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The Ides of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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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지 클루니가 연출하는 작품은 매번 노리는 표적이 확실하다. 연출데뷔작 <컨페션>(2002)에서는 한바탕 쇼가 되어버린 미국 사회를 풍자했고 <굿나잇 앤 굿럭>(2005)에서는 개봉 당시 부시 정권의 장단에 맞춰 놀아나는 언론을 대상으로 참다운 역할에 대해 설파했다. 그리고 <킹메이커>, 조지 클루니는 이 영화의 개봉에 대해 “미국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서 냉소적인 시선을 보일 때가 가장 적절한 시기였다.”고 말한다. 하여 “미국 대통령 후보 예비선거 기간 전에 내놓고 싶었다.”며 (미국에서는 2011년 10월 7일 개봉) 영화의 선명한 의도를 드러낸다.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은 차기 대선후보 모리스(조지 클루니)를 위해 전략을 구상하는 민주당 선거 캠프 홍보관이다. 그의 노력 덕분에 모리스의 지지율은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유력한 풀먼을 앞서간다. 이를 통해 ‘킹메이커’라는 명성을 얻게 된 스티븐은 주변의 심한 견제와 유혹의 한가운데 놓이게 된다. 상대 후보의 캠프 본부장 더피(폴 지아마티)의 모략에 빠지는 동시에 함께 일하는 인턴 몰리(에반 레이첼 우드)와 은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사면초가에 직면하는 것. 다만 믿고 따르던 모리스의 치명적인 비밀을 알게 되면서 스티븐은 의외의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조지 클루니가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의 당선을 측면에서 적극 지원했던 사실은 유명하다. (극 중 모리스의 선거용 포스터는 오바마의 대선 후보 포스터를 그대로 가져왔다!) 그렇다면 <킹메이커>는 민주당 지지자인 조지 클루니가 공화당을 ‘엿’ 먹이기 위해 만든 영화인가. 사실 <킹메이커>는 민주당 캠프를 주요 배경으로 하고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을 연상시키는 모리스의 치부를 드러내는 까닭에 오히려 민주당에 더 부정적인 영화에 가깝다. 그럼 오바마의 미적지근한 최근 행보에 실망을 보인 조지 클루니가 공화당으로 지지를 변경하려는 선언인 셈인가? 설마, 그럴 리가!

<킹메이커>는 특정 당에 대한 특정한 의도를 품은 영화가 아니다. 조지 클루니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내세워 추악한 이면을 폭로한다는 점에서 현실정치, 즉 선거 과정에서 발생할법한 사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선거에 나선 정치인은 가면을 쓴(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라!) 협잡꾼과 같아서, 전면에서는 도덕과 윤리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비전과 공약으로 이상(理想)을 약속한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음모와 술수, 배신 정도 일도 아니라며 당선을 위해서라면 진흙탕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민주적인 절차보다 당선이 더 중요하다는 극 중 더피의 대사를 빌리자면, “내가 봐왔던 민주당원들이 고배를 마신 건 진흙탕에서 뒹굴질 않아서야.”

요컨대, 현실정치에서 유능한 정치인의 중요한 덕목은 다름 아닌 연기력이다. 거짓 신념 따위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고 진심인양 확신을 줄 수 있는 포커페이스는 정치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다. <킹메이커>가 조지 클루니의 영화이면서 또한 라이언 고슬링의 영화인 이유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폴 지아매티, 마리사 토메이와 같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들 가운데서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가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그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수()나 감정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모리스를 완벽한 대통령감이라고 추켜세울 때나 그의 약점을 잡고 정치적 거래를 성사시킬 때 스티븐의 표정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라이언 고슬링이야말로 현실정치의 본질을 품은 배우인 것이다. 다만 영화에서는 뛰어난 연기력이 스타를 담보하지만 정치에서는 현실의 비극을 초래한다는 것, <킹메이커>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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