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카를로스 메디나 감독의 장편 데뷔작 <페인리스>에는 두 개의 시간대가 교차한다. 먼저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스페인과 프랑스의 어느 국경 지대에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거 발견된다. 그중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던 한 아이가 스페인 내전이 터지면서 폭력성이 폭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현재. 다비드는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해 아내를 잃었다. 그 과정에서 다비드는 자신에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인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는 자신의 출생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페인리스>는 관객들로 하여금 우선적으로 두 개의 시간대가 어떻게 연결이 될까 흥밋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후안 카를로스 메디나가 시간대의 교차를 통해 의도하려는 바는 따로 있다. 바로 역사의 학습 과정이다. 첫 번째 시간대의 아이들은 고통을 체감하지 못하는 대신 이를 학습한다. 역사가 꼭 그렇다. 예컨대, 스페인 내전은 좌파 정부와 우파 반란군 간의 싸움이었는데 그 당시 발생한 서로에 대한 미움과 저주는 후대에게 학습되어 여전히 스페인의 현대사를 자극한다. 그와 같은 이유로 스페인 영화계에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스페인 내전에 대한 영화가 끊임없이 제작된다. <벌집의 정령>(1973) <까마귀 기르기>(1976) <판의 미로>(2006)에 이은 <페인리스> 또한 이 계보에서 평가할 만하다.
17회 Pif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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