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진화하는 신화의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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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는 ‘신화’다. 미국의 현대 신화다. 우주로 확장해 펼쳐지는 활극은 미국인의 무의식에 있는 짧은 역사에 대한 열등감을 대중적으로 해소한다. 스펙터클한 볼거리에 다소 가려져 있지만, <스타워즈>에는 서부로 대변되는 척박했던 땅을 문명으로 이끈 개척정신과 이를 가능케 한 이민자들의 다양한 문화 등 미국 역사의 기원이 의도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미국인들에게 <스타워즈>는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선다. 안 그래도 일곱 번째 에피소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이하 ‘<깨어난 포스>’)의 개봉 첫날 백악관 정례 브리핑 자리에는 대변인의 양옆에 ‘스톰 트루퍼’가 자리해 이목을 끌었다. <스타워즈> 열광적인 팬으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깨어난 포스>를 보러 가야 한다며 기자 회견을 서둘러 마칠 정도였다.

경제적 효과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미 <깨어난 포스>는 개봉 3주차에 <아바타>(2009)와 <타이타닉>(1997)을 제치고 역대 북미 흥행 순위 1위로 올라섰다. 극장의 입장료 수익에만 그치지 않는다. 개봉 전부터 BB-8과 같은 피규어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고 EA의 <스타워즈: 갤럭시 오브 히어로즈>와 같은 모바일 게임도 기하급수적인 숫자로 다운로딩 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깨어난 포스> 개봉 이후 첫 1년간 영화에서 46억 달러, 관련 상품 판매에서 50억 달러 등 모두 96억 달러, 한화로 11조 5,152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정치, 경제를 비롯해 미국 사회 전체, 그리고 전 세계 대중문화를 움직이는 <스타워즈>의 세계관은 그만큼 탄탄하다. <깨어난 포스>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2005) 이후 10년 만의 속편이지만, 이 시리즈의 정수로 평가받는 에피소드 4, 5, 6, 즉 <새로운 희망>(1977) <제국의 역습>(1980) <제다이의 귀환>(1983)이 선보인 캐릭터와 이야기와 배경의 관점을 고스란히 물려받고 있다.

다스베이더를 잃은 제국의 잔당 ‘퍼스트 오더’는 사라진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를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새로운 어둠의 제다이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브)은 한 행성을 습격해 반란군의 X-윙 파일럿 포 대머런(오스카 아이삭)을 생포하는 데 성공한다. 포에게서 루크와 관련한 정보를 얻어내려 하지만, 쉽지 않다. 포는 잡히기 직전 루크의 위치가 담긴 지도를 드로이드 BB-8에게 넘겨 놓은 상태였다.

한편, 스톰트루퍼 중 한 명인 핀(존 보예가)은 퍼스트 오더의 악행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포를 구해 함께 탈출한다. 도중 공격을 받고 홀로 자쿠 행성에 불시착한 핀은 BB-8과 함께 있는 레이(데이지 리들리)를 만나 정체불명의 우주선을 타고 퍼스트 오더의 추격을 따돌리는 데 성공한다. 그 우주선은 다름 아닌 ‘밀레니엄 팔콘’ 핀과 레이는 전설로만 떠돌던 한 솔로(해리슨 포드)와 츄바카와 동행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레이는 자신이 루크처럼 포스에게 선택된 존재임을 알게 된다.

이 시리즈의 상징적인 존재였던 다스베이더가 물러났지만, ‘다크 포스’를 이어받은 카일로 렌의 존재는 <깨어난 포스>의 지향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바로 클래식 <스타워즈>의 부활이다. 더 정확히는 에피소드 1, 2, 3으로 ‘포스를 잃은’ <스타워즈> 신화의 현대적인 복권(復權)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 역사가 클래식 <스타워즈>에서 어떻게 신화화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타워즈>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결정적인 이미지는 ‘다양성’이다. 은하계로 불리는 우주가 주요 무대이되 자쿠 행성과 같은 사막이 등장하고 저항군이 은둔하고 있는 행성 타코다나에는 중세시대의 성인 듯한 도시가 센트럴 역할을 한다. 캐릭터의 구성은 어떤가. 카일로 렌과 스톰 트루퍼가 로봇 복장을 착용하고 있는 것에 반해 한 솔로는 카우보이를, 레이는 고대 로마 전사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하고 있다. 또한, 인간 외에도 BB-8, R2-D2, C3PO 등과 같은 드로이드와 츄바카, 마즈 카나타, 자바 헛 등의 동물인 듯 동물 아닌 캐릭터들이 서로 교류하기도, 선과 악으로 편을 갈라 적대하기도 한다.

콜럼버스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에 입성한 이래 전 세계의 인종들이 모여들어 건설한 미국의 최고 가치는 다양성에 있다. 그와 같은 다양성은 <스타워즈>에서 240년 된 미국의 역사(건국일 1776년 7월 4일)를 하나로 묶고 인간과 로봇과 동물을 모두 동등한 관계로 설정하며 이를 우주라는 무한대의 영토에서 통합한다. ‘아주 먼 옛날 은하계 저편에는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로 시작하는 프롤로그의 자막은 우주에서의 활극이라는 미래의 이미지도, ‘아주 먼 옛날’이라는 고대의 시간도 모두 아우르며 <스타워즈>를 신화의 영역에 위치시킨다.

<스타워즈>의 우주적인 상상력의 기원은 서부극에 두고 있다. 지금은 미국의 원래 주인이었던 인디언을 학살한 미국 폭력의 역사에 대해 폭로하는 장르가 되었지만, 초창기의 서부극은 모래바람이 날리는 황량한 땅 위에 문명을 키운 미국의 개척 정신을 칭송한 것으로 유명하다. <스타워즈>의 아버지 조지 루카스가 이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자쿠 행성의 전신(?)인 타투 행성과 같은 사막을 연상시키는 장소를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설정한 건 이와 같은 의도에서였다.

<새로운 희망>이 개봉하던 1970년대 후반은 서부극의 인기가 바닥을 치던 때였다. 한편으로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하면서 미국인의 우주에 대한 관심이 절정으로 치닫던 시기이기도 했다. 할리우드는 서부극을 대신해 미국의 개척 정신을 긍정적으로 포장해줄 장르가 절실했다. 우주는 그에 대한 대체 배경으로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다. 구(舊)소련과 우주를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었지만, 그와 상관없이 미국의 DNA에 깊이 박힌 개척 정신을 자극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늘 적과 대립하며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새로운 서부라 할 만한 우주를 배경으로 선과 악 편을 갈라 싸우는 이야기에 신앙처럼 빠져드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미국인들은 <스타워즈> 클래식 삼부작을 보는 것에만 안주하지 않고 각자의 문화로, 놀이로 ‘개척’해나가기 시작했다. 개봉 날이면 각자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복장을 하고 극장 앞에 모였으며 영화를 본 후에는 그 여운을 간직하기 위해 각종 캐릭터 상품을 샀고 속편의 개봉을 기다리지 못한 열혈 관객은 소설로, 애니메이션으로, 패러디 영화로, 그리고 레고 장난감으로 팬픽 문화를 형성하며 <스타워즈> 문화의 영토를 가히 우주적으로 확장해 갔다.

J.J. 에이브럼스가 <깨어난 포스>를 맡으면서 가장 염두에 둔 것도 직접 손으로 일굴 수 있는 수작업 방식의 연출이었다. 시리즈의 프리퀄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1-보이지 않는 위험>(1999) <스타워즈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2002) <스타워즈 에피소드 3-시스의 복수>(2005)가 클래식 팬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이유는 컴퓨터 그래픽을 기반으로 한 특수효과의 남발에 있었다. 자자 빙크스는 오직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CG 캐릭터로 주목을 받았지만, 클래식 <스타워즈>에서 손인형으로 제작된 요다나 인간 배우가 직접 로봇 탈을 쓰고 연기한 R2D2와 C3PO처럼 수작업이 주는 인간미로 호감을 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스타워즈>가 영화를 넘어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된 데에는 수작업의 문화가 바탕에 놓인다. 디지털로 완성한 공간과 캐릭터로는 팬들이 놀이로서 <스타워즈>를 즐기기에 한계가 있다. 이를 간파한 J.J. 에이브럼스는 <깨어난 포스>의 개봉 훨씬 전부터 새로운 드로이드 캐릭터 BB-8을 피규어로 제작해 공개한 것은 물론 실물로 제작해 촬영장에 투입하기도 했다. 그와 같은 판단이 옳았음은 BB-8을 향한 팬들의 사랑으로 증명된다. 귀염 ‘돋는’ 외모와 더불어 실물감을 극대화한 묘사는 팬들이 왜 <스타워즈>에 열광하는지를 바로 보여준다.

<스타워즈>의 팬덤과 현상은 제작진과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는 팬들의 자부심을 기반으로 한다. 팬들이 적극적으로 <스타워즈>의 텍스트에 들어와 극 중 인물의 관계를 예상하고 다음 이야기를 추론하는 바탕에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괄호를 쳐둔 채 진행되는 서사의 방식에 있다. “내가 너의 아버지다 I’m your father” 다스베이더와 루크의 부자 관계가 밝혀진 <제국의 역습>에 이어 (스포일러 주의!) <깨어난 포스>에는 카일로 렌이 한 솔로의 아들 벤 솔로임이 극적인 방식으로 드러난다.

<스타워즈>에서 아버지의 정체성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역사를 신화의 위치로 올려놓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에 대한 물음과도 관련을 맺는다. 미국은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평화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설파하지만, 실은 폭력을 앞세워 강요하고 있는 가치임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자유와 평등을 앞세운 미국 건국과 미 대륙 이주 후 자행한 인디언 학살과 같은 흑백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미국이라는 개척의 앞면에는 민주주의, 자유수호와 같은 긍정적인 가치가, 뒷면에는 전쟁, 학살과 같은 피의 이미지가 자리한다. 결국, 클래식 <스타워즈>는 다스베이더로 대표되는 폭력의 아버지를 떨쳐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아들의 살부(殺父) 테마로 귀결되는 이야기였던 셈이다.

<깨어난 포스>도 그럴까. 저항군 편에 선 한 솔로가 퍼스트 오더의 카일로 렌에게 죽임을 당하는 설정은 다스베이더와 루크의 관계가 지닌 의미와는 달라 보인다. 하지만 단정할 수 없는 것은 <깨어난 포스> 이후 아직 두 편의 속편이 더 있기 때문이다. 대신 <깨어난 포스>는 새로운 인종과 성별의 캐릭터로 현대적인 진화를 모색한다. ‘흑인’ 핀과 ‘여성’ 레이가 그 주인공이다.

<깨어난 포스> 이전의 <스타워즈>는 백인과 남성 일색의 캐릭터 설정으로 악명(?)이 높았다. 레아 공주(캐리 피셔)가 여성 캐릭터를 대표했지만, 쌍둥이 남매 루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약했고 흑인 제다이 메이슨 윈두(사무엘 L. 잭슨)가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지만, 백인 캐릭터’들’의 비중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이 시리즈가 미국 역사의 기원을 신화로 개비한 것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보수적인 접근임을 알 수 있다.

J.J. 에이브럼스는 클래식 <스타워즈>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따르는 가운데 백인 캐릭터 일색의 설정에 획기적인 변화를 꾀한다. 핀은 퍼스트 오더 군에서 각성한 저항군으로, 레이는 강력한 포스를 지닌 여성 제다이로, 백인의 조력자가 아닌 독립된 존재로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이에 더해 둘 사이의 로맨스를 암시함으로써 <스타워즈>의 현대성을 획득한다. 이를 두고 <스타워즈>의 일부 팬은 <깨어난 포스>를 보이콧 하겠다며 핀과 레이 캐릭터를 공격하고 있지만, 그와 같은 격한 반응이야말로 이번 영화가 얼마나 진보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나타내 알린다.

신화는 대를 이어 전승되는 성격이 있으므로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으면서 시시각각 변화한다. 한낱 대중문화에 불과한 영화가 시리즈로 역사와 호흡하면서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을 보면 경이롭다. 더군다나 특정한 누군가의 주도가 아닌 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역사는 우리가 모두 공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변화는 다수가 함께할 때 이뤄진다. 신화는 그렇게 현재진행형으로 진화하는 법이다. <스타워즈>의 ‘깨어난 포스’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ARENA HOMME
201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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