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의 <페스티발>은 보통 사람들의 다종 다기한 변태성을 대놓고 전시하며 취향의 다양함을 옹호한다. 음지에서 횡행하던 SM, 란제리 마니아, 교복 페티시와 같은 성적 취향과 바이브레이터, 섹스 인형, 가죽채찍 등과 같은 성적 도구들을 코미디라는 안전장치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빛을 쬐게 하는 것이다. 의도는 명확하다. 커밍아웃을 다룬 전작 <천하장사 마돈나>(2006)의 빛나는 공식을 되살려 안으로는 소위 ‘정상’이라고 부르는 것의 폭력성과 허구를 고발하고 밖으로는 타인의 취향에 대한 존중을 설파함으로써 편견 없는 사회에 대한 이상을 드러낸다. 하여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겠다며 풍기문란을 단속하는 보수적이고 마초적인 경찰에 맞서 우리 이웃들이 펼쳐 보이는 변태 행각은 과연 정상성이 무엇이고, 정치적인 올바름이 무엇인지를 어렵지 않게 가늠토록 한다. 다만 제목처럼 ‘축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도록 더 막나가도 좋았으련만, 너무 교훈적인 결말을 유도한 건 아닌지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다.

GQ
2010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