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끝>(End of Anim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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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는 중편 <남매의 방>(2009)을 통해 주목받았던 감독으로 유명하다. ‘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갇힌 남매가 외부의 알 수 없는 공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실험용 쥐새끼 관찰하듯 집요하게 파고들어 호평을 받았던 것이다. 그의 장편 데뷔작 <짐승의 끝> 또한 <남매의 방>의 연장선처럼 느껴진다. 배경은 사방이 확 뚫린 어느 시골 마을이지만 갑자기 모든 기기들이 동작을 멈추면서 우연하게 택시를 타고 지나가던 이들이 끝내 이곳을 탈출하는데 실패하기 때문이다. <짐승의 끝>은 설정만 보면 장르물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사건을 따라가지 않고 인물의 심리를 서술의 엔진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장르의 형태가 모호하다. 

이처럼 인간 심리가 주가 되는 영화의 감독은 종종 신의 위치에서 이야기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짐승의 끝>이 바로 그런 경우라 할 만하다. 실제로 극중에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인물(<살인의 추억>에서 유력한 연쇄 살인 용의자로 출연했던 박해일이 연기했다!)이 등장한다. 그는 극중 주인공 소녀를 위험에 빠뜨리는가 하면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하는 등 권능을 맘껏 과시한다. 이는 마치 게임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아닌 게 아니라, 조성희 감독은 조이스틱을 다루는 것처럼 인물을 조종하고 단계를 넘어가듯 이야기를 작동시킨다. 게임과 다르다면, <짐승의 끝>은 유희를 목적으로 삼은 영화가 아니다. 단지 게임의 작동 방식을 극에 끌어들였을 뿐이다. 여기에는 감독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녹아들어있다. 그가 보건데, 이 세상은 사공이 많은 배가 아니다. 소수의 절대자에 의해 조작되고 은폐되고 은밀하게 운영되는 게임과 같은 곳이다. 다시 말해, <짐승의 끝>은 게이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진정 ‘게임 세대’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인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곳을 외롭게 걷고 있는 소녀의 이미지에서 이야기를 출발했다. 그래서 사회적 메시지나 담론과는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가 된 것 같다. 다만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현실인지, 현실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것을 담으려 했다. 그런 ‘잘 모름’에서 방생하는 불안이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이었다.” (조성희 감독)

* 2010년 12월 발행 예정인 korean cinema today ‘한국의 신투차세대’ 기사 중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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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cinema today
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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