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이소> 엑토르 갈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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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의 리마에는 ‘파라이소’(Paraiso)라는 동네가 있다. ‘천국’이라는 이름과 동일하기 때문에 사람과 자연이 풍요롭게 어우러진 낙원을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전혀.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 자신이 페루 리마 출신인 엑토르 갈베스 감독의 <파라이소>는 이곳의 이름이 주는 의미가 실제로 페루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마치 1940,50년대 이탈리아 리얼리즘 영화의 카메라 렌즈로 들여다보는 듯한 극중 파라이소의 실상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부풀어 오를 대로 올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청춘들의 희망과 기대감은 온데간데없다. 극중 다섯 명의 청소년들의 마음속엔 건조한 바람에 실려 오는 모래처럼 갈 곳 몰라 방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엑토르 갈베스의 시선은 눈에 보이는 현실 너머의 지점을 응시한다. 그것을 미래라고 할 수 있다면 그에게 영화는 남루한 현실을 넘어서는, 페루 청소년들의 불행을 희망으로 이끌 수 있는 매개다. <파라이소>가 마지막에 도달하는 지점은 단순히 극중 청소년들의 현실이 아니라 희망찬 미래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내내 균형적인 관점과 미래를 강조를 한 엑토르 갈베스의 <파라이소>는 4월 30일과 5월 4일 전주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 방문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전주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아 오는 것이라 더욱 감회가 남다를 텐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많은 관객들이 자신의 영화를 관람해주기를 바란다. 특히나 전주영화제와 같이 페루의 반대편에 있는 나라, 한국에서 나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 상영된다고 하니 그 기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것에 대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파라이소에서 청소년들과 함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어떤 계기가 영화화로 이어졌나?
2000년에 비디오 트레이닝 워크숍에 참석했던 일을 계기로 아이디어를 얻었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다섯 명의 청소년들의 인생을 깊이 알게 됐다. 이에 영감을 받아 2년 후에 그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대본을 쓰게 됐다.

그렇다면 극중 주인공들은 비디오 트레이닝 워크숍에서 함께 했던 청소년들이 직접 출연한 건가?
영화 속 다섯 명의 청소년들 중에서 앙투아네트 역할을 맡았던 여자 배우 일리아나 총(Yiliana Chong)만이 전문 배우였다. <파라이소>를 제외하고 다른 영화에 출연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일리아나 총이 유일했다. 나머지 남자 배우 네 명은 전문배우가 아니다.

파라이소 출신의 학생들을 캐스팅했나?
이중에 한 명만이 실제 파리이소에서 캐스팅을 했다. 나머지 세 명은 리마에 있는 다른 동네에서 데려와 작업했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니 만큼 실제적인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겠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극중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기도 하다. 그들의 처지를 비참하게 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이상화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 다섯 친구들에 대해 공정하고 솔직한 관점을 갖고 바라보고자 노력했다.

제목에서 내포하고 있듯이 ‘천국’이라는 의미의 지명과 달리 곤궁한 현실 속 아이들의 처지는 정반대다. 제목과 내용의 관계가 품은 반어적인 의미가 한편으론 시적인 느낌도 준다.
그래서 솔직한 관점을 유지하는 한편에 각각의 장면을 시어와 같이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다만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하기 위해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만큼은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들에게 희망은 있다는 여운을 남기면서 끝을 맺는다. 이 영화로 인해 극중 청소년들에게 생긴 희망적인 변화라면 무엇이 있을까?
실제 파라이소의 청소년들은 영화 속 주인공들과 동일인물이 아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다른 지역 출신이다. 하지만 질문이 파라이소의 실제 인물들에 대한 것이라면, 범죄 조직에 속해있던 이들은 이제 그 집단에서 나와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파라이소 청소년들은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지금의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른 지역의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기회’일 것이다. 더 이상 페루 사회의 가난한 지역에서 소외된 채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파라이소>도 그렇고, 2008년에 연출한 다큐멘터리 <Luca namarca>도 페루의 인권 유린에 대해 다루는 등 감독은 페루의 현실에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라이소 지역의 청소년 문제 외에 또 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현실은 무엇인가?
과거 페루의 정치적 폭력 시대가 남긴 결과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차기작에 대한 시나리오 작업을 들어갈 예정인데 폭력의 시대에 페루에서 사라진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와 같이 페루의 어두운 역사를 언급하는 것에 관심이 많이 간다. 특히 현재의 위치에서 과거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 내게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과거에 있었던 전쟁의 상흔이 오늘날까지도 계속된다는 것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파라이소>처럼 페루에서도 흥미로운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페루의 영화는 전주영화제처럼 국제영화제가 아니면 잘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페루 영화계의 상황은 어떤지, 어떤 영화가 인기를 끄는지 궁금하다.
페루의 영화 산업은 매년 계속해서 성장 중에 있다. 물론 1년에 5~6편정도 만들어질 정도로 영화 제작 편수는 매우 적지만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크게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페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항상 할리우드영화다. 할리우드영화는 페루 극장가의 상영작 중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할리우드영화 외의 작품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페루 영화는 물론이고, 유럽 영화를 보는 일은 쉽지 않다. 한국영화는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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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th JIFF daily
(20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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