 리 감독의 <아메리칸 좀비>는 하반기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입산이 금지된 산에 들어간 친구들 중 한 명이 좀비가 되어 나머지 일행과 사투를 벌이는 ‘어느 날 갑자기’ 시리즈의 <죽음의 숲>은 2006년 개봉한 적이 있으며 류승완 감독은 통일신라를 배경으로 퇴마무사와 좀비의 대결을 다룬 <야차>라는 작품을 준비하기도 했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언급한 영화들은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데는 2%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오히려 문학 쪽에서 흥미 있는 소식이 들려온다. 두드러진 것은 아니지만 국내 문학계 역시 찾아보면 꽤 많은 좀비 관련 작품이 발견된다. 죽은 아빠가 좀비로 되살아나 어린 자매를 괴롭히는 듀나의 <너네 아빠 어딨니?>를 비롯해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인 대학로에서 난동을 벌이는 좀비의 소동을 코믹하게 묘사한 구현의 <대학로 좀비 습격사건>, 하늘에서 붉은 비가 떨어지자 동물들이 좀비로 변하는 김준영의 <붉은 비> 등등, 이에 더해 <악기들의 도서관> <펭귄뉴스>로 유명한 김중혁은 좀비를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출판사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클럽’에서 기획 중인 <세계 대전 Z>의 한국 편이다.

<세계 대전 Z>는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로 좀비문학계의 혜성처럼 등장한 맥스 브룩스의 작품이다. 특히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좀비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좀비문학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 할만하다. 좀비의 발생부터 전 세계적인 창궐, 그리고 좀비로 인해 파괴된 문명사회의 재건까지를 전통적인 서사 방식이 아닌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한 것. 유엔 전후위원회에서 파견된 조사관이 좀비전쟁, 즉 ‘세계 대전 Z’에서 살아남은 각 국의 생존자를 만나 생생한 증언을 듣고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한 소설의 화법은 영화로 치차면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다만 한국의 독자로써 아쉬웠던 점은 중국에서 미국까지, 전 세계 생존자의 목소리를 담은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서 한국에 할애된 것은 불과 6페이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 대전 Z>의 한국 편은 그런 갈증을 풀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계 대전 Z>의 한국 편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원저작자인 맥스 브룩스의 허가가 필요한데 지난해부터 답변이 없다는 것이 밀리언셀러클럽 측의 설명이다. 연락 두절인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아무래도 할리우드에서 진행 중에 있는 <세계 대전 Z>의 영화화의 난항 이유가 아닐까 짐작된다. 많이 알려졌듯, <세계 대전 Z>는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은 브래드 피트가 판권을 구입해 <퀀텀 오브 솔러스>의 마크 포스터 감독을 기용, 영화화 중에 있다. 문제는 인터뷰 형식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옮기기 쉽지 않았던지 각본가가 교체되는 등 제작이 지연되고 있는 것. 그에 따라, 원작자인 맥스 브룩스 역시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되는 것이다. 밀리언셀러클럽의 관계자는 맥스 브룩스 측으로부터 계속 답변이 없을 경우, 인터뷰 형식은 살리되 원작의 설정과 세계관은 달리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맥스 브룩스의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출간이 된다면 영화화가 이뤄질 것인지, 이뤄진다면 어느 감독에 의해 어떤 형태의 좀비영화가 될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해 <세계 대전 Z>의 한국 편이 유독 기다려진다. 아직까지 한국 문화시장에서 국내 장르소설이 영화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 경우가 없을 뿐 아니라 좀비를 소재로 한 기획의 참신함과 프로젝트의 중량감만큼이나 결과물이 더욱 궁금해지는 것이다. 소설과 영화의 결합은 장르의 외연을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국의 좀비문화는 서서히 그 세를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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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트
(2009.7.29)

2 thoughts on “한국문화에도 좀비 바람은 불어오는가?”

  1. < 세계대전Z>는 서서히 진행되는 전지구의 좀비화를 활자로 읽는 매력이 굉장한 거 같아요. 그걸 굳이 영상으로 어설프게 옮기면 구차해질 것도 같고… 트랜스포머 보면 또 요즘 세상에 못할 것도 없겠단 생각도 들고요. 근데 그걸 누가 볼까, 싶기도 하고요. ㅋ어쨌든 역시 여름에 수박먹으면서 읽기 딱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저는 < 스트레인> 주문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ㅋ

    1. 오! < 스트레인> 기예르모 델 토로가 쓴 소설 맞죠? 전 재밌는지, 재미없는지 확신이 안 서서 살까 말까 망설이는 중인데, 재미있으면 말해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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