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은 <돼지의 왕>으로 각광받은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그렇다고 장편은 아니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독립영화 온라인 배급 (주)인디플러그와 함께 하는 ‘독립영화 단편개봉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으로, 30분 분량의 단편이다. 군대를 배경으로 하는 <창>은 짧은 분량이지만 복합적인 층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철민 병장은 부대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모범군인이다. 그의 밑으로 소위 ‘고문관’으로 불리는 홍영수 이병이 들어온다. 상부에서는 부대에 걸맞은 군인으로 키우라며 은근한 압력을 가하지만 홍영수 이병은 계속 엇나간다. 급기야 정철민 병장은 폭력을 휘두르고 이에 홍 이병은 자살은 기도한다. 그러자 상부에서는 정 병장을 가해자로 몰아간다.
대개 인권을 주제로 한 작품이 선악 구도를 확실히 가져갔다면 <창>은 이와 같은 작위적 이분법에 기대지 않는다. 겉으론 정철민이 가해자, 홍영수가 피해자의 구도로 보이지만 연상호 감독은 정철민 병장 또한 피해자라고 말한다. 이는 감독의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인데, 군대는 기강의 유지라는 명목 하에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희생양을 만들어낸다. 당하는 입장에서 분노가 솟을 만도 하지만 군대는 이 또한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강압하는 조직이다. 그럼으로써 <창>이라는 제목은 창문이 없어 내부의 상황을 알 수 없는 군대의 폐쇄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원래 <창>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을 주제로 기획한 옴니버스 만화 <사이시옷> 중 한 편이었다. 연상호와 최규석(<습지 생태보고서>)이 함께 원작을 쓰고 최규석이 이를 책으로 발간한 후 이번에 연상호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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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5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