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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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메이커>는 <퍼펙트 게임>(2012)처럼 TV 스포츠뉴스의 하이라이트를 옮겨놓은 것처럼 뻔하다. 동료 마라토너의 1등을 위해 그의 곁에서 레이스를 돕는 ‘페이스 메이커’ 주만호(김명민)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고 급기야 동료와 승부를 겨룬다는 인간승리의 영화다. 어딘가 좀 모자라 보이는 주만호(그는 <신석기 블루스>(2004)의 이성재가 연기한 신석기처럼 ‘뻐드렁니’로 등장한다.)의 외모, 거액의 사채로 어려움을 겪는 생계 곤란의 상태, 그리고 갑작스러운 국가대표 합류로 찾아오는 인생역전의 기회까지, 오프닝만 보아도 결말이 쉬이 짐작되는 것이다.

이건 한국의 스포츠영화가 갖는 고질적인 한계다. <페이스 메이커>는 등장인물들을 엘리트와 비엘리트로 이분화하고 주만호의 인간승리를 신화화하기 위해 전자를 비호감으로, 후자를 호감으로 묘사하는 의도적인 일반화의 오류를 서슴지 않는다. 여기에는 한국사회의 엘리트를 바라보는 일반의 시각이 노골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예컨대,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이 기대되는 민윤기(최태준)는 잘생긴 외모와 정상급 실력을 갖췄지만 안하무인격의 인간성을 드러내며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린다.
그와 달리 주만호는 동료의 업적을 위해 자신의 성적 따위 연연해하지 않고 동생의 출세에 방해가 되는 스스로의 존재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관객의 호감을 사는 것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는 한국사회의 직접적인 축소판이랄 수 있는 한국 스포츠 계를 이끌어가는 근간이다. 국가를 위해서라면 일개 선수의 희생이 당연시 되고 은메달, 동메달의 수십, 수백 개의 가치가 금메달 한 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변의 의식은 개인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경직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런 풍토를 반영해야 하는 한국의 스포츠영화가 흥미를 끌 리 만무하다. 한국의 스포츠영화가 웬만해서 흥행에 재미를 못 보는 이유는 한국 스포츠계의 경직성을 그대로 이식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예외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인데 은메달의 가치가 조명되었다는 점에서 한국 스포츠영화의 전형성을 완전히 비껴간다)  

<페이스 메이커>는 그 실패의 전형을 그대로 답습한다. 감정을 쥐어짜는 최근 한국영화의 하향 평준화된 연출력은 차치하고 도무지 극 중에 집중할 구석이 없다. 영화가 (그나마) 공들여 묘사하는 인물이라고는 (당연히) 인간승리의 주역인 주만호 정도다. 그 과정에서 금메달 지상주의라는 상징적 기호를 뒤집어쓴 민윤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1등과 엘리트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비호감으로 전락하고야 만다. 그리고 주만호마저도 민윤기의, 잘 나가는 동생의 행위에 따라 반응이 결정되니 주인공 개인의 매력에 대해서는 뽐내볼 기회를 얻지 못한다. 심지어 주만호의 인간승리의 대가로 미녀 새라고 불리는 조카뻘의 장대높이뛰기 선수 유지원(고아라)의 사랑까지 얻게 되니, <페이스 메이커>는 급기야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국가적, 집단적, 남성적 폭력의 시선의 3종 경기가 되고야 만다. 한국의 스포츠영화가 왜 시시한지 이 영화에는 모두 담겨있는 것이다.

4 thoughts on “<페이스 메이커>”

  1. 허남웅님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네이버스포츠 김성혜라고 합니다.
    허남웅님의 영화 페이스메이커 리뷰를 네이버스포츠 블로그 콘텐츠 영역에 반영하고자 합니다. 네이버스포츠에서는 스포츠 관련한 좋은 콘텐츠를 더 많은 사용자와 공유하고자 아웃링크로 싣고 있습니다. 반영 시점은 금일(1월 5일) 14시경이며, 노출 영역은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general 좌측 블로그로 보는 스포츠입니다. 원치 않으실 경우 메일(dadaddda@nhn.com)이나 댓글 주시면 확인후 바로 닫도록 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 이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모처럼 통쾌한 리뷰를 읽었네요. 시시한 영화를 굳이 시시하다고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이 글은 반갑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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