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부>(Ta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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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부>는 포르투갈 출신의 미겔 고미스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혁신적인 미학을 보여준 작품에 수여하는 알프레드 바우어상(2007년 박찬욱 감독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수상한 경력이 있다.)을 획득했고, 데뷔작 <당신에게 어울리는 얼굴>(2004)과 두 번째 장편 <우리가 사랑하는 팔월>(2008)로 좋은 평가를 얻었지만 미겔 고미스는 한국의 영화 팬들에게는 여전히 미지의 감독으로 통한다.

제목이 직접적으로 명시하듯 <타부>는 일종의 ‘금지된 사랑’을 다룬다. 그런데 영화의 구조는 흥미롭다. 1부에 해당하는 ‘실낙원’에서는 기행을 일삼는 노부인의 미스터리한 사연을 현재 시점의 포르투갈 리스본을 배경으로 따라간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 이후 이탈리아 출신의 노신사가 등장해 그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이를 내레이션 삼아 2부인 ‘낙원’이 진행된다. 50년 전 아프리카의 타부로 불리는 깊은 산작으로 돌아가 당시 유부녀였던 젊을 적 노부인과 노신사가 나눴던 몰래한 사랑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리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러브스토리이지만 <타부>는 이를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미학적인 빛을 발한다. 고미스 감독이 보기에 사랑이란 시간과 공간으로 기억되는 지극히 개인적인 역사다. 영화를 이를 명제삼은 듯 현재와 과거, 포르투갈과 아프리카와 같은 시공의 조건을 지표면에 깔고 그 위에 사랑(의 감정)과 관련한 여러 가지 영화적 실험을 퇴적하는 연출을 선보인다.

그래서 <타부>의 핵심적인 정서는 ‘노스탤지어라’할만 하다. 실제로 고미스 감독은 제목이 동일한 F.W.무르나우의 유작 <Tabu: A Story of the South Seas>(1931)를 적극 끌어와 이를 환기하는 방식을 취한다. 부족의 금기를 어긴 폴리네시아 섬 소년과 소녀의 사랑을 흑백의 기록물처럼 담은 무르나우의 영화를 향수하듯 비슷한 정서와 방식으로 <타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다만 시공이 중요하게 기능하는 영화답게 고미스 감독은 자신만의 시공간 개념을 인장으로 새겨 넣는 걸 잊지 않는다.  

예컨대, 흑백필름이되 배경이 현재인 ‘실낙원’은 35mm로, 과거인 ‘낙원’은 16mm로 촬영해 당대의 영화적 스타일을 반영한다. 또한 각각의 에피소드별로 발성영화와 무성영화의 형식을 차용해 보편적인 이야기를 좀 더 특별하게 보이게끔 연출한다. 특히 이국적인 아프리카의 풍광에 팝송을 연주하는 서구인 밴드를 배치하는 방식의 연출은 현실과 환상이 혼재하는 양상으로 드러나며 색다른 영화 보기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극 중 대비되는 온갖 것들의 요소를 혼합, 다양한 결을 쌓아가며 그 충돌 지점에서 새로운 미학을 생성해낸 결과다. 만약 이번 전주영화제에서 딱 한 편의 영화만 골라야한다면 <타부>는 그에 걸맞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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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전주영화제 공식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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