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ハウルの動く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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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쟈키 하야오 감독이 연출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한국에서 2004년 12월 23일에 개봉을 했죠. 정확히 10년 후에 다시 재개봉하는 영화인데요. 10년 전 개봉 당시 거의 두 달 동안 상영되면서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이 영화를 봤는데요. 하야오 감독의 작품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애니메이션이 되었습니다. 전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 불명>(2002)이 200만 명의 관객이 볼 만큼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데다가 200개 상영관이 될 만큼 하야오 감독의 영화가 국내에서 대규모로 릴리즈된 경우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최초이었거든요.

‘하야오’의 새로운 캐릭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하야오의 영화 중에서도 좀 다른 느낌이 강한 작품이죠. 하야오 감독은 대개 자신의 창작으로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감독이지 다른 사람의 작품을 소화한 적은 없잖아요. 게다가 이 영화는 하울과 소피의 로맨스가 중심에 놓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하야오의 전작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죠. 아마 그것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관례를 깨고 하야오의 영화가 겨울에 개봉한 이유이기도 할 거예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전까지 지브르의 작품은 여름에 개봉하는 게 관례였거든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1986년에 출간된 영국 출신 다이애나 윈 존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하야오 감독이 이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었던 건 ‘움직이는 성’이라는 설정 때문이었습니다. 근데 흥미롭게도 원작을 읽어 보면 성이 움직이는 부분에 대한 묘사는 별로 없습니다. 바로 그 점에서 하야오 감독은 자신의 해석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했다네요. 움직이는 성의 모습과 원작과 애니메이션은 완전히 다릅니다. 원작에서 묘사한 바로는 고층 빌딩처럼 좁고 높은데다가 석탄 벽돌로 둘러싸인 형태인 것에 반해 영화에서는 수많은 고물을 수집해 완성된 형태이잖아요. 게다가 다리가 있습니다. 닭의 형상에서 가져온 건데 4개예요. 4개가 그릴 때 편하기 때문이었다죠.

사실 하야오가 ‘움직이는 성’을 만들기 위해서 주요한 모델로 삼은 것은 프랑스의 ‘몽 셀 미셀’이었습니다. 밀물 때는 바다에 바닥 부분이 잠기고 썰물 때 드러나는 수도원이죠. 그에 착안해, 애니메이션 속 배경 역시 프랑스, 그중에서도 콜마르입니다. 콜마르는 독일, 스위스, 프랑스 국경에 접해 있는 작은 도시입니다. 동화마을로 유명한 콜마르는 알자스 지역의 옛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한 도시로 16세기 유럽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하죠. 하울이 소피를 안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장면에 등장한 반 목조건물은 콜마르의 구시가 가옥을 그대로 옮겼다고 합니다.

영화화 허가를 받기 위해 미야자키 하야오는 직접 영국 브리스톨에 살고 있는  다이애나 윈 존스를 찾아갔다고 해요. 다이애나 윈 존스도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그 훨씬 전부터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러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하야오 감독이 원작 소설에 대해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주변에서 마법 같은 일이 생긴다, 라고 해석했대요. 다이애나 윈 존스의 답변에 따르면, 자신의 소설에 대해 그렇게 말해준 독자가 별로 많지 않았다고 해요. 원작이 추구하는 세계관을 하야오는 정확히 캐치해냈던 거죠. 그러면서 많은 것을 성취해내는 이야기를 하야오는 만들어냈는데 사실 10년 전과 다르게 이번에 영화를 보다 보니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사랑은 마법을 타고

<인터스텔라>인데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인터스텔라>가 꽤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행성 사이’를 뜻하는 <인터스텔라>의 제목처럼 두 영화는 대비되는 두 세계를 다루고 있죠. <인터스텔라>가 인간이 도저히 살 수 없는 지구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남아 있는 행성,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전쟁으로 파괴되는 일종의 현실 세계와 전쟁으로부터 안전해 보이는 자연. 게다가 이 대비되는 두 세계를 연결해주는 건 <인터스텔라>의 웜홀 혹은 블랙홀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움직이는 성이에요. 그래서 <인터스텔라>의 머피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소피는 그들이 마음 속에 각각 품은 아빠와 하울을 노파가 될 때까지 기다리죠. 그에 반해 상대방들은 여전히 젊은 그대로의 모습이고 말이죠.

전쟁으로 거의 죽을 지경이 된 하울을 살리기 위해 소피가 하울의 유년 시절을 보면서 “미래에서 기다릴게”라며 해결책을 찾는 부분 역시 블랙홀에 들어간 <인터스텔라>의 쿠퍼가 5차원 세계에서 3차원의 지구 속 과거에서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과 얼마나 흡사했는지 몰라요. 제가 드리는 이 말씀은 하야오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미리 <인터스텔라>를 예견했다, 는 의미가 아닙니다. 결국 <인터스텔라>의 흥행도 그렇지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역시 마법(<인터스텔라>에서는 과학이겠죠)이라는 어떻게 보면 어려울 수 있는 개념이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성 때문에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얘기입니다.

원작에서는 모자 가게에 대한 묘사가 많이 있는데 애니메이션에는 초반 장면을 빼면 별로 등장하지 않죠. 그도 그럴 것이, 기본적으로 하야오 영화의 스펙터클은 모험입니다. 근데 그 모험은 자연이라는 생명력 넘치는 세계를 파괴하려 드는 세력, 즉 인간이죠. 그와 같은 대립에서 더욱 강조가 되는데요. 예컨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에서 소녀 나우시카는 지구를 정화할 그 무언가를 찾아 군사제국 토르메키아에 맞서죠. ‘원령공주’로 소개가 되는 <모노노케 히메>(1997)에서는 숲을 파괴하는 인간들을 향해 들개의 신 모로와 원령공주가 전쟁에 나선다는 이야기죠. 그렇기 때문에 자연과 전쟁, 혹은 인간과의 대립은 하야오의 영화에서 일종의 모험으로 치환되고는 합니다. 그와 같은 위험한 모험을 해피엔딩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근데 사랑이라는 건 꼭 젊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잖아요. 이 부분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인터스텔라>가, 무엇보다 하야오와 다이애나 윈 존스에게서 공통으로 느껴지는 부분이에요. 사랑이란 부녀간에도, 90세의 노파와 젊은 남자 간에도 이뤄질 수 있는 거죠.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일 텐데, 그것이 현실과 마법 속사이에서, 지구와 우주 간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건 결국 사랑의 위대함이라고 봐요. 충분한 사랑을 하게 되면 멋진 일들이 일어나는데 그것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마법’으로 구체화되는 거죠.  
 
여자들이 사랑한 남자

120분 가량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무려 11만 장의 셀화가 사용됐다고 하죠. 하야오는 영화를 완성하기 전 주요한 이미지에 대해서는 미리 다이애나 윈 존스에게 작화를 보여줬어요. 가장 먼저 작업을 한 게 성이었는데 그 그림을 다이애나 윈 존스가 보게 된 거죠. 원작과 완전히 다르지만 판타지적으로 하야오 감독이 해석한 부분이 맘에 들었다죠. 그뿐인가요, 다이애나 윈 존스는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자체를 무척 맘에 들어 했어요. 가장 맘에 들어한 캐릭터는 ‘캘시퍼’이었다고 하죠. 원작에서와는 완전히 달라진 캐릭터입니다.  캘시퍼는 그야말로 이 애니메이션의 심장이자 성을 움직이게 하는 원천이고 하울의 생명과 같잖아요.
 
소피 캐릭터는 다이애나 윈 존스 그 자신이 모델이었어요. 그녀가 1984년에 심하게 아픈 적이 있었는데 걸어다니기가 힘들어서 지팡이에 의존했다고 해요. 1934년 생이니까 50살 때인데 그런 부상 때문에 갑자기 팍 늙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죠. 대신 나이 먹은 사람은 지팡이를 들고 호통을 칠 수가 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는 굉장히 얌전하고 소심한 소피가 노파가 되었을 때 청소도 열심히 하고 적극적인 여자의 모습으로 해석해 캐릭터를 완성했죠.  소피가 다이애나 자신의 모습이 투영됐다면 하울은 하야오 자신의 모습이 들어갔습니다. 하울은 지브리 스튜디오 사상 최초의 꽃미남 모델인데 제작 중에 이견이 있었다고 해요. 남자 스태프 중 한 명이 하울이 바람둥이라 싫다고 하자 하야오 감독이 당신이 인기가 없으니까, 로 일축하면서 결단을 내렸다네요.

하울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사실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좋아할 만하죠. 다이애나의 독자 반응도 하울에 대해서가 압도적이래요. 그중에는 하울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여자가 많은데 실제로 그런 남자를 만나면 결혼해도 되느냐, 는 질문이랍니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하야오 감독은 하울 역의 목소리 캐스팅에 대해서 일본에서 오랫동안 여성들이 좋아하는 남자 배우로 꼽히는 기무라 타쿠야를 꼽을 것일 텐데요. 여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원래는 기무라 타쿠야를 뺀 30명의 모델이 있었다고 해요. 근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소식을 듣고 기무라 타쿠야가 먼저 연락을 해왔데요. 작은 배역이라도 좋으니 목소리로 출연하고 싶다. 그 소식을 듣고 하야오 감독은 기무라 타쿠야가 하울 목소리 역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원래 하야오 감독은 일본의 젊은 연예인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죠. 하지만 smap은 안다고 해요. 좋아서가 아니라 오래 전에 지하철에 탄 적이 있는데 그때 초창기의 smap 멤버들이 있었나 봐요. 한 젊은이가 젊은 여자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데 저 남자 굉장히 피곤하겠다고 하야오는 생각했대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기무라 타쿠야이었고 그런 인연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

원작에는 없는 내용인데 다이애나 윈 존스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속 장면은 황야의 마녀와 소피가 그 높은 계단을 올라가는 부분이라고 해요. 황야의 마녀는 실제 다이애나 윈 존스의 이모님에게서 가져온 캐릭터라고 하죠. 90세 먹은 소피가 힌을 데리고 황야의 마녀와 함께 올라가는 장면이 일종의 긴장을 불러일으키면서 유모러스하기도 해 맘에 들었다는 거죠. 이는 다이애나 윈 존스와 하야오의 세계관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해요. 이들 영화에서는 선과 악이 분명하기는 해도 인물들은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잖아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인물들은 거의 대부분 마법에 걸려 있어요. 소피도 그렇고, 하울도 그렇고, 캘시퍼도 그렇고, 무대가리 허수아비도 그렇고. 그런데 그 모습 모두 그들 자신이기도 합니다. 하야오가 젊은 소피에서부터 90세 소피까지 전 세대에 걸친 사랑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이야기를 가져간 건 젊음이 늙음보다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모든 모습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거든요. 인간이란 선과 악으로 단순히 나눌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게 하울이라고 봐요. 하울은 하야오 감독이 자신이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대요. 젊은 모습? 젊을 때도 멋있었지만 하울이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강함 그 반대 편에서 연약하고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결국 인간이 지닌 다양한 모습이겠죠.

무비토크
(2014.12.2)

“<하울의 움직이는 성>(ハウルの動く城)”에 대한 2개의 생각

  1. 왜 이렇게 좋은 리뷰에 댓글이 없는거죠? 이 영화 재개봉 보고 검색해서 들어왔습니다. 저는 성 모습이 마그리트 그림하고도 닮아보이더라구요. 그리고 캘리퍼 친구들(?)이 춤추는건 마티스 춤하고 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1. 안녕하세요 꿀땅콩님 ^^ 제 블로그가 원래 댓글이 별로 없습니다 ^^; 저도 마그리트와 마티스 좋아하는데요. 꿀땅콩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그런 거 같네요. < 천공의 섬 라퓨타>의 성도 마그리트 그림과 닮지 않았나요?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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