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고마워>(Merci pour le chocol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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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면 일군의 사람들이 미카(이자벨 위페르)와 폴론스키(자크 뒤트롱)의 결혼에 대해 숱한 의심의 말들을 쏟아낸다. 그럴만한 것이, 첫 번째 결혼 실패 이후 이들은 동일한 상대방과 다시 한 번 결합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두 번째 결혼까지 시간 간격이 무려 18년에 이른다. 그러니, 미카와 폴론스키의 재결합에 대한 무수한 말들은 의심의 실타래를 만들어 이렇게 따져 묻는 듯하다. ‘너희들의 관계가 순수하다고? 그걸 우리더러 믿으라는 거야?’

미카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유명 초콜릿 회사 사장이다. 그녀는 18년 전 짧게 결혼생활을 했던 유명 피아니스트 폴론스키와 재결합한다. 그동안 폴론스키에게는 아들 기욤(로돌프 파울리)이 생겼는데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지 못한 탓인지 어딘가 모르게 풀이 죽은 모습이다. 한편 피아노에 재능을 보이는 잔느(아나 무글라리스)는 태어나던 날 산부인과에서 폴론스키의 아들과 뒤바뀔 뻔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흥미를 느낀다. 그 길로 폴론스키를 방문하는 것이다.

<초콜릿 고마워>는 ‘의심의 미스터리’라 부를 만하다. 극중 인물들 모두에게는 의문으로 남은 상실된 가족사가 존재한다. 폴론스키는 기욤의 생모가 어떻게 목숨을 잃었는지 여전히 그 진상을 모르고, 기욤은 자신이 진짜 아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며, 잔느는 일찍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폴론스키에게서 찾으려 애쓴다. 현실이 더욱 중요한 이들에게 가족의 비밀은 그냥 묻어둘만한 일이다. 헌데 미카는 그렇지가 않다. 겉으론 태연한 척 속으론 폴론스키와의 사이에 끼어든 잔느가 못마땅하고 거치적거리는 기욤이 눈엣가시처럼 느껴진다.

웬만하면 의문의 사연을 미스터리 구조 삼아 충격적인 가족사의 기원을 파고들 법도 한데 샤브롤은 진상을 밝히는 데 큰 관심이 없다. 오히려 탈골된 가족사로 빚어지는 꼬리에 꼬리를 문 의심이 어떻게 가족 관계의 해체로 발전하는지에 주목한다. 더 정확히는 잘 나가는 기업 사장에, 유명 피아니스트 남편과 이룬 가정 등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미카가 유별난 ‘의심’ 때문에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는지를 따라간다.

<초콜릿 고마워>는 미국의 범죄소설가 샬롯 암스트롱의 <초콜릿 거미집 The Chocolate Cobweb>을 영화화했다. 샤브롤은 원작소설의 ‘거미집’을 제목에서 빼버리는 대신 극중 미카의 심리상태를 대변하는 상징물로 그물모양의 ‘나이트캡’을 활용한다. (이 영화의 영제는 다름 아닌 <Nightcap>이다!) 예컨대, 미카가 소파에 앉아 조용히 나이트캡을 짜고 있을 때면 세상 편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족에 대한 의심이 극에 달해 머릿속으로 온갖 음모들을 짜내고 있을 때다. 하여 그 모습은 마치 거미가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분주히 거미집을 짜는 행위를 연상시킨다.

이처럼 샤브롤은 <초코릿 고마워>에서 주변 도구를 활용한 심리 묘사에 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나이트캡은 물론이고, 이 영화가 주요하게 다루는 초콜릿 또한 그저 달콤한 먹을거리와는 거리가 멀다. 모든 외적 배경을 갖춰 단단해 보이는 미카가 실은 내부에서 발열하는 의심으로 녹아내리기 쉬운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이 샤브롤이 묘사하는 초콜릿으로 설명된다. 그래서 <초콜릿 고마워>의 미스터리의 경지는 심리로 완성한 액션물에 맞닿아있다. 성룡이 주변 도구들을 적극 활용해 액션의 동선을 짜는 것처럼 샤브롤은 그와 같은 방식으로 심리가 충돌하고 합을 겨루는 미스터리의 액션을 만들어낸다. 이를 보고 있으면 <초콜릿 고마워>가 아니라 ‘샤브롤 고마워’를 외치고 싶은 심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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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mage
Claude Chabrol
(2010.12.14~12.26)

“<초콜릿 고마워>(Merci pour le chocolat)”에 대한 3개의 생각

  1. 이자벨 위페르 나오는 영화군요! 피아니스트 보고 반한 배우인데,, 마지막날 상영에 가서 봐야겠네요. 잘 읽고 갑니다~

    1. 안녕하세요 디케님 ^^ 이자벨 위페르 좋아하시는군요. 그럼 < 초콜릿 고마워>도 보시고, < 의식>도 보세요. < 의식>이 더 재미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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