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여인>의 인물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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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전() 총리 마가렛 대처(임기 1979~1990)는 ‘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침체에 빠진 영국 경제 부활을 이끌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과 독단적인 정부 운영 능력을 보고 당시 소련 정부가 붙여준 별명이다. 필리다 로이드 감독의 <철의 여인>은 강인한 리더십의 그녀를 보여줄 것 같지만 오히려 뇌졸중 후유증을 겪고 있는 노년의 대처(메릴 스트립)가 과거 총리로 선정된 전후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극 초반 크게 잡힌 노년의 대처 얼굴 뒤로 총리 시절의 자신의 사진이 걸려 있는 구도의 장면은 이 영화가 취한 이야기 구조를 상징적으로 포착한다.  

또한 이 장면은 대처가 총리 시절의 기억에서 여전히 헤어나고 있지 못한 사실을 암시하기도 한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만큼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남성 정치가들 ‘앞’에서 더욱 강력한 정치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경력 덕에 이 영화가 총리 시절의 대처를 묘사할 때면 앞서 언급한 장면을 변형해 전면에 그녀를 세우고 남성 정치가들로 그 뒤의 여백을 메운다. 또한 고비용 저효율의 노동시장 구조를 산업 국유화 등을 통해 경제부흥을 이끈 그녀의 공로를 표현하기 위해 역시 대처를 앞에 두고 그 뒤에서 환호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대비시키기도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대처리즘’으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자들의 대규모 항의를 촉발시켰다. 또한 자신의 정책과 신념을 너무 강요한 나머지 남성 정치가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켜 11년간 이어오던 총리 직에서 결국 물러났다. 현재 대처는 치매로 투병 중인데 영화에서 드러내길 그녀의 기억을 가장 괴롭히는 건 남편 고()데니스 대처 경(짐 브로트벤트)이다. 남편은 대처가 정치 일선에 나서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인물이면서 그녀가 극복해야 할 남자이기도 했다. 하여 <철의 여인>의 특징적 인물구도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부각하면서 동시에 뒤에선 무리들에 의해 무너질지도 모르는 그녀의 불안한 위치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철의 여인>은 남편의 환영을 보는 대처의 모습으로 시작해 끝내 이를 떨쳐내는 과정까지를 그리며 정치인에서 자연인으로 거듭나는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영화의 정서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대처는 분명 세계 역사에 기록될 정치인이지만 빈부 및 지역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제조업의 붕괴를 가져오는 등 비판해야 할 지점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철의 여인>의 반대편에는 마이크 리의 <네이키드>(1993)가 서있다!) 필리다 로이드 감독이 이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처를 옹호한다는 혐의를 벗기 위한 알리바이 정도로 다룬다는 인상이 짙다. 마가렛 대처가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인 것처럼 <철의 여인> 역시 보수적인 영화에 가까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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