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 U보트>(Das Boot)



르영화 중에서 가장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는 분명 전쟁일 것이다. 국가의 대의 명분에 따라 적으로 규정된 상대방을 살상해야 하는 전쟁의 속성상 그 비극적인 드라마 속에 단순히 자국의 이익을 꾀하기 위한 파괴의 개념은 보는 관점에 따라 주제와 묘사가 상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3자의 입장에서 연출한다 다짐하더라도 서술 당사자의 성장과정, 학습지식, 처한 위치 등 온갖 무의식적인 개인적 배경에 따라 자신도 모르는 새 주관이 스며들기 마련. 그래서 영화잡지 <프리미어>의 최보은 편집장은 ‘반성이 없는 전쟁영화는 모두 부정적인 이데올로기를 전파한다’라며 전쟁은 어떠한 경우라도 정당화 될 수 없는 개념임을 자신의 지면을 통해 피력했다.

그런데 영화를 노골적인 상업화와 제국주의의 선전도구로 악용하고 있는 할리우드는 전쟁의 비극을 역이용, 가장 흥미 있는 오락영화와 자국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매체로 둔갑시켜 꾸준히 재미를 보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이러한 경향에 대해 프랑소와 트뤼포(Francois Truffaut)는 ‘영화는 실질적으로 전쟁을 흥미 있게 보이기 위해 만드는 의도가 다분하기 때문에 반전(反戰)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다시 말해, 헐리웃에 있어 전쟁영화는 돈을 버는 가장 좋은 수단이자 미국화(Americanism)를 전파하는 가장 악랄한 매체가 된다. 이에 반해 비교적 자본의 논리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약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미국을 제외한 여타 국가의 경우, (미국에 비해) 조심스럽게 전쟁영화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주관적인 판단이다.

볼프강 페터센(Wolfgang Petersen) 감독의 독일영화 <특전 U보트>(81)와 이를 벤치 마킹하여 오락영화를 만든 할리우드의 <U-571>(00)은 위의 견해를 가장 적절히 보여주는 사례다.


수함은 고립된 상황이 주는 폐쇄성으로 인해 참 매력적인 공간이다. 만약 삶과 죽음의 진한 경계선이 있다면 그 중 한 곳은 심해일 것이며, 그 안을 휘젓고 다니는 잠수함은 죽음 위에서 곡예를 펼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잠수함 내부에 상존하고 있는 폐쇄 공포와 오로지 청각과 순간적인 판단력에 의지해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서는 수중전(戰)은 확실히 지상전과는 본질적으로 다름을 보여준다. 바로 이와 같은 제한된 조건이 만들어낸 상황과 극단적인 인간심리로 인해 잠수함 영화가 꾸준히 제작, 발표되고 있는 것.

그래서 볼프강 페터센에게 잠수함 영화는 적과의 싸움보다는 인간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전쟁을 가장 객관적으로(100%는 아니지만) 보여줄 수 있는 조건이었던 셈이다. 뢰테 부크하임(Lother G. Buchheim)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특전 U보트>에는 예의 그 할리우드 전쟁영화처럼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전투장면이나 감동을 유발하는 드라마, 애국심을 고취하는 억지설정은 발견할 수 없다. 대신 잠수함의 실상을 전혀 접해보지 못한 일반관객에게 사실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만큼 숨기는 것 없이 미화하지 않고 구석구석 잠수함내부를 묘사하고 있다.

좁은 통로 한 켠에 마련된 장교들의 식사장면은 그 사실감이 가장 돋보이는 장면이다. 물의 움직임에 따라 접시가 떨어질 만큼 심하게 흔들리는 테이블과 그 옆을 힘들게 지나가는 승무원의 모습은 환상을 가지고 접했던 잠수함 영화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초췌해지는 승무원의 모습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깔끔한 장교 한명을 설정, 대비의 효과를 극대화한 점이나 일기로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등 작은 묘사들이 돋보인다. 이는 원작의 작가가 실제로 잠수함에 승선하여 직접 경험하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극중 해군 정보부 특파원으로 등장하는 워너 대위(허버트 그뢴메이어)는 영화의 원작자로 볼 수 있다. 

결국 <특전 U 보트>는 할리우드의 오락영화처럼 특정사건이 중심에 놓이지 않는다. 묘사라는 측면에서 잠수함에 승선한 승무원들의 생활상을 출정-공격-침몰-수리-복귀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대로 보여준다. 독일 감독이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나치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를 삽입한다거나 아니면 당시 자국의 행위에 대한 반성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전쟁의 참혹상이란 이런 것이라며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거리를 두고 지켜볼 뿐이다.


와는 반대로 조너선 모스토우(Jonathan Mostow) 감독의 <U-571>은 비할리우드적인 영화를 가지고 어떻게 뚝딱거리면 할리우드풍의 영화로 기능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일단 조너선 모스토우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볼프강 페테슨의 걸작을 넘어설 수 없음을 잘 알고 <특전 U 보트>의 특징을 차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이 점은 잠수함 내부의 묘사에서 주로 목격이 되는데, <U-571>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중 한 명인 괴츠 바이드너(Gotz Weinder)는 바로 <특전 U 보트>에서 미술감독으로 참여했던 스텝.

그 결과, <U-571>의 초반부 독일군이 등장하는 장면은 잠수함 내부의 모습과 초록빛 심해 그리고 독일어 대화로 인해 마치 <특전 U 보트>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하지만 <U-571>은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잠수함 영화이다 보니 <특전 U 보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오락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많은 돈을 들여 폭파장면을 만드는 등 스펙터클한 화면구성을 위해 온 힘을 기울였으며 관객은 스타를 보러 극장에 온다는 속설에 충실하게 매튜 매커너헤이, 하비 카이텔, 빌 팩스턴과 같은 A급 배우는 물론 존 본 조비와 같은 유명 가수를 불러들여 스크린을 화려하게 수 놓는다. 물론 극적인 상황이 만들어내는 헐리웃표 감동을 빼 놓을 수 없는 법.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 수세에 몰리던 주인공 잠수함이 사태를 역전시키기 위해 마지막 어뢰를 발사하는 과정에서 숭고하게 비춰지는 승무원의 죽음을 삽입한 씬은 그 단적인 예다.

음악의 사용 역시 <특전 U 보트>와 <U-571>은 상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이란 본질적으로 비극임을 강조한 반전(反戰) 영화답게 <특전 U 보트>는 비장한 음악을 반복한다. 반면 <U-571>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각 장면의 분위기에 따라 관객의 감정을 필요이상으로 들뜨게 혹은 가라앉게 만들 요량으로 미국의 영웅주의를 연상케 하는 행진곡에서부터 전우애를 기리는 장송곡까지 음악이 상황을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영화의 어이없음은 <U-571>에서도 돋보이는데 자국군인이 승선했을 때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던 독일산 잠수함 U-571이 독일어를 읽을 줄도 모르던 미국 군이 승선하자 강력한 잠수함으로 탈바꿈한다는 이야기 전개는 꿈의 공장 할리우드가 아니면 생각해낼 수 없는 뻔뻔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2002. 2. 6. <무비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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