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피노키오> 엔조 달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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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만화에 익숙한 우리는 <피노키오>를 미국의 것으로 알고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들으면 섭섭해 할 일이다. <피노키오>는 이탈리아의 동화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쓴 <피노키오의 모험 Le avventure di Pinocchio>이 원작이다. 물론 기본적인 설정과 전체적인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이지만 이탈리아인들이 보는 피노키오는 미묘하지만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엔조 달로가 전 세계적으로 수없이 많이 만들어진 <피노키오>를 애니메이션으로 발표한 건 이 때문이다. 그나저나 인터뷰 룸으로 들어서는 엔조 달로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이거 완전히 제페토 할아버지가 아닌가.

감독님의 인상이 영화 속 제페토와 판박이다. (웃음)
나는 제페토보다 피노키오 쪽이다. 피노키오처럼 좀 거짓말을 한다. (웃음)

하지만 당신의 <피노키오>에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진다는 설정이 그렇게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피노키오가 코가 길어지는 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탈리아인들이 조각에 재능을 보여 피노키오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는 건, 뭐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편견일 수 있다.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중 나무로 만든 목각인형이 된 것뿐이다. 대신 시나리오를 쓸 때 모든 캐릭터를 이해하고 싶어 그들이 되어보려고 했다. 그렇다보니 모든 캐릭터에 내가 담겨 있다. 제페토라면 내가 이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피노키오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라고 접근했기 때문에 모든 캐릭터들이 내 자식 같다.

원작을 각색하면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췄나?
피노키오의 정신적인 측면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피노키오의 행동 이면에 담긴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런 방식은 아시아의 작품들에서 쉽게 목격된다. 2002년 프랑스의 앙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마리 이야기>(이성강 감독)라는 작품이 상을 받았다. 이 영화의 시적인 느낌이 너무 좋아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다. 나 역시 그런 방식을 선호하는데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기보다는 이면에 의미를 담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교훈극의 느낌이 강한 디즈니 버전과 달리 <피노키오>는 모험의 측면이 훨씬 강하다.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관계가 핵심이다. 제페토가 피노키오를 만든다는 설정은 만화지만 현실에서도 있을 수 있는 부자(父子)관계로 묘사해 관객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어려웠던 부분은 제페토와 피노키오의 관계를 어떻게 끝까지 끌고 가야 할지였다. 이 작품을 만들기 전부터 고민을 한 부분이다. 현실에서도 그렇지만 아버지가 아들이 자신을 닮기를 바란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걸 아들에게 기대하지 않나. 반면 아들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봐 부담을 느낀다.

안 그래도 극 중 제페토는 아들 피노키오가 학교에 열심히 다니기를 바라지만 피노키오는 청개구리처럼 행동한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현재 상태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그리고 다르게 되기를 원한다. 사람마다 행복을 찾는 길이 각자 다르다. 영화 내에서도 모든 캐릭터들이 각자의 행복을 찾아다닌다. 제페토에게 피노키오는 행복 그 자체다. 피노키오를 만들고 기르면서 자신의 행복을 투영한다. 그렇게 피노키오가 천천히 성장하듯이 그 과정에서 제페토 역시 성장한다. 학교에 가겠다며 집을 나선 피노키오가 돌아오지 않자 그를 찾아다니면서 제페토가 끝내 깨닫는 게 있다. 자신과 피노키오의 행복은 다르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내겐 제페토가 피노키오를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했다.

제페토의 젊은 시절로 오프닝을 연 건 제페토의 성장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었나?
그런 목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다른 걸 하고 싶었다. 흑백으로 제페토가 연을 날리는 오프닝은 원작과는 전혀 다른 부분이다. 젊은 제페토의 연이 하늘을 날아 60년 후 늙은 제페토의 집 창문을 두드리고 이 연으로 피노키오의 옷을 만든다. 그리고 이 연은 또 다른 제페토를 찾으러 다닌다. 결국 연은 판타지를 표현한다. 제페토가 처음 갖게 된 환상은 어른이 되어가면서 점점 잃게 되는데 연이 다시 그를 찾으면서 그 환상을 아들에게 물려주는 거다. 그렇게 물려받은 연을 통해 피노키오는 다른 아이로 성장한다.

<피노키오>를 다르게 하고 싶었다는 욕망은 디즈니의 것으로 알려진 피노키오를 이탈리아의 품으로 돌려놓기 위한 욕망과 통한다고 할 수 있을까?
피노키오는 전 세계적으로 성경이나 코란만큼이나 많이 읽히고 번역된 책이다. 150년 넘게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제작자들이 이 원작과 스토리를 바탕으로 영화도 만들고 애니메이션도 만들었다. 각자 추구하는 행복의 방식이 다르듯 만드는 나라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변형됐다. 바로 그런 이유로 나는 <피노키오>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탈리아의 원작을 지극히 이탈리아 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탈리아를 담길 원했기 때문에 스텝 모두가 이탈리아인들로 구성됐다.  

세계적인 삽화가 로렌조 마토티와 작곡가이자 가수 루치오 달라가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피노키오>는 나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전작들 역시 원작이 모두 소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자가 의도했던 콘셉트를 이어나가는 것에도 중점을 뒀다. 물론 똑같이 만들 수는 없지만 기본설정에 충실하려고 했다. 영화음악의 경우, 원작가 콜로디가 클래식 음악가 조아퀴니 로시니를 좋아해서 배경음악으로 활용했다. 그에 맞춰 극 중 캐릭터들 또한 노래를 부르듯 리드미컬하게 대사를 치도록 했다. 

피노키오라는 이름도 굉장히 리드미컬하다. 어떻게 유래된 이름인가?
그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다. 아직도 연구 중에 있고 그래서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몇몇은 ‘피놀로’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한다. ‘잣’이라는 의미인데 목각인형이다 보니 나온 유래로 보인다. 또 하나는 피렌체 근처의 작은 동네 이름이 ‘피노키오’다. 그런데 지금은 없어졌다. 이처럼 각각 연구하는 방식에 따라 버전이 다른데 아직도 콜로디가 왜 피노키오라고 이름을 지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피노키오를 비롯해 극 중 캐릭터나 배경은 전 세계적으로 익숙한 디즈니와는 굉장히 다르다.
섬세하게 표현하지 않으려 했다. 피노키오는 목각인형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이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스케치의 느낌이 두드러지도록 했다. 사실 이에 대한 고민도 굉장히 많았다. 왜냐면, 원작소설도 그렇고, 피노키오를 다룬 대개의 작품을 보면 결말이 비슷하다. 피노키오가 목각인형에서 사람으로 변하는데 평균적인 사람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거다. 단순히 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인지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근데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비슷해지고 있지 않나. 피노키오만큼은 그렇게 되는 걸 원치 않았다.

피노키오를 제어가 힘든 말썽쟁이로 묘사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나?
피노키오는 매 순간, 매 장면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내가 원한 거다. 아이들은 단 한 순간도 멈춰있는 적이 없다. 내가 볼 때 아시아보다 서양아이들이 그 도가 더 심한 것 같다. 피노키오에 그런 행동을 담고 싶었다. 기차처럼 속도가 증가하는 것처럼 피노키오 역시 앞으로 나아가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일러스트들에게 기차 같은 느낌을 반영해달라고 했다.

그를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스탭과 제작기간이 필요했을 텐데?
유럽 내에서는 최초로 아방가르드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웃음) 종이와 연필을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 캐나다에서 나온 소프트웨어인데 이탈리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좀 손을 봐달라고 했다. 손으로 그린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한 쪽으로 말이다. 그래픽 태블릿으로 작업했는데 이 방법이 좋았던 건 내가 원하기만 하면 쉽게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노키오>를 작업하면서 우리는 그림의 층을 3개로 뒀다. 3개를 겹쳐서 깊이를 만들었다. 첫 번째 레이어는 아주 얇은 선으로 구성을 했고 두 번째 레이어는 약간 투명하게 미디엄 사이즈로, 세 번째는 점선으로 좀 더 굵게 해서 명암을 줬다. 그런 후 3개를 겹치면 손으로 그린 느낌이 난다. 색깔도 중요했다. 보통 애니메이션은 볼륨이 없는 느낌이다. 그에 반해 <피노키오>는 거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모험물이기 때문에 볼륨감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연필로 그린 느낌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자연스러운 느낌의 애니메이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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