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깔=꿀색>은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가 ‘사이좋게’ 어울리는 영화다. 애니면 애니, 다큐면 다큐, 특정 장르를 고집하지 않고 두 장르를 하나로 묶은 건 이 영화의 연출자 중 한 명인 융 전정식 감독의 성장 배경과 관련을 맺는다.
융 전정식은 1960년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이 되던 해에 벨기에의 가정으로 입양됐다. 금발머리, 파란 눈의 가족 사이에서 검은 머리와 눈을 가진 융은 생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트라우마를 안은 채 혼란한 성장기를 보냈다. 한국인이면서 한국인이 아니고, 벨기에인이면서 벨기에인이 아닌 이방인의 정서는 그로 하여금 가족에게, 친구에게, 주변 모두에게 반항하도록 만들었다.
그럴수록 더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융을 다잡아준 건 가족, 그중에서도 어머니였다. 심한 말썽을 피운 융을 향해 ‘썩은 사과’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아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지만 그녀에게 가족이란 기본적으로 국적도, 인종도, 성별도 따지지 않는 순수의 소우주다. 비록 생모는 아니지만 하늘이 부모에게 부과한 사랑이란 이름의 의무란 게 자식을 교육하고 보호한다는 것임을 그녀는 가슴으로 증명해 보인다.
가족은 비단 피로 맺어진 관계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융 전정식 감독의 경우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모두가 가족이다. 각자 다름이라는 형태로 개인을 구성하지만 그래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가 하나의 작품에서 공존하듯 나와 너를 가르지 않는 가족애야 말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분란과 갈등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맥스무비
(2014.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