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Hangong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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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감독의 <한공주>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관객의 분노를 유도하는 대신 극 중 피해자인 한공주(천우희)의 삶에 주목하며 담담히 위로하고 응원하는 쪽을 택한다. 우선적으로 감독의 사려 깊은 시선의 연출이 돋보이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위로나 응원 밖에 없다는 무력감이 짙게 배어 있다.
 
그 무력감의 근원에는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제물로 삼는 ‘가해의 커넥션’에 대한 방치가 자리 잡고 있다. 한공주는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약자임에도 강자들의 가해의 커넥션이 두려워 폭행당한 사실을 비밀에 붙인 채 숨어 살아야만 하는 처지다. 그것이 더욱 경악스러운 이유는 가해의 커넥션을 견고히 구성하는 주체가 부모와 교사, 경찰과 같은 이 사회의 대표적인 보호자라는 사실 때문이다.
 
처음부터 한공주의 폭행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제한적인 플래시백과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몇몇 연상 장치로 과거를 노출하는 영화의 형식은 그녀의 사정을 반영한 것일 테다. 공주는 가해자들에게 사과를 받기는커녕 그들의 앞날을 막았다며 사과를 요구받는 지경에 이른다. 이에 대해 감독은 어설픈 동정과 정의감을 개입시켜 또 다른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가해의 커넥션이라는 부조리의 시스템 밖에서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그녀를 지켜보는 쪽을 택한다. 그와 같은 무력감 속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어떻게든 상처를 극복하라고 한공주에게 보내는 응원의 목소리와 위로의 다독임이다. 이수진 감독은 그런 격려의 형태로 <한공주>를 완성했다. 검은 물속으로 침잠할 것만 같은 결말에서 포말처럼 부풀어 오르는 한줌의 희망을 건져 올릴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다.

맥스무비
(201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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