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의 천국>(Toto le He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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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총알이 관통해 유리창이 파열하는 파격적인 첫 장면만큼 <토토의 천국>(1991)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영화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세자르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칸영화제에서는 신인감독 대상의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것이다. <토토의 천국>은 영화연출에 관심이 많았던 자코 반 도마엘이 극작가로 활동하며 틈틈이 준비한 영화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제작자들로부터 함량 미달 판정을 받으며 수정과 보완을 위해 3년여의 시간을 더 공들인 것을 감안해도 이 영화의 화려한 수상은 놀라운 결과다.

<토토의 천국>은 토토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는 영화다. 그의 인생이 유별나 보이는 것은 스스로 운명이 꼬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생아실의 화재로 이웃집 알프레드와 부모가 뒤바뀌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던 것. 토토는 자신이 응당 누려야 할 행복을 알프레드에게 빼앗겼다는 패배감에 평생을 괴롭게 보낸다. 나이를 먹을수록 분노로 삶의 지속 이유가 변질된 토토는 알프레드를 향한 복수를 다짐하고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야 절호의 기회를 잡는다. 

이 영화의 놀라움은 장르와 장르, 꿈과 현실, 그리고 픽션과 논픽션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능수능란한 연출에 존재한다. 첫 장면만 해도 시커먼 범죄영화를 선보이지만 토토의 유년기로 넘어가면 울긋불긋 미장센이 돋보이는 성장영화로 돌변한다. 장르에서 장르로 건너뛰기. 토토의 성장에서 친(?)누나 앨리스와의 비밀스러운 사랑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갑작스런 그녀의 죽음은 토토가 닮은 이미지의 여인에게 집착토록 만든다. 꿈과 현실의 혼동. 다만 그 여인마저 알프레드에게 빼앗긴 토토는 TV영화를 통해 살해 장면을 유심히 지켜보던 중 어느 샌가 화면 속 주인공으로 변모해있다. 픽션과 논픽션의 교차. 

이처럼 모든 종류의 경계를 무시하는 자코 반 도마엘은 토토의 인생에 대한 만화경으로써 <토토의 천국>을 구성했다. 언급한 예 외에도, 홀로된 노년의 토토가 만들어낸 상상이 TV화면으로 재생되는 이야기일수도 있고, 토토와 알프레드가 평생을 두고 벌이는 일종의 역할극일수도 있다는 단서가 영화 곳곳에 퍼즐놀이처럼 흩어져있는 것이다. 한 인물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의 영화는 전혀 새롭다고 할 수 없지만 <토토의 천국>이 참신한 이유는 토토에 대한 다각도의 시점이 여러 사람의 것이 아닌 토토 본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스포일러 주의!) 사실 이 영화는 <선셋대로>나 <아메리칸 뷰티>처럼 죽은 자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니까, <토토의 천국>은 살아생전 불행했던 (것처럼 보이는) 삶을 죽은 뒤에 여러 각도로 조망하며 비로소 긍정하는 관조의 영화라 할만하다. 연출의 기교뿐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이 영화초짜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화려한 수상 경력보다 더욱 놀랍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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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카탈로그

“<토토의 천국>(Toto le Heros)”에 대한 2개의 생각

    1. < 토토의 천국> 재미있어요.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 친구들 영화제는 초반부터 관객이 많더라고요. 어제 < 샤이닝> 상영은 매진이었어요. 좋은 영화 많으니까 꼭 땡땡이 치고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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