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 이수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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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의 씨네토크를 5월 22일과 23일 각각 인디스페이스와 아트나인에서 가졌습니다. 인디스페이스에서는 <한공주>를 연출하신 이수진 감독님, 극 중 ‘선생님 어머니’라는 호칭으로 출연하시는 이영란 배우님과, 아트나인에서는 이수진 감독님과 함께 했습니다. 인디스페이스에서 가졌던 씨네토크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인디플러스 관객 기자단 인디즈 1기 전유진 기자님께서 정리해주셨습니다. 인디스페이스 블로그에 올라와있는 을 여기에 옮김니다. 이수진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는 위의 사진은 아트나인 관계자 분께서 찍어주셨습니다.  

허남웅(이하 ‘허’): 먼저 감독님께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이수진 감독(이하 ‘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봤던 건 아니었고요. 긴 시간 동안 성폭행, 중고등생의 자살 ,왕따 이런것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었고 그 기억들이 이 영화를 만들게 했던 시작이었습니다.

: 사건도 사건이지만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요. 한공주와 조여사, 선생님 등 주변인물이 많은데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잡아갔는지도 궁금합니다.
: 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 공주는 강한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의 아픔이 있지만 스스로가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캐릭터이길 바랐고 조여사같은 경우에는 우리의 모습과 가장 흡사한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사실 조여사라고 얘기하지만 ‘선생님 어머니’라는 호칭이 관객분들한테는 더 인상깊을것 같은데요. 선생님 어머니라는 호칭, 한공주라는 이름도 그렇고 여러가지 많은 면에서 해석할수있고 생각해볼수있을텐데 호칭과 이름은 어떤 의도이고 어디에 초점을 맞췄는지 궁금합니다.
: ‘선생님 어머니’라는 단어에 큰 의도가 있었던건 아니고요. 실질적으로 공주가 호칭을 부르기가 참 어렵죠. 또 공주에게 중요한 공간을 제공해주는 인물이기 때문에 일종의 잘 보여야 할 대상이죠. 17세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호칭으로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 공주라는 이름 자체가 어디로 숨을래도 숨을 수 없는 이름이기도하고, 영화 <오아시스>에서 문소리 배우미님의 극중 이름이 ‘공주’이기도 한데요. 감독님이 처음 공주라는 이름을 지을때 혹시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 예전부터 극 중 인물의 이름이 영화의 제목이 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이 이야기를 쓰면서 이 친구의 이름이 영화의 제목이 되겠구나 싶었어요. 어렸을 때는 애칭으로 공주라는 이름을 많이 써서 누나 이름이 공주인줄 알았어요. 그만큼 공주라는 이름의 느낌은 사랑받을 존재인데 극중에서는 오히려 외면당하는 아이러니함이 이 이름을 짓게 만들었습니다.

: ‘선생님 어머니’가 공주를 처음 만날 때 첫 행동이 임신했는지 배를 만지잖아요.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감독님의 지시가 있었나요? 그런 식의 애드립이 몇 개 보이는데 어떻게 나온 장면인지 궁금합니다.
이영란 배우(이하 ‘란’): 시나리오에 있었던 장면이이에요. 배 만지는 장면은 많이 싸웠어요.(웃음) ‘임신한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배도 안 나오고 만져봤자 전혀 감도 안잡히는데 손을 대는 건 말도 안된다’ 했는데, 감독님은 ‘그래도 대라’ 하셔서 나온 장면이었죠. 자연스럽게 보인다면 다행입니다 사실 촬영하면서도 ‘선생님 어머니’ 캐릭터가 그렇게 부각 되리라곤 생각 안 했습니다 .열심히 해보려고 애썼을뿐인데 예상 외로 ‘선생님 어머’니 캐릭터를 많이 생각해주시니 다 캐릭터를 재밌게 만들어주신 감독님 덕분입니다.
 
: 배우들에게 대사 전달에 대한 지시사항이 따로 있었나요?
: 이영란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사무실에서 시나리오 보시고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는데, 오히려 제가 오디션을 보는 듯 했어요. ‘왜 저를 선택하신거죠?’부터 시작해서.. (웃음)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선생님이 제한된 시간 안에서 대본에 있는 감정을 잘 살려주시고 많이 보여주려고 애쓰셨기 때문에 지금 이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합니다.
: 감독님이 어떻게  60대 여성을 그렇게 잘 알고있는지 60대 여성의 속내, 감성, 욕망, 판타지 등이 이 캐릭터에 전부 다 깔려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어느 시나리오에서도 볼 수없는 전형적이지 않은 60대 여자인거에요. 그러면서 ‘어떻게 이런 설정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함에 꼬치꼬치 묻느라고 오디션을 좀 했습니다 (웃음)
60대 여성이어도 여자잖아요, 분명 여자로서의 욕구가 있죠. 이 여자는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너무나도 당당하고 또 자기가 돈 있다고 해서 돈없는 사람은 사람 취급도 안하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선생님 어머니’가 밉지 않아요. 스스로에게 솔직하기 때문이죠. 젊은 남자의 시선에서 60대 여성을 한 여인이면서 하나의 주체로 굉장히 당당하고 톡톡 튀게 그려준 것이 고마웠어요.

: ’60대 여성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까’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배우님이 그렇게 느끼셨던 구체적인 장면이 있었나요?
: 예를 들어 이런 대사는 굉장히 신세대적인 감각이죠. “결혼하자는데 그만 만날까?” 전형적이고 순정적인 사랑, 진부한 사랑이 아니라 오히려 쿨하게 애정 관계도 정리할 수 있는 의지요. 그리고 이사람의 언행이 경쾌해요. 그것 자체가 이 여성의 정서나 에너지를 보여주는 거죠.

: 배우님은 어떤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나요?
: 저는 개인적으로 파출소 소장 부인과 그 친구들에게 얻어맞은 상처에 공주가 약을 발라주는 장면이 제가 봐도 연기가 편안하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 감독님께 칭찬 받았거든요. (웃음)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마지막에 한공주가 가방을 끌고 다리에 가기 전 보여지는 나무에서 한공주 내면의 스산함을 느꼈어요. 그 나뭇가지의 움직임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한공주가 고개를 내밀고 헤엄 치다가 그림자로 이어지는 그 이미지가 굉장히 좋습니다. 한공주가 물에 뛰어들었지만 살고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고요. ‘한공주는 끊임없이 살아서 흘러간다는 또다른 차원의 삶의 비법을 깨우친게 아닐까’하는 점에서 그 장면들이 좋습니다.

: 배우님께서는 영화에 출연하실 때 어떤 것들을 고려하나요?
: 저는 배우의 존재감에 대해서 고민해요. ‘이 사람 이 영화에 왜 필요한가’ 혹은 ‘어떻게 고민하나’ 그런 것들이 분명한 당위성을 가지고 있는지요.
: 사실 조여사라는 캐릭터를 배우로 캐스팅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왜냐하면 이 영화의 조여사라는 캐릭터에 집단린치신이 있고 베드신, 목욕신까지 있잖아요. 선생님께서 ‘내가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한번도 하지 않은 세가지를 이 영화에서 다 하고 있다’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도 선생님께서는 단 한번도 싫은 말씀을 안 하셨어요. 아마도 신인감독에 대한 배려를 해주신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 <한공주>라는 영화에서 천우희라는 배우가 어떤 점이 공주와 잘 맞다고 생각하셨는지, 천우희라는 배우를 캐스팅 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 처음 만났을 때 천우희 배우가 슬럼프를 겪고있던 시기였어요. 굉장히 영리한 친구인데, 어쩌면 저를 만나면서 계속 공주의 느낌을 주려고 했는지도 몰라요. 예를 들어 오디션이 끝나고 배웅을 하는데, 함께 가면서도 걸음걸이, 표정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 공주의 느낌을 주려는 것을 느꼈고 그런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 배우님께는 어떠세요? 천우희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부분에 있어서 특별한 대화를 나눈 적 있나요? 둘이서 대체모녀관계의 모습도 보이는데, 연기를 하면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합니다.
: 거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투명하게 곁에 있었어요. 굉장히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연기가 되었어요.
제가 관객의 입장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약한 아이들을 가해하는 모습을 볼 때 제속에서 살의가 올라오는 것을 느껴요. 정당화 될 수 없는 폭력성에 대한 분노와 함께 그러한 모습을 갖고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결말에서 보여지는 카메라워크가 우리 사회에서 한공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버스가 출발하면서 버스 안에 있던 카메라가 밖에 있는 한공주를 끝까지 잡을 수 없고, 공주가 물에 빠졌을 때는 카메라가 다리 난간에서 아래로 바라보기 때문에 거리감이 느껴졌거든요. 우리사회가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 거리감을 다른 장면에서 어떻게 보여주려고 했는지 궁금합니다.
: 말씀 주신게 맞아요. 유리벽, 문 등에 막혀있는 장면이라든지 공주가 항상 바라보는 시선으로 공주의 내면을 보여줬습니다.

: 사실 이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하기 전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였는데, 혹시 해외 관객들은 한국 관객들과  다르게 반응하는 부분이 있나요?
: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데, 미국같은 경우엔 법제도에 대해 분노 했었고, 네덜란드 로테르담영화제에서는 굉장히 깊이 공감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해외 감독들은 오히려 한국관객들 반응에 대해 역으로 궁금해하더라고요.

: 한공주와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과 차기작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다음달에 영화제로 뉴욕과 LA에 갈 예정이고요, 차기작은 <한공주>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준비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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