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버스> 존 카메론 미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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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겸 배우 존 카메론 미첼이 뮤지컬 <헤드윅> 콘서트와 두 번째 영화 <숏버스> 무대인사차 서울에 왔다. “성기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숏버스> 무대인사에서 내뱉었던 이 충격적인 한 마디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



뮤지컬 <헤드윅>은 미국을 제외하곤 어느 나라에서도 공연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 공연을 갖는 이유는?
<헤드윅>이 한국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작품의 배경이 동서로 분열된 베를린이고 그것과 비슷하게 한국은 남북으로 분단돼 있다. 그것 말고는 특별한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어 개인적으로도 궁금했다. 마침 일본에 <숏버스>로 방문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때 <헤드윅> 한국 공연을 제안받았고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한국에선 당신의 첫 영화 <헤드윅>도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두 번째 영화 <숏버스>는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여자가 강간당하는 영화가 상영되는 건 아무렇지 않고,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가 상영되는 것도 너무나 쉬운 일이다. 그런데 여자가 오르가즘을 느끼는 영화, 솔직한 방법으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영화가 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아쉽다. 물론 심의위원회가 많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앞으로 천천히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숏버스>는 수위 높은 섹스 묘사 때문에 한국은 물론 많은 나라에서 상영불가 판정을 받았다. 예상했던 일인가?
물론이다. 그래서 <숏버스>에 대한 작업을 일종의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도 배급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배급을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미국의 경우, 국가적인 검열 시스템이 있는 건 아니지만 주요 스튜디오 내에 자체적인 검열 시스템이 있어 상영하기 힘들겠다고 예상했다. 호주와 영국, 멕시코와 같은 나라들도 상영불가 판정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고.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런 나라들에선 상영에 별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기대를 걸었던 한국의 경우 상영불가 판정을 받아 아쉬웠다. ‘시네休 오케스트라’가 끝나고 사람들이 다운로드를 통해서 많이 봤으면 좋겠다. (웃음)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을 예상하고도 <숏버스>를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숏버스>는 일종의 러브레터다. 뉴욕에 보내는 러브레터. 그리고 미국과 부시에 대항하는 작은 저항의 표시다. 나는 소통을 말하는 이 작품이야말로 폭력보다 훨씬 뉴욕과 미국에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부시의 재선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환멸을 느꼈는데 그것이 일차적인 계기가 돼 <숏버스>를 만들 결심을 했다.

그래서인가? <숏버스>는 섹스를 다루지만 섹스에 대한 영화가 아닌 소통의 욕망에 대한 영화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섹스라는 것은 브래드 피트를 주연배우로 기용하는 것처럼 환상적인 테마다. 그것은 마케팅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영화 연출에 있어서 얼마나 창조적인 언어를 쓰느냐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헤드윅>에서 음악을 중요하게 사용한 것처럼 <숏버스>에서는 섹스를 사용한 것이다. 섹스는 단지 캐릭터나 줄거리, 그리고 인물의 감정이나 유머를 담아 소통하는 언어였을 뿐이다.

섹스를 언어로 이해하기보다는 섹스의 선정적인 부분 때문에 <숏버스>를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섹스 묘사 장면들을 보면서 성적으로 흥분을 하거나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숏버스>는 그보다 더욱 복잡한 방식으로 섹스를 다루고 있다. 게다가 <숏버스>는 섹스 그 자체만이 아니라 그 외의 인생의 다른 부분, 즉 상대방과 소통하는 부분과 연결이 돼 있다. 그래서 선정적인 장면만을 생각하고 <숏버스>를 보러 온다면 아마 실망할 거다.

<숏버스>의 제한상영가 판정이 섹스를 단순히 말초적인 감정으로 봤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나?
섹스에 대한 억압이나 제약이 많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숏버스>는 그래서 서로를 존중하면서 섹스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와 토론을 할 수 있게 마련한 장(章)이다. 사람들이 섹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두려움을 자극하고 도발하고 또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텍사스의 엘 파소 출신이다. 게다가 아버지는 군인이다. 그런 보수적인 성장 배경이 오히려 섹스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게 한 건가?
보수적인 가톨릭 집안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내 스스로가 왜 섹스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볼 있는 기회가 많았다. <숏버스>에 출연한 사람들도 보수적인 배경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사람들이 <숏버스>에 출연하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억압적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두려움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컸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좀 더 살펴보고 섹스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하기 위해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캐스팅은 어떤 방식을 통해 이뤄졌나?
잡지에 캐스팅 광고를 냈다. 성적 경험을 토대로 연기한 테이프를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우리 앞으로 500개의 테이프가 배달됐고 이중 40명의 아마추어 배우를 불러 테스트를 한 후 최종적으로 9명을 선발, 워크숍을 시작했다. 실제 촬영까지는 2년 6개월이 걸렸다.

아마추어 배우들이 극중에서 성 문제로 고민을 하기 때문에 <숏버스>의 성 묘사가 현실적으로 보인다.
나와 배우들은 에로틱한 부분을 없애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성관계 장면을 보면 ‘숏버스’ 클럽의 방에서 그룹섹스를 하고 있는 사람들 외에는 섹스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해 좌절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데 오히려 그런 갈등이 좋은 드라마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성공적인 섹스만 등장한다면 그게 포르노에서는 좋은 일일지 모르지만 <숏버스>에서는 지루할 수밖에 없다. 이 영화를 보고 그 때문에 실망한다면 마음이 닫혀 있는 사람이 아닐까. 오히려 <숏버스>가 너무 감정적이고 센티멘털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다시 말해, <숏버스>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취향 문제다. 내 생각에 <숏버스>는 성적인 묘사를 다루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우디 앨런 영화 같은 작품이다.

우디 앨런의 영화와 같다고? 어떤 점에서?
첫째,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둘째, 코미디적인 요소가 있으며, 셋째, 문화적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우디 앨런 영화의 전통과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숏버스>는 섹스를 하기 위해 뉴욕에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자신의 고향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고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이 구원과 용서를 받기 위해 오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다. 뉴욕의 이민자들이 만들어내는 혼합적인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와 맥을 같이 하기도 한다.

우디 앨런과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가 <숏버스>의 모델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영화의 톤이나 스타일 면에서는 존 카사베츠의 영화에서 도움을 얻었다. <미니와 모스코비츠 Minnie and Moskowitz>(1971)의 경우, 굉장히 강한 장면들이 더러 있지만 존 카사베츠 감독만의 스타일로 로맨틱 코미디를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로버트 알트먼 감독에게서는 촬영 중 세트 위에서 즉흥적인 부분을 많이 첨가하는 방식을 참고했고 마이크 리 감독의 경우 스토리를 발전시키기 이전 배우들을 먼저 캐스팅해놓고 영화를 찍는 방법을 취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차기작으로 <오스커 피시맨 Oskur Fishman>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의 영화인가?
<오스커 피시맨>은 2년 전쯤에 관심을 가졌는데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현재 <니 Nigh>라는 제목의 아동용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자기 전에 침대 맡에서 이야기를 듣던 아이가 그 때문에 안 좋은 일을 겪게 된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반이 애니메이션으로 채워질 예정인데 제작비가 많은 드는 프로젝트라 일단 계획만 가지고 있는 상태다. 사진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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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2.0 338호
(2007.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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