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은 제목답게 화려하고 다양한 참여진들로 일단 눈길을 끈다. 이 애니메이션이 원작으로 삼고 있는 베스트셀러 소설의 작가는 나오키상 수상자 출신의 모리 에토이고, 이를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갓파 쿠의 여름방학>(2007)의 히라 케이이치 감독이 연출 했으며, 한국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배우 미야자키 아오이가 극 중 주인공 마코토(토미자와 카자토)의 학급 친구인 ‘얼꽝녀’ 쇼코로 목소리 출연했다. 게다가 죽은 이가 다시 살아난다는 판타지를 다루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나 분위기는 의외로 소박하고 잔잔하게 진행된다.
중학교 3학년생인 마코토는 자살로 목숨을 잃었지만 극적으로 깨어나 가족을 놀라게 한다. 또 다른 ‘나’가 림보(이승에서 저승으로 가기 전 망자들이 잠시 거쳐 가는 곳)에서 세상에 돌아가 다시 한 번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마코토의 몸으로 되살아난 것. 대신 6개월의 ‘유예기간’동안 전생을 기억해야 진짜 ‘나’로 환생할 수 있다. 하지만 무능력한 아빠, 바람난 엄마, 자기만 아는 형, 거기에 반 성적은 꼴등이요, 친구들로부터 왕따까지 당하는 마코토의 처지가 만만치가 않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보니 마코토의 몸을 빌린 ‘나’는 점점 무기력해지고 유예기간은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다.
해체된 가족, 교육의 기능을 잃은 학교, 도덕과 윤리가 무너진 사회에서 고통 받고 절망하는 마코토에게 일상은 단 한가지 컬러일 뿐이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 주변 가족이나 친구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서 마코토로 다시 태어난 ‘나’의 시각으로 보건데, 쳇바퀴처럼 돌고 도는 단조로운 생활이 이들의 인생을 갉아먹는 것으로만 보인다. 집과 직장밖에 모르는 마코토의 아빠는 그래서 무능력한 것이고, 그런 남편에게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엄마는 춤 선생과 부정한 관계를 맺으며 그럼으로써 가족과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컬러풀>에는 가족끼리 모여 식사하는 장면이 유독 자주 되풀이된다. 함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곧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함께 먹는다는 상징적인 행위와 더불어 식사 때마다 매번 바뀌는 메뉴를 통해 인생의 ‘어떤’ 의미를 끄집어낸다. 식사는 매번 반복되는 것이지만 변화하는 음식에 따라 다채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 <컬러풀>이 내세우는 주제다. 굳이 음식에 대한 비유가 아니더라도 거기에 인생을 대입하면 우리의 삶은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따라 여러 가지 ‘컬러’를 갖데 되는 것이다.
파란 바탕으로 누군가는 하늘을 보고 또 누군가는 바다 속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이는 결국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시각의 문제다. <컬러풀>이 ‘나’의 모습을 끝까지 공개하지 않는 대신 시점으로만 존재를 표현한 것도 무관치 않은 설정이다. 그러니까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건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다. 가족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친구와 나눠먹는 주전부리 한줌에도 삶의 모든 순간이 기적으로 화할 수 있고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질 수가 있다.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애니메이션은 아동용이라는 의심이 강하지만 <컬러풀>은 자살이라는 한 번의 실패, 하지만 부활함으로써 얻게 되는 두 번째 기회라는 설정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