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는 ‘김기덕 리부트’의 신호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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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가 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직후, SNS에는 한국 영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을 향한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감독의 영화를 홀대해 온 한국 관객의 ‘보는 눈’과 학력과 배경 때문에 그를 평가절하 해 온 사회 분위기를 반성하는 내용이 많았다. 때마침 김기덕 감독의 행보도 달라졌다. 한동안 대중과의 접촉을 꺼려 온 그는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파격 노출을 감행했다. <피에타>는 김기덕 감독의 전작을 통틀어 가장 대중적인 영화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과연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 리부트’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박혜은 편집장 앞서 잠시 언급했던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대한 해외와 국내 반응의 차이에 대해 조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용진 기자 김기덕 감독 영화 작업의 시초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과거 인터뷰에서 밝혔듯, 그가 프랑스에 거주했던 시기에 극장에서 <양들의 침묵>(1991)과 <퐁네프의 연인들>(1992) [연인]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고,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 그는 대사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 영상만으로 이야기가 오롯이 전달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런 경험이 이후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서 대사보다는 이미지와 상징으로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허남웅 객원기자 충분히 납득할 만한 근거다. 그의 영화는 대사 없이 이미지와 상징으로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에 판타지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런 성향 때문에 해석의 여지가 넓어지고 평단으로 하여금 논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았다. 또한 그의 영화가 종교적 색채가 짙고 그리스 신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해외 관객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경향도 있다. 서양 관객은 즉각적으로 이해하는 반면, 신화와 기독교가 체화되지 않은 한국 관객은 ‘읽어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박혜은 편집장 굉장히 본능적이고 직관적으로 이야기의 얼개를 완성하는 것은 김기덕 감독의 탁월한 재능 중 하나다. 이제는 이런 작업 방식이 아예 체화된 경지에 이른 것 같다.

지용진 기자 저예산 영화의 특성상 김기덕 감독은 15~20회차 안에 영화 한 편을 완성하는 방식이 몸에 뱄다. 물론 프리프로덕션 과정이 그만큼 치밀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취사선택을 해야할 때, 매우 직관적으로 장면을 뽑아 올린다.

장성란 기자 그런 작업 방식이 김기덕 감독 영화의 매력이었다. 정화하지 않은 날것의 강렬한 이미지. 하지만 <피에타>는 굉장히 자제하고 순화시킨 기색이 역력하다. 대중성을 위해 그만의 강점을 포기한 것이라면 아쉬운 변화다. 사실 “내 영화가 대중적이다, 반대중적이다”라고 선언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그것은 대중이 평가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허남웅 객원기자 김기덕 감독이 언급하는 ‘대중적인 영화’는 흥행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제아무리 창작자가 대중적으로 만들어도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까닭은 영화의 대중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배급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극장이 충분히 열리면 관객 몇 백만 명이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용진 기자 확실히 흥행에서는 한국과 해외에서 차이가 크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예술 영화계의 블록버스터’다. 최소한 20만~30만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고작 관객 수가 1만 명에 불과하니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김현민 기자 조금 다른 판단 기준이 필요할 것 같다. 김기덕 감독 영화의 강점은 그만의 강렬한 화법과 시선이다. 관객이 듣고자 하는 화법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상업 영화의 태도라면, 작가의 화법을 고수하는 것이 소위 예술 영화, 작가주의 영화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작가 영화는 충성도 높은 소수의 관객이 소구하는 영화다. 김기덕 감독의 바람이 비현실적인 것은 아닐까.

지용진 기자 김기덕 감독이 원하는 대중적인 반응을 <피에타>에서 목격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일요일 낮 3시 극장에서 <피에타>를 봤는데, 매진이었다. 매번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서너 명 남짓한 극장에서 봤는데, 아주 새로운 경험이었다.

장성란 기자 김기덕 감독은 한국 영화의 ‘브랜드’가 된 지 오래다. 이미 장철수 전재홍 감독처럼 ‘김기덕의 제자’들이 영화를 만들고 있고, 흥행력을 발휘하고 있다. 관객 수를 떠나 그는 충분히 ‘대중적인 감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평 진영에서 김기덕 영화를 평가절하 해 왔다는 주장에 대해선 동의하나? 초기작은 여성주의비평가들에게 집중 포화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허남웅 객원기자 김기덕 감독의 회화적 상징성 때문에 어느 정도 그런 결과로 이어졌다고 본다. 예를 들면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소설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다. 이야기의 얼개도 완벽하고, 현실적인 디테일도 집요하다. 한편 김기덕 감독은 어떤 특징적 이미지를 가져와서 스크린이라는 화폭에 새겨 넣는 것이 특징이다. 예술가마다 특성이 있고, 김기덕 감독의 이런 특성이 내러티브 비평 중심의 비평계에서 ‘허술함’으로 취급된 부분이 있다.

김현민 기자 아무래도 평론가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러티브가 치밀한 이창동 감독,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을 테다. 영상 비평 문화가 취약하기 때문에 상징적인 이미지로 이야기하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덜’ 읽어낸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아리랑>(2011) <아멘>(2011)에 대한 비평을 보면 더 이상 ‘내러티브의 부재’를 김기덕 감독의 취약점으로 읽는 평자는 없다. 또한 그의 영화를 ‘불편하고 폭력적’이라고 설명하는 게으른 수식도 사라지고 있다.

지용진 기자 초기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여성을 성적인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의 영화 속 여성은 ‘창녀 아니면 성녀’라는 이분법으로 나뉜다는 게 주된 비판이었다. 점차 이런 비판은 잠잠해지지 않았나?

장성란 기자 그것은 너무 1차원적인 해석이다. 영화에서 여자를 성적 도구화했으니 무조건 ‘나쁜 영화’라는 비판은 그야말로 게으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여성은 폭력에 노출되고, 성적인 도구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 상황을 미화하거나 찬사한 적은 없다.

김현민 기자 <추격자>(2008)를 예로 들어보자. 그 영화를 보고 “여성을 폭력의 희생양으로 전락시켰다. 감독이 여성이 희생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섬>에서 여성이 몸에 낚시 바늘을 넣는 장면은 매우 가학적이고 잔혹하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명확했다. 싫다고 말할 순 있지만, 그런 장면을 찍으면 안 된다고 말할 근거는 전혀 없다.

박혜은 편집장 시기적인 문제도 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태동했을 때, 한국에서는 여성주의 평론이 함께 태동했다. 어찌 보면 김기덕 감독의 영화와 여성주의 비평이 함께 성장했다고 볼 수도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1차원적인 페미니즘 비평은 사라지기 시작했지만, 이때의 싸움이 너무 극렬했기 때문에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반(反)여성적’이라는 잔상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더불어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불편하다’라는 수식도 사라지면 좋겠다. 그는 불편한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지, 그의 영화는 불편하지 않다. 폭력적인 장면을 담고 있지만, 그 영화 자체가 ‘폭력적’인 것은 아니다. 더불어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불편하기 때문에 더 봐야 한다는 식으로 이용할 필요도 없다. 최근 트위터에서 ‘그의 영화가 재미없는 이유는 관객이 무식해서’라는 내용의 글을 봤는데, 이런 평가가 훨씬 더 폭력적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것은 김기덕 감독에게 어떤 계기로 작용할까?
김현민 기자 개인적인 성취에 박수를 보내고 축하할 일이다. 또한 한국 영화계에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그 상이 ‘<피에타>는 세계 1등 영화’라는 근거는 아니다. 그런 식으로 상의 의미가 오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박혜은 편집장 상은 영화의 완성도를 인정하는 의미와 함께 작가의 미래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응원의 의미도 있다. 많은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다. 최고상을 받은 것은 ‘1등 영화’이고, 어떤 비평도 용납할 수 없다는 발상은 지독하게 편협한 것이다.

허남웅 객원기자 분명히 이번 수상은 김기덕 감독의 이후 행보에 큰 지원군이 될 것이다. 약간 덧붙이자면 과거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콤플렉스의 발현’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김기덕 감독의 수상을 ‘아웃사이더의 성공’으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전근대적인 발상이다. 이번 수상은 그가 더욱 자신감 있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응원이 될 것 같다.

김현민 기자 모든 창작자에겐 근원적인 열등감이 있게 마련이다. 꼭 학력이나 배경이 열등감을 낳는 것은 아니다. 김기덕 감독에게 열등감 혹은 콤플렉스의 에너지를 찾아내려는 시도가 더욱 큰 불평등이라고 본다.

movie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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