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도 그랬지만 강형철 감독의 속편 <타짜-신의 손>도 기본적으로 사기가 판을 치는 도박의 세계를 다룬다. 화투에 미친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기술도 현란해서 밑장빼기, 낱장 치기, 패 바꾸기 등 이 세계의 문외한인 사람들이 보면 눈이 다 휘둥그레질 정도다.
<타짜-신의 손>은 그와 같은 사기 도박판 묘사를 영화 초반부에 집중적으로 배치한다. 다만 화투에 대한 별 지식이 없는 관객도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끔 전문가(?)들만이 알 수 있는 게임의 판세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오히려 타짜들이 그 둔탁한 화툿목을 손에 쥐고 얼마나 화려한 사기 기술을 펼치는지 다양한 촬영 기술을 활용, 감을 잡을 수 있도록 묘사하는 전략을 취한다.
영화 또한 관객의 눈속임을 전제한 촬영을 선보이는 매체라는 점에서 타짜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 <타짜-신의 손>은 CG 기술로 화투패의 동양화 그림을 극 중 현실 밖으로 꺼내기도 하고 대길(최승현)이 마주하게 되는 우사장(이하늬)의 팬티 위에 새겨진 만화 이미지를 살아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우사장과 미나(신세경)의 모습을 필름이 넘어가듯 교차하는 컷을 통해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대길의 심정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그중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은 점프 컷이다. 대길은 한낱 중국집 배달부였다가 강남의 하우스에 발을 디딘 후 타짜의 재능과 잘난 외모 덕에 단시간에 인생역전에 성공한다. 꼬장(이경영)의 눈에 들어 판에 참여했다가 타짜로 신분 상승하는 과정이 청재킷에서 고급 슈트 복장으로 한순간에 점프한다. 없는 돈에 어렵게 구한 반 지하의 어둡고 축축한 방을 비추는 카메라는 팬을 하는 순간 어느새 타워팰리스의 펜트하우스로 변해 있는 식이다.
하지만 대길이 누리는 화려한 타짜의 영광은 상영시간 채 30분도 되지 않아 막을 내린다. 그 이후 대길은 거액의 빚을 지고 쫓기는 신세로 전락한다. 타짜의 운명이란 게 그렇다. 화려한 손기술로 단판에 거액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몰라도 쉽게 벌어들인 돈은 빠르게 잃는 법이다. 불나방처럼 화투판으로 몰려드는 인간의 탐욕은 쉬운 성공을 부르지만 그만큼 몰락의 길을 재촉하기도 한다. 그와 같은 타짜의 운명을 표현하기 위해 <타짜-신의 손>은 그 많은 촬영 기술 중 비약이 핵심인 점프 컷에 주목한 것이다.
맥스무비
‘미장센 추리 극장’
(2014.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