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나 블루스>(Habana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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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지의 쿠바 음악을 접할 수 있었던 건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을 통해서였다. 한동안 조국에서조차 잊혔던 쿠바의 노장 음악가들은 이 영화를 발판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전 세계에 알리고 마침내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다. 그렇게 이들의 음악이 귀를 간질이는 동안 그만큼 궁금증도 커져만 갔다. 왜 이렇게 훌륭한 음악이 이제야 알려지게 되었을까. 또 하나. 훌륭한 노장 음악가를 둔 쿠바의 젊은 음악인들의 음악은 어떨까. 지금 소개하는 베니토 잠브라노 감독의 <하바나 블루스>는 이에 대한 해답이 되어줄만한 영화다.

단짝친구이자 함께 밴드생활을 하는 루이(알베르토 조엘 가르시아)와 티토(로베르토 산마르틴)는 음악을 통해 성공을 꿈꾸는 순수한 젊은이들이다. 첫 번째 콘서트를 기획하던 중 스페인 음악 관계자를 만나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손에 잡힐 줄 알았던 성공이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하바나는 재능 있는 젊은 음악인들로 넘쳐나는 도시다. 그런데 이들은 공연장이나 클럽이 아닌 집안이나 주차장 등 최소한의 연주기능을 갖춘 곳에서 주로 공연을 한다. 음악을 산업적 파이로 키우기엔 쿠바의 상황이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 제재에 따른 가난한 삶이 발목을 잡은 것. 그래서 쿠바의 음악인들이 꿈꾸는 건 단순한 부와 명예가 아니다. 이들에게 성공은 연주하는 도중 전기가 끊겨 녹음이 중지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생활고 걱정 없이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쿠바 음악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조국을 등지는 정치적 발언이 가사에 반영돼야 하고 미국과 유럽인들의 귀에 맞게 연주도 손을 봐야 한다. 응하지 않을 경우? 배곯으면서 구질구질하게 음악을 하든가, 아니면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주인공들이 오랜 기간 동안 음악과 담을 쌓고 지낸 후 초로의 나이가 되어서야 알려지게 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그렇지만 베니토 잠브라노 감독은 그런 쿠바 젊은 음악인들에게 비관적인 시선을 보내는 대신 따뜻한 눈길을 선사한다. 12년 동안의 쿠바 생활에서 겪어본 바에 따르면 음악은 이들의 시름과 고통을 잊게 해줄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체제의 압박은 지긋지긋해요, 암거래도 이제는 지긋지긋해요.’, ‘제가 감히 어떻게 정치와 신에 맞서 싸우겠어요.’와 같은 이들 음악의 가사는 늘 자조적이고 불안해보여도 그 연주만큼은 귀를 파고들 정도로, 심장을 울릴 정도로 경쾌하고 쾌활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영혼을 울리는 음악이란 건 바로 이를 두고 나온 말일 테다.

아내와 아이들이 나은 삶을 위해 밀항으로 미국에 넘어가도, 단짝 티토가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스페인 음악관계자의 제안에 쿠바를 떠나도 루이는 좌절하거나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시름을 잊게 해 줄 쿠바의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린 그런 루이가 언젠가는 지금의 고단한 삶을 벗어나 생활고 걱정 없이 늘 음악과 함께 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신의 신념에 반하지 않는 음악으로 성공하여 전 세계인들에게 들려줄 것이라고. 그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이브라힘 페레르이고, 콤파이 세군도이며, 루벤 곤잘레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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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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