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춤추는 숲> 강석필 감독, 홍형숙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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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숲>은 서울 마포에 위치한 ‘성미산 마을’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성미산을 파괴하려는 개발에 맞선 마을 주민들의 투쟁도 담겨 있지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지금 우리가 잊은 어떤 가치, 즉 도시 속 공동체적 삶과 문화에 대한 가치를 설파한다. <춤추는 숲>을 만든 이는 성미산 마을 12년 차 주민인 강석필 감독과 홍형숙 프로듀서. 이 인터뷰는 마을주민들이 십시일반 해 운영한다는 카페 ‘작은 나무’에서 이뤄졌다. 

<경계도시1,2> 등 전작들에서는 홍형숙 감독, 강석필 프로듀서 체제였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역할이 바뀌었다.
홍형숙(이하 ‘홍’) 서로 역할 바꾸기를 한 건데 <춤추는 숲>의 경우, 5년 전에 같이 의논을 했지만 강 감독이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준비를 해왔던 작품이라 내가 프로듀서를 맡게 됐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면 상황에 따라서 촬영도 하고 역할 구분이 따로 없어 보이더라. 
강석필(이하 ‘강’) 말하자면 촬영 중에 그때그때 필요해서 가다가 걸리면 “촬영 좀 도와줘” 스탭이 되기도 하고. (웃음) 메인 촬영에 들어간 사람이 꽤 많다. 그중에는 <오래된 인력거>(2011)를 찍었던 안재민 씨, 김우형 씨처럼 전문가도 있고, 마을 주민 같이 전문가가 아닌 분도 있다. 웃긴 얘기지만 내가 주민 입장에서 철거에 맞서 싸울 때는 옆에 있는 사람이 카메라를 들어주기도 했다.

그야말로 공동체 영화다. (웃음)
홍 주민들 스스로가 스스럼없이 본인들이 찍기도 하고 딱히 역할을 나누지는 않았다. 다큐멘터리 감독이지만 동시에 마을 주민이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들이 프롤로그부터 나온다. 우리 마을에서 카메라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인가를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전달하고 싶었다.

<춤추는 숲>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강 처음부터 삼부작으로 기획했다. 1부는 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마을의 모습을 재미나게 보여주고 싶었다. 2부는 이곳에서 공동육아를 통해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성장다큐멘터리로 보여주려고 했다. 3부는 처음 이 마을에 와서 터전을 일구었던 1세대 부모들, 그러니까 2부에 나오는 아이들의 부모들이 꾸는 또 다른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1부를 찍던 중 성미산 개발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에 집중을 했다. 다만 싸움을 다루되 너무 그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애초 기획했던 마을의 문화와 풍토, 사람들의 특성을 살리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성미산 개발에 항의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폭력적이라기보다 놀이 같다는 인상이 짙었다. 성미산 마을의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 재개발이나 기타 환경문제로 부딪히게 되면 우리나라 현실상 어쩔 수 없이 폭력적인 상황이 연출되기 마련인데 이 동네 사람들은 하나 같이 평화주의자인지 (웃음) 가급적이면 평화적인 방법으로 풀어가려고 하더라. 평화적이되 같이 하는 사람들이 즐거울 수 있도록 문화적인 접근이 동반돼서 활동을 했다.
홍 공동체라고 하면 기존 규율이 완곡한 형태로 자리 잡은 상태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매진하기 마련인데 여기는 그렇지가 않다. 성미산 마을이 여태까지 진행해왔던 실험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시는 분들이 방문단을 꾸려서 오신다. 그러면 마을 방문단이 안내를 해드린다. 그분들이 처음 하는 질문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마을이에요?”, 또 하나는 “공동체 운영과 관련한 눈에 보이는 뭔가가 있나요?”다. 지금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는 카페 ‘작은 나무’도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해서 꾸민 공간이다. 그 안에서 관계들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가는 게 이 마을의 장점이다. 

공동육아를 목표로 조성이 된 마을이지만 영화를 보면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웃음)
강 아이들 육아를 잘해보자고 해서 삼삼오오 모여 친환경적이고 공동체적으로 어린이집을 만들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곳을 졸업하면 일반학교를 하게 되니까 ‘방과 후 학교’를 만들었다.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방과 후 학교로는 인원을 감당하기가 힘들어 아예 학교를 세웠다. 그러면서 아이들 먹을거리를 위해 생협, 반찬가게, 식당도 만들면서 마을이 생활공동체처럼 되었다. 이것이 지속이 되려면 어른들이 같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서로 친해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밤새 술 마시고 (웃음) 같이 놀러 가기도 하고 학창시절 만났던 친구보다 이웃들이 훨씬 친한 친구가 됐다. 아이들 문제만 가지고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강석필 감독은 ‘맥가이버’, 홍형숙 프로듀서는 ‘호호’로 불리는 등 마을주민들끼리 서로가 이름 대신 애칭으로 부르는 것도 그래서인가?
홍 이곳의 마을살이는 어린이집에서 출발한다. 어린이집 부모로 입문을 하는 거다. 그 안에서 선생님이나 부모는 주로 별명으로 불린다. 공동육아에서 기본적으로 출발한 별명이라는 건 평등한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강 별명을 부르면 뒤에 자연스럽게 반말이 따라온다. 아이들 역시 어른들에게 스스럼없이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평등한 소통관계가 만들어진다. 동물이름이 별명으로 짓기 쉬운데 그래서 이 마을은 동물원이다. (웃음)

10년 넘게 이곳에서 살고 있다. 어떻게 성미산 마을에 올 생각을 했나?
홍 <두밀리 – 새로운 학교가 열린다>(1995)를 작업할 때 알게 된 교수님이 계시다. 그 분으로부터 공동육아와 관련한 교육물을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때 촬영을 오게 되면서 처음으로 이곳을 알게 됐다. 전국에서 최초로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생긴 곳이다. 그러다보니 이쪽 동네에 집중해서 교육물을 만들게 됐다. 이 마을에 대해서 잘은 몰랐지만 자식이 생기고 어린이집을 고민하면서 이곳에 들어오게 됐다.

비록 홍익재단이 들어오는 걸 막지 못해 성미산의 20%가 파헤쳐졌지만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남은 80%의 성미산을 지킬 수 있을지 배운 것도 많을 것 같다.
강 이 동네가 마을이라는 형태를 갖게 된 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지속됐던 서울시의 성미산 배수지 건설 계획을 온 힘을 다해 막아낸 이후부터다. 같이 묶일 수 있는 사람들의 힘과 쪽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을 벗어나서 산 지키기의 일환으로 문화제를 연 것도 그 즈음이다. 마을에 근간이 되는 조직과 단체가 많이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주민들이 싸움에서 진 건데 이를 통해 우리들의 현재 상태가 어떤지 냉정히 바라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다. 
홍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나 지향하는 신념 중 하나가 ‘생태’다. 영화에서 다뤄지는 상황은 종료됐지만 지금도 성미산 생태공원 만들기를 위해 주민들이 모임을 만들었고 관(官)과 이야기하는 중이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조성된 마을에 교육 관련한 재단이 침범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한국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박원순 현(現)서울시장이 당시 성미산 마을 지키기 운동에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홍 박원순 시장 주도 하에 현재 서울시에서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기 중요한 핵심사업이 되었다. 성미산 마을에서 마을 활동을 중심적으로 했던 분들이 그 프로젝트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마을 차원에서 보면 또 다른 확장일 수 있고 다른 지역의 경우, 성미산 마을이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강 이 마을의 연간 방문객이 3천 명이 넘는다. 공동체 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실험을 해오고 있고 성과가 있기 때문에 배우러 오는 거다. 일본과 유럽에서도 올 정도다. 마을이 확장된다는 게 여러 모에서 접근이 가능할 것 같다. 내부적으로 지역 주민들과의 결합을 공고히 하고 소통을 넓혀나가는 것도 일종의 확장이다. 거미줄처럼 퍼져나가는 경우도 있다. 여기 살던 사람이 바로 옆 동네에 공동체 마을을 만들어 서로간의 교류가 되고 있다. 물리적인 외연을 점점 넓혀나가는 건데 이 또한 마을의 확장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마을 커뮤니티가 자본주의의 생활방식을 대체해가는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여러 모로 이 동네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제목이 말하는 <춤추는 숲>은 성미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성미산 마을의 가치가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홍 아이를 재우면서 우연찮게 제인 구달의 <내가 사랑한 침팬지>를 읽어주게 됐다. 제인 구달이 숲의 의미에 대해 “숲은 빛이 춤추는 사원이자 대성당이다.”라고 썼다. 애는 벌써 잠이 들었는데 나에게는 확 오더라. (웃음) 그래서 강 감독과 서로 얘기를 하다가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다 싶어 <춤추는 숲>으로 정했다. 성미산을 지키는 싸움 과정에서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성미산을 지키는 천 그루의 나무다’라고 슬로건을 내걸었다. 산을 지켜야한다는 명분이나 관념 그런 걸 넘어 자신이 나무라고 생각을 한 거다. 그 마인드가 인상적이어서 제목과 연결하였다.  

사진 허남준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리뷰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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