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웅거러 스토리>(Far Out Isn’t Far Enough: The Tomi Unger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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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동도서 비평가의 평가다. “아이들을 잡아먹는 도깨비를 영웅으로 그린 작가” 누가 떠오르시는가?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그리고 쓴 모리스 샌닥?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 괴물을 친근하게 묘사한 그림 동화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모리스 샌닥도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으니, 바로 토미 웅거러다.

토미 웅거러는 정치, 사회적으로 격변했던 1960년대에 문화 최전선에서 일러스트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천재 아티스트다. 브래드 번스타인이 연출한 <토미 웅거러 스토리>는 토미 웅거러가 어떻게 일러스트의 대가가 되었는지 그 과정을 좇는 다큐멘터리다. 토미 웅거러 개인에 더욱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의 성장이 작품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라간다.

예술가를 다루는 여느 다큐멘터리가 주변 사람들의 진술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것과 다르게 <토미 웅거러 스토리>는 토미 웅거러 본인의 이야기에 많은 장면을 할애한다. 언제 어디서 성장했고 지금은 어디서 생활을 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지가 토미 웅거러의 입으로 2시간 가깝게 진술된다. 이 광경을 목격하고 있으면 이 영화는 영상으로 이뤄진 토미 웅거러의 자서전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그는 그림 동화 작가이면서 섹슈얼한 이미지를 그리는 일러스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토미 웅거러는 경계를 뛰어넘는 아티스트였다. 성장 과정에서부터 그는 프랑스인과 독일인, 그리고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경계의 삶에 익숙했다. 프랑스와 독일 문화가 혼재했던 알자스 지방에서 태어난 토미 웅거러는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했던 세계 2차 대전 당시 프랑스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했고 해방 이후에는 독일인의 피가 흐른다며 또한 손가락질당했다.

하지만 그에게 가장 컸던 충격은 아버지의 이른 죽음과 전쟁이었다. 특히 전쟁에 대한 공포는 엄청나서 “삶의 열망과 열정은 전쟁의 공포로 회귀 된다”는 말을 남겼을 정도다. 물론 그와 같은 공포를 이기게 해준 것은 그림이었다. 토미 웅거러는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모든 교육학자가 악몽같이 생각했던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까, 피와 알코올과 담배 등으로 점철된 세계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공포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1957년 발표한 그림 동화 데뷔작 <멜롭스 하늘을 날다 The Mellops Go Flying>에서 토미 웅거러는 동화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돼지가 푸줏간에서 죽는 이야기를 선보였다. 이에 대한 작가의 의지는 확고했다. “만약 당신이 아이들에게 독자성을 부여해야 한다면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항상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보여준다.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 당시까지 볼 수 없었던 금기의 소재를 사용한 <멜롭스 하늘을 날다>는 아동 심리학 및 교육학에 혁명을 가져왔고 ‘토미즘 Tomi-ism’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러면서 토미 웅거러는 팝아트, 옵아트, 핀업걸 등 다양한 하위문화가 생겨난 당시에 여러 잡지에 장기간 동안 표지 작업 등을 행하며 일러스트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우리 내면의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우리의 악마성이다.”라는 철학을 고수했던 토미 웅거러는 그림 동화 외에도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작업에서도 천재성을 발휘했다. 단돈 60달러만 들고 미국의 뉴욕으로 떠났던 그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들끓던 미국에 열광하면서도 한 편으로 흑인 차별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일러스트로 비판과 저항 정신을 숨기지 않았다.

또한, 여성에 대한 인권 신장과 함께 노골적인 포르노 그래픽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그 때문에 토미 웅거러는 보수 진영의 공격을 받으면서 작업 활동에 지장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토미 웅거러는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을 뿐 아니라 모리스 샌닥과 같은 이들로부터 찬사의 말을 듣고 있다. <토미 웅거러 스토리>는 자신의 작품 활동에 금기를 두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으로서의 토미 웅거러를 어떠한 편견 없이 묘사하는 다큐멘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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