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Ch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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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란 영화가 참으로 별나다. 블록버스터인줄 알았더니 B급영화이고, 공포물인줄 알았더니 코미디였던 것이다. 영화의 감독이 바로 <시실리2km>를 연출했던 신정원임을 상기할 때 이와 같은 결과는 일견 당연해 보인다. 다만 줄거리만 보면 <차우>는 괴수물의 공식을 철저히 따르는 모범적인 장르영화다.  

식인 멧돼지 ‘차우’가 출몰하는 지역은 작은 농촌마을 삼매리. 사람들이 하나둘 잡혀 먹이면서 마을엔 공포의 기운이 감돌지만 도시민을 상대로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지역유지들은 돈을 벌기위해 이를 모른 체한다. 그 와중에 사람들은 죽어나가고 결국 서울에서 좌천된 김순경(엄태웅)과 사건 해결을 위해 급파된 신형사(박혁권), 현역 최고의 포수 만배(윤제문)와 전설적인 포수 일만(장항선), 그리고 동물학자 수련(정유미)은 우여곡절 끝에 팀을 구성해 차우 사냥에 나선다.

<차우>는 표면상 차우와 인간의 사투로 보이지만 신정원 감독은 그와 같은 관객의 예상을 보기 좋게 배반한다. 식인 멧돼지의 실체는 영화의 중반이 한참 지나서야 공개되고 CG로 구현된 그 모습 또한 조악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차우>에는 괴수의 출현이 야기하는 경이로운 공포감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기상천외한 캐릭터를 앞세워 무질서한 세계를 조장하면서 B급영화의 면모를 과시한다. 그 안에는 <죠스> <레이더스> <쥬라기 공원> 등 주로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에서 가져온 패러디가 있고, 기존의 이미지를 비튼 배우의 우스꽝스러운 변신이 있으며, 일반적인 틀과 리듬을 벗어난 기괴한 웃음이 있다. 이는 보이지 않는 식인 멧돼지를 두고 설왕설래를 거듭하는 인간들의 웃지 못 할 소동에서 빚어진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차우>의 소동을 야기하는 것은 삼매리 구성원들 간의 갖가지 충돌이다. 지역유지들은 오로지 돈만 생각하며 경찰의 안전경고 따위 강 건너 불구경 보듯 하고, 서울에서 내려온 외지인 김순경은 삼매리 내지인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며, 마을잔치 무대에 선 록그룹 공연에 삼매리 어른들은 전혀 호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또한 한국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갖가지 병폐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개발논리 앞에 자연은 무방비상태고 지역갈등은 여전하며 세대 간의 벽은 높기만 한 것이다.

안 그래도 신정원 감독은 전작 <시실리2km>에서 그런 한국사회를 풍자한 적이 있다. 다시 말해, 식인 멧돼지 차우는 한국사회의 충돌이 빚은 피조물이다. 극중 인물들에게 차우는 자화상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뒤죽박죽(?)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애초부터 차우를 잡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미션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치환하려는 상황에서 <차우>는 웃음을 유발한다. 차우의 존재를 알리려할수록 사회의 갈등은 더 커지고, 차우를 쫓을수록 피해는 늘어나며, 차우를 잡는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차우를 잡으려고 하는 걸까? 극중 인물들은 그걸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또한 그것을 잘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사회는 왜 이 지경일까?) 그래서 <차우>는 괴수물이라기보다는 한편의 소동극에 가깝다.

나는 이 지점이야말로 <차우>의 장점이자 동시에 한계라고 생각한다. 신정원 감독은 여러 인터뷰 자리에서 CG부분에 대해 예산과 기간 부족을 감안한 최선의 결과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씨네21 713호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애초 내가 생각한 것만큼 장면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만약 차우가 사람을 물고하는 장면까지 다 만들려 했다면 아마 지금까지 찍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신정원 감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지원 하에서 가장 합당한 작품을 구상했을 것이고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다름 아닌 블록버스터 급의 B급괴수물이라는 점이 내겐 흥미로운 것이다. 

<차우>의 홍보는 오로지 블록버스터 괴수물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B급의 이미지는 어디를 찾아봐도 없다. 아마도 <괴물>이 밟았던 1300만 관객동원의 후광을 얻으려는 전략일 것이다. 하지만 60억의 소동극과 120억의 괴수물 간의 간격만큼이나 <차우>는 <괴물>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다. 여기에는 한국영화계의 대박에 대한 환상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영화계의 대박에 대한 욕구가 <차우>와 같은 형태로 구현될 때 나타나는 당황스러운 반응들은 정확히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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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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