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프로젝트> 백승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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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주영화제에서 가장 화제를 크게 모은 작품을 꼽는다면 단연 <천안함 프로젝트>이었다. 어느 정도였느냐 하면, 4월 26일 토요일 저녁 6시에 첫 공개가 이뤄지자마자 그 다음 날부터 보수언론들은 이 영화가 국민 갈등을 조장한다며 공격하기 시작했고 일부 누리꾼들은 이적(利敵)영화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으며 국방부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까지 했다. 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천안함 프로젝트>는 정지영 감독(<남영동 1985> <부러진 화살> <하얀 전쟁>)이 제작하고 백승우 감독이 연출했다. 2010년 3월 26일 벌어졌던 천안함 침몰에 대해 당시 정부가 발표했던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결론에 의문을 제기한다. 예컨대, 천안함이 파괴된 형태로 보건데 암초에 좌초 후 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 인양된 북한 어뢰 잔해가 두 달 만에 녹슨다는 것이 가능한가의 여부 등과 같이 몇 가지 의문점에 초점을 맞춰 전문가들의 의견과 제작진의 탐구, 이에 따른 재구성과 재현을 통해 증명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천안함 침몰을 바라보는 시선은 전혀 논쟁적이거나 도발적이지 않다. 오히려 차분한 톤으로 진행되는 <천안함 프로젝트>의 진짜 목적은 왜 이 사안이 논쟁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있다. 사건의 전모와 결과에 대해 정부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사이에 논란이 됐던 배경이 정부와 국방부의 매끄럽지 못했던 조사와 발표 과정, 이에 따른 제한된 정보 속에 갈등의 불씨를 더 키울 수밖에 없었던 언론들의 비이성적인 보도 행태 등에 있지 않았나, 지적하는 것이다.

그래서 <천안함 프로젝트>가 내리는 결론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불통 不通’에 대해서다. 정부가 결론을 내렸다고 해서 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경우, 군의 명예 실추나 종북이라는 색깔론을 뒤집어씌워 역적으로 몰아가는 우리 사회가 과연 건강하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 영화가 처음 상영된 후 해당 상영관에서 벌어졌던 관객과의 대화 중에서도 일부 관객은 천안함 침몰과 관련, 정부 발표에 왜 의문을 제기하느냐며 그것은 전주 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로 제작자와 감독을 공격했을 정도였다.

언론의 감시와 고발 기능이 저하되면서 우리 영화계에는 ‘무비 저널리즘’이 각광받는 추세다. TV시사 프로그램이 해야 될 역할을 영화가 짊어지게 되면서 나온 게 <부러진 화살> <두 개의 문> <MB의 추억> <맥코리아> 등으로 대변되는 무비 저널리즘이다. <천안함 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다. 백승우 감독이 어떤 문제의식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까닭에 촬영 과정이 수월했는지, 첫 공개 이후의 격앙된 반응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천안함 프로젝트>의 두 번째 상영이 예정되어 있던 5월 1일 전주의 한 카페에서 백승우 감독을 만났다.
 

전주영화제에서 공개 후 논란이 엄청나요. 예상했던 바인가요?
오히려 저는 다른 걱정이 있었어요.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라 사람들이 너무 재미없어 하지 않을까. 저는 영화를 만들고 나서 확실히 두 부류에서 욕을 할 거다, 라고 예상했어요. 첫 번째는 우익 단체. 두 번째는 이 분야 전문가들이 하나마나한 얘기를 왜 또 하고 있어, 라고 하지 않을까 막연하게나마 생각을 했죠. 일반 관객들께서는 너무 상식적인 얘기를 표현한 거 아니야 할까봐 약간의 걱정이 있었거든요. 근데 의외로 상식에 이렇게 반발할 줄은 정말 예상 밖이었어요.

반발이라 함은 국방부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검토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외에도 일부 언론사들의 사설도 예상 밖이었어요. 그렇게 반응하는 거에 대해서 놀랐죠. 사실은 그런 류의 질문들이 제 예상하고는 다른 반응들이었거든요. 대부분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이, 체계적으로 조사하신 분들이 반박해 들어올 거다, 라고 예상했어요. 하지만 의외로 들어오는 반박이라는 게 왜 부산이나 부천처럼 더 큰 영화제가 있는데 전주에 왔느냐, 이게 전주를 무시하는 거 아니냐 하는 반박에 대해서는 의외였죠. 사실 그런 상상은 못 해봤거든요. 오히려 그분들의 상상력이 대단하다고 할 정도였어요.

바로 그 때문에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불통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것일 텐데요. 이렇게 펼쳐지는 논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게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일부 언론이나 국방부 쪽에서 이 영화가 국민들에게 혼란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저는 굉장히 불편하거든요. 오히려 어떤 하나의 의견으로 모으게 하는 거 자체가 위험한 사회라고 생각을 해요. 어쨌든 저는 상식이 특이함으로 발전될 수 있는 체험을 해서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예요.

<천안함 프로젝트>를 선택하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인가요?
어느 날 정지영 감독님과 만났어요. “네가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해볼래?”, “뭔데요?” 근데 얘기를 안 해줘요. 그러면서 계속, “네가 하나 알아둬야 할 것은 이 영화를 만들고 나면 사람들이 너에게 색깔혐의를 씌울 거야, 그런 위험이 있는 작품이야” 그러니 더더욱 궁금해지잖아요. “뭔데요?”, “‘천안함’이야.” 저는 생각도 안 하고 “어 그거 저 할래요” 바로 받아들였거든요. 왜냐면, 그 전까지 제가 천안함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인상은 말 그대로 답답함, 경직됨이었어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교육 수준도, 교육열도 높고, 그리고 순수문학이 팔리는 몇 안 되는 나라예요. 이 사실이 반증해주는 게 뭐냐면, 지식인이 많다는 얘기예요. 근데 이 사건에 관계되어서 만큼은 너무 조용하다, 라는 그런 답답함이 늘 내재되어 있었죠. 그때 정지영 감독님이 놀 판을 펼쳐주신 거죠.  

정지영 감독님이 처음에 기획했던 건 좀 유머러스한 쪽이었다면서요? 하지만 나온 결과물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끝에 ‘예술’자(字) 들어가는 모든 분들은 뭐든지 좀 다르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거든요. 남들이 동그란 통나무를 만들면 난 육각형의 통나무를 만들어야지, 이렇게 조금씩 다르게 만들고 싶어 하는데 사실 초반에는 다른 쪽으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하지만 상식에 집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사실 어느 정도 지금과 같은 반응이 있을 거라는 예상이 있었거든요. 너무나 첨예한 사건이었고 영화 내내 이야기하는 것처럼 북한과 관련되기만 하면 굉장히 경직되어 버리는 시선들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상식적인 선에서 접근하려고 했어요. 더군다나 저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한도 내에서만 표현을 하고 인터뷰를 실어야겠다, 이런 나름의 철칙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학자가 만든 다큐멘터리 같다’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 이유가 저의 처음의 그런 태도들에서 기인을 한 거라고 봐요.  

정지영 감독님께서는 자신이 기획한 것과 정서나 분위기가 다르다고 해서 촬영 중에 조언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으셨나요? 
정지영 감독님이 감독 출신이어서 그렇겠지만 처음에 저에게 어떤 방향으로 가라는 말씀을 안 하셨어요. 다만 “천안함 얘기니까 고민 좀 하고 와” 정도. 그리고 며칠 후에 만났죠. “어떻게 갈래?”, “저는 소통 이야기를 해야겠어요”, “그래? 그럼 그렇게 가라” 그리고 나서 구성을 다 했죠. 구성을 하고 나서 첫 번째 촬영을 갔는데 그 날이 신상철 씨(전(前)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를 인터뷰 하는 날이었어요. 조명을 치고 밖에서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고 신경 써서 촬영을 하는데 정지영 감독님이 그날 저녁에 그러더라고요. “그냥 자연스럽게 쑥 들어가서 찍기를 바랐는데 그렇게까지 신경 써서 찍을 줄은 몰랐네” 근데 그 말이 주는 뉘앙스가 있잖아요. ‘아, 감독님이 원했던 게 이게 아니구나’ (웃음) 사실 그날 밤에 제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첫 촬영인데 색깔을 바꿔야 하나? 제가 원래 남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 되게 싫어하거든요. 아무리 정지영 감독님이라고 해도 내가 생각한대로 가야겠다, 그래서 쭉 그렇게 갔죠.

본인의 생각을 밀어붙이신 거였군요?
정지영 감독님한테 고마운 건 사실 제가 눈치를 봤어요. 근데 전혀 이래라 저래라 얘기 안 하시더라고요. 맨 마지막에 우리끼리 내부 시사를 할 때 사람들이 내용이 어렵다, 라는 의견을 내자 “다른 얘기는 하지 마. 이거 백 감독이 치밀하게 구성을 한 거야. 여기에 대해서 더 이상 얘기하지 마. 다만 우리가 백 감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하나야. 조금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있으면 아이디어를 내봐”라고 얘기를 해주셔서 너무 고마웠어요. 그때까지는 정말 행복한 감독이었어요. 첫 작품을 이런 환경에서 만들 수 있는 감독이 있었을까 너무 즐거웠죠. 편집 때까지도 정지영 감독님이 거의 터치를 안 하셨어요. 한두 컷 정도만 순서를 바꿔보면 어떨까, 순순히 친형처럼 던져주시고 그것마저 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안 바꿨을 텐데 너무나도 맞는 얘기여서 그렇게 맞췄죠.  

이전까지 극영화만 해 오셨어요. 그런데 장편 데뷔작으로 다큐멘터리를 선택하셨어요. 게다가 소재도 굉장히 ‘쎈’ 거였고요. 데뷔작을 만드는 모든 감독님들이 그렇겠지만 백승우 감독님에게는 더 특별한 마음가짐이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그 얘기를 하기 전에, 저에게는 그런 게 있었어요. 정지영 감독님은 이런 종류의 영화를 평생을 해 오셨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으셨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첫 장편인데 사람들이 걱정만 해주는 거예요. (웃음) 그래서 첫 장편이란 생각을 까먹게 됐고, 하도 주변에서 걱정들이 많이 하니까 그 걱정이 저에게 옮겨와지더라고요. ‘어 정말 괜찮을까?’ 나름 쫀 것도 있었죠. 근데 저한테는 어쨌든 끝에 ‘예술’자 들어가는 일을 한다는 사람이 자기가 현재 느낀 것들을 거짓으로 표현한다면 영화 할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만약에 이거를 내가 느낀 대로 표현을 하지 못한다면 나는 영화 같은 거 하면 안 되는 사람이다, 라는 판단이 섰어요. 그렇게 저를 채찍질을 하면서 저에게 되게 진실하고자 했어요.

우리 사회의 불통에 의문을 제기하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 침몰에 대한 정부와 국방부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에 반박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돼요.
제일 먼저 한 일 중에 하나가 뭐냐면, 2010년 3월 26일 이후 천안함과 관련된 신문 기사 리스트들을 다 뽑았어요. 신문을 보면서 그 당시를 복기해 나가는데 그때 신상철 씨의 증인심문조서가 저에게 왔어요. 그걸 쭉 읽어나가는데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게 그 안에 다 있는 거예요. 영화에서는 굉장히 많은 부분이 빠졌는데 그 안에 있는 내용들만 가지고 제대로 영화를 만들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게 다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처음엔 그거 위주로 가려고 했어요. 그렇게 해나가다가 제가 욕심이 들어서 정지영 감독님에게 이거 극영화로 가죠, 그리고 제가 빠르게 시나리오를 썼어요.

그런데 왜 다시 다큐멘터리로 만들게 됐죠?
몇 가지 요인 때문에 다시 다큐멘터리로 가게 됐어요. 그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천안함이라는 게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사건이더라고요. 이 얘기와 관련해 처음부터 바로 법정으로 들어가게 되면 정말 이해할 수 있는 관객들이 많지 않겠다는 판단이 섰어요. 그럼 앞부분에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그냥 설명을 하지 말고 국방부 얘기를 충분히 하고 그에 대해서 반박하는 분들의 얘기를 실어서 왜 의문이 드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 그래서 앞부분을 그렇게 구성을 했죠. 법정 재현 부분은 증인심문조서를 그대로 해서 꾸몄고 실제로 찍기도 많이 찍었어요. 근데 증인심문조서가, 천안함 얘기도 가뜩이나 어려운데 법원에서 하는 얘기들이 만만치 않게 꼬아놔서 어렵더라고요. 그렇게 하면 관객 분들이 중간에 주무시겠구나, 그러면 욕심을 버리고 몇 가지만 추리자 해서 지금 버전으로 끝냈죠.

증인심문조서를 많이 참고 했다고 하지만 천안함과 관련된 정보를 얻는다는 건 한국처럼 정보의 공개가 경직된 국가에서는 쉽지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영화에서 제기하고자 했던 처음 욕심은 그거였죠. 이 경직된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면, 기왕이면 많은 사람들을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라도 범인을 보여주면 더 재밌겠다. 얘가 범인이야, 그러면 그게 북한일지라도, 북한이 범인이 맞아, 근데 과정이 잘못 됐어 이런 식으로 말이죠. 어떤 범인이 나오든지 간에 범인을 보여주고 구성을 하면 더 재밌겠다, 라는 생각에 꽤 열심히 찾아봤어요. 근데 이 사건은, 우리가 차 사고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붙어서 연구를 해야 되잖아요. 더군다나 배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르기 때문에 아 이거는 내가 찾아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구나 하는 강한 판단이 섰죠. 그래서 이 방식은 자연스럽게 덮게 됐어요.

신상철, 이종인(선박인양 전문가,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두 분의 논리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요. 사실 그 분들의 논리가 합리적이기는 합니다만 그만큼 이 사건에 대해서 얘기하기를 꺼려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일부 사실예요. 신상철 씨나 이종인 씨한테는 미안하지만 저는 그런 생각이 있었거든요. 만약 국방부 말이 맞는다면 나는 그 국방부 말을 결론으로써 낼 거다, 나한테 거짓말을 하지 말자, 이런 생각을 가지고 끝까지 왔어요. 이 영화는 정지영 감독님 개인 돈으로 만들었거든요. 저희가 돈이 조금만 더 많았으면, 사실 이걸 조사하면서 느낀 게 우리 사회에 전문가들이 정말 많아요. 지금 미국에 있는 전문가 분들도 그렇고 돈만 있으면 찾아가서 인터뷰 하면 되거든요. 충분히 해주실 분들이었고 충분히 실어야 할 만한 내용이었고. 근데 미국까지 갈 만한 돈이 없었고요. 두 번째로, 두 분뿐 아니라 굉장히 많은 분들을 리스트에 넣고 구성을 했었는데 하다보니까 내용이 너무 많아지는 거예요. 저는 이게 가뜩이나 어려운 내용이기 때문에 분량은 무조건 1시간 30분, 1시간 15분 안에 끝나면 더 좋고, 절대 길게 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도 지루한 영화가 될 것 같아서 그러면 프레이밍을 하자, 저 많은 이야기들을 전부 싣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영화의 주제는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두 분의 이야기만 집중적으로 실어도 이미 주제가 보인다, 그래서 이게 관객들하고 소통이 된다면 그 외의 많은 전문가 분들은 조금 더 자유로운 이야기를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거다, 지금처럼 신문사들이 쫄지 않고 실어 줄 거다, 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그 두 분만을 더더욱 집중하게 된 거지요.

하지만 신상철 씨의 경우, 이 영화 전부터 정부나 국방부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여러 건의 고소를 당한 상태예요. 이종인 씨도 협박을 당한 건 마찬가지고요. 지금도 여전한가요?
보는 눈이 있는데 이제는 이 분들에게 대놓고 협박전화는 못할 것 같다고 봐요. 그리고 협박 당사자들이 최소한 그 정도는 양심이 있을 거라고 보고요. 다만 안타까운 건 신상철 씨 같은 경우는 올해 초에 암이 발견되면서 투병을 하고 있어요. 이번 영화제를 통해서 오랜만에 뵀는데 얼굴 표정부터가 많이 안타깝더라고요. 그 분들에게 있어서는 그런 거죠. 사회 문제를 떠나서 내가 제일 잘 아는 분야인데, 내 눈에는 보이는데 왜 자꾸 아니라고 그러지, 거기에 대한 답답함이 제일 클 거라고 봐요. 신상철 씨나 이종인 씨를 영화를 위해서 막 조사하다보니까 인터넷에서 막 이상한 취급을 받는 사람이 되어 있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그 분들 약력을 조사해보니까 몇 안 되는 전문가들이더라고요. 근데 왜 이상한 사람이 됐지? 그 논리가 먹혀들어간다는 게 놀라웠죠.

오히려 신상철 씨나 이종인 씨는 그런 문제 제기를 통해서 국민들이 갖는 의문을 해소하고 종국엔 군의 명예를 회복하자는 의도일 텐데요?  
지금 천안함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특히 보수언론을 위주로 해서 국방부까지 왜 갈등을 초래하느냐, 왜 군의 명예를 자꾸 훼손하느냐고 얘기를 하지만 사실 이 작품을 위해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범인이 북한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그 사람들의 관심은 ‘어, 내가 아는 분야에 의하면 그게 아닌데’ 거기서 시작한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북한이냐 아니냐는 나중 얘기지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인데 지금 사회가 그렇게 몰아가버렸잖아요. 그리고 우습게도 신상철 씨나 이종인 씨는 진짜 군의 명예에 대해서 걱정들을 하고 있어요. 근데 오히려 이 사람들이 군의 명예를 더럽힌 사람들처럼 취급되어지는 사회가 저는 거짓말처럼 놀라운 거죠.            

결국 이 영화는 정부 발표가 북한 소행이라고 결론을 냈으니 더 이상 토를 달지 말라며 그에 대한 의문이나 반박을 허락하지 않는 이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로 마무리 하게 돼요.
제가 예전부터 갖고 있던 정부 태도 중에서 답답한 게 바로 그 부분이었어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을 하면서 과학이라고 설명을 했는데도 못 믿는 사람들이 있어서 답답하다는 식의 표현을 했어요. 저는 그게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던 게 사람들이 과학과 수학을 혼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수학에서는 2+2면 무조건 4가 되어야 해요. 3.9가 나와도 안되고 3.99999가 나와도 틀린 답이에요. 근데 과학은 2+2를 10번 실험을 해봤을 때 8번 정도 4나 3.999, 4.1이 나오면 인정을 해요. 그러다가 어느 천재 하나가 갑자기 나타나서 2+2를 했더니 10이 나오는 경우가 있더라, 주장을 한다면 다시 반박을 해야 하는 게 과학 쪽에서도 중요한 소통 관계의 형태인 거죠. 그게 과학인 건데 결론이 그렇게 났다고 해서 일반인도 아니고 과학자들이 반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믿지 못한다는 태도를 드러낸다는 자체가 과학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해요.

무릇 소통이라면 이 영화가 공개됐을 때 국방부처럼 상영금지 가처분 검토를 얘기할 게 아니라 이 영화의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를 반복하는 것이 건강한 것일 텐데 말이죠.
이 영화를 찍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묘한 시기에 영화가 나온다, 지금 남북관계가 이렇게까지 험악하게 가고 있는데 기가 막힌 타이밍에 영화를 낸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을 해요. 저는 천안함을 사회문제로 본 거고 남북문제는 남북문제로 풀어야 하는 거예요. 사실 남북문제라는 것은 휴전을 통해 이뤄진 각자의 나라이기 때문에 긴장감은 늘 있는 것이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그 긴장감 때문에 사회문제를 얘기하지 말라는 논리 자체가 저는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전주에서 딱 두 번만 상영이 됐다. 아직까지 개봉일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지영 감독은 “아무래도 정식 개봉은 험난할 것 같다”고 예상을 하면서도 “어떤 형태가 됐든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상영에 힘쓸 것”이라고 전주에서의 첫 번째 상영 이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한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러니까, 아직 개봉 일정이 잡히지도 않은 이 영화에 대해 상영금지가처분 신청 검토 운운하는 것은 성급한 것이 아닌가 한다.

아니 정부의 천안함 발표에 대한 반박 의견에 대해 그러했듯 미리부터 이 사안과 관련해 어떤 의견도 듣지 않으려는 불통의 태도가 다분히 느껴진다. 다시 말하지만, <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거나, 정부와 국방부의 발표가 틀렸다, 라고 확정하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그 의문을 좀 더 해소하고 국민적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풀 수 있도록 ‘소통’을 해보자고 이야기한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정부와 국방부를 향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모두에게 건네는 대화의 시발점 같은 영화인 것이다.

사진 허남준
 
딴지일보
(2013.5.13)

6 thoughts on “<천안함 프로젝트> 백승우 감독”

    1. 이 기사에서 딴지일보가 더 크게 보였다면 좀 아쉬운데요. 천안함의 진실이 핵심인 기사인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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