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수>(Tumbleweed)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징역살이를 대신하는 창수는 출소 후 우연히 마주친 여인을 만나 첫 눈에 반한다. 그렇게 며칠을 함께 하지만 그녀에게 사고가 생기고 그 여파로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이 지경에 몰아넣은 장본인을 찾아 복수를 감행하는 이야기다. 다만 ‘슬픈(愴) 목숨(壽)’의 의미를 지닌 제목처럼 <창수>는 미리부터 비극을 암시한다.

느와르라는 장르가 그렇다. 이 장르는 비열한 도시에서 결국 패배를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의 발악(?)의 사연이 원형처럼 자리한다. <파이란>의 조감독 출신인 이덕희 감독은 <창수>를 통해 그 자신의 <파이란>을 만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장르는 분위기가 생명이다. 특정도시와 그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반응하는 주인공의 감정과 정서가 극 중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이다. <창수>는 그와 같은 장르의 기본에 충실한 것 같지만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사건의 서사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사실 이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은 창수의 복수극이 진행되면서부터다. 그런데 영화는 너무 분위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창수가 복수의 대상을 찾아가는 과정을 편의적으로 삽입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가령, 동창인 경찰을 불러 주점에서 술을 마신 장면을 보여준 후 “내가 이 정보를 빼오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대사를 넣는다고 경찰 내부 정보를 빼내오는 과정이 설득력을 갖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영화의 단점이 아쉽게 느껴지는 건 창수라는 별난 인물 때문이다. 건달 같지만 어수룩해 보이고 마초 같지만 의외로 순정파인 창수의 미묘한 캐릭터는 임창정의 걸출한 연기를 통해 생명력을 갖는다. 다만 복수극이 진행되는 중반부를 지나면서 인물이 쌓아올린 재미가 급속도로 무너지는 것이다.

맥스무비
(2013.11.27)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