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즈 포켓> 존 슬래터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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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슬래터리는 배우로 유명하다. <앤트맨>(2015)과 <아이언맨 2>(2010)에 하워드 스타크, 그러니까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로 분했고 최근에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아카데미 6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스포트라이트>(2015)에 출연했다.

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중 만든 영화가 있다. 연출 데뷔작 <갓즈 포켓>(2014)이다. <갓즈 포켓>은 이제는 고인이 된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타이틀 롤을 맡아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한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여기서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은 재혼한 부인의 아들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으면서 장례 비용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키 역을 맡았다.

<갓즈 포켓>은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을 비롯하여 존 터투로, 리처드 젠킨스, 에디 마샨 등 베테랑 배우들이 빚은 연기의 하모니가 빛을 발한다. 이들은 모두 ‘갓즈 포켓 God’s Pocket’’이라는 가난한 동네에서 삶에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어떻게든 볕 들 구멍을 모색해 전진하는 인물들을 연기했다. 존 슬래터리 ‘감독’은 배우 출신의 경력답게 베테랑 배우들의 지원 속에 모든 캐릭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끔 애정을 듬뿍 담은 연출력을 선보인다.

‘갓즈 포켓’은 필라델피아에 실제로 존재하는 마을 ‘데블스 포켓 Devil’s Pocket’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동네의 못된 아이들이 ‘악마의 호주머니’에 있는 동전까지도 탈탈 털어갈 것 같은 분위기여서 붙은 이름이다. 영화의 원작소설가는 이를 갓즈 포켓으로 바꿔 극 중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는 인물들을 ‘신의 호주머니’ 속에 넣어 지켜주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이야기를 구성했다.

존 슬래터리가 배우로 출연했던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갓즈 포켓>은 호주머니 규모 수준의 영화이지만, 원작자의 의도를 그대로 살린 연출은 그 작은 호주머니 속에 넣어 간직하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그런 존 슬래터리가 인터뷰를 자청했다.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공개한다.

안녕하세요. 감독님은 TV 시리즈 <매드 맨>에서 다섯 편의 에피소드를 연출한 적이 있지만, 영화는 <갓즈 포켓>이 처음입니다. 원래부터 연출에 뜻이 있었나요?
현장에서 감독들이 연출하는 것을 몇 년간 지켜봤습니다. 연출할 기회가 내게 생긴다면 난 뭔가 다르게 할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스스로 기회를 줘보자고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영화와 TV 드라마의 연출은 많은 것이 달랐습니다. 특히 영화 연출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TV 드라마보다 훨씬 컸습니다.

감독님을 비롯하여 할리우드에서는 배우들의 연출 데뷔가 굉장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글쎄요, 아마 연기 경력이 오래된 배우들은 나와 비슷한 호기심에서 연출을 시작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누구나 한 분야에 오래 있다 보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지니까요.

<갓즈 포켓>은 피트 덱스터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어떤 부분에 매료되었나요?
피트 덱스터는 <갓즈 포켓>에서 매우 구체적이고 특징 강한 세상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분위기나 생각이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내 머릿속에서 원작 속 세상이 영화처럼 매우 생생하게 그림으로 그려졌습니다.

연출뿐 아니라 각색까지 맡았습니다. 각색은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췄나요?
피트 덱스터가 쓴 책 속의 인물들은 매우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순간 진지하고 진실한 듯하다 다음 순간에는 비아냥거리는 식입니다. 어쩐지 그들의 폭력적인 면모는 무섭기보다 친근했습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갓즈 포켓>은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마지막 작품입니다. 그래서 감독님께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과의 작업은 남다른 기억일 것 같습니다.
그는 매우 좋은 배우였습니다. 함께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행운이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서 매우 슬픕니다. 원래는 리처드 젠킨스가 연기한 저널리스트 ‘리처드 쉘번’ 역할에 캐스팅하려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미키를 연기하고 싶다고 답을 줬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순수한 의도에서 무언가를 애써 하려고 하는, 진정한 휴머니티를 가진 캐릭터였기 때문이었다고 나중에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존 터투로와 리처드 젠킨스 역시 할리우드에서 연기로 잔뼈가 굵은 배우들입니다. 미키의 아내 지니 역할을 맡은 크리스티나 헨드릭스는 <매드 맨>에서 함께 했던 배우이기도 합니다. 이들과의 작업도 특별했겠죠?
나는 일을 할 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걸 좋아합니다. 특별한 계획 없이 진행될 때도 더러 있었습니다. 이건 콜라보레이션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만약 배우로 <갓즈 포켓>에 출연했다면 연기하고 싶었던 캐릭터는 리처드 쉘번이었습니다. 하지만 연출에만 집중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리차드 젠킨스가 이 역할을 원했습니다.

크리스티나 헨드릭스는 영화 속 지니처럼 매우 매력적입니다. <매드 맨>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였기 때문에 어떻게 연기하는지 익숙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갓즈 포켓>을 위해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작업하며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 ‘갓즈 포켓’은 극 중 동네의 이름입니다. 특별한 이름을 갖고 있지만,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마을을 떠올릴 만큼 익숙한 곳이기도 합니다.
피트 덱스터는 원작에서 필라델피아의 남쪽 마을을 세밀하게 담아냈습니다. 나는 영화를 위해 그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지만, 현재는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원래는 노동자 계층이 살던 마을이었어요. 이제는 그렇게 보이지 않더군요.

다만 어느 곳이든 텃세를 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은 마을들이 특히 그렇죠. 갓즈 포켓은 실제 있는 공간을 배경으로 했다고도, 안 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미키는 이 마을에서 살아가지만, 그의 주변 인물들은 한결같이 이 마을 출신이 아닌 이방인(outsider)으로 그를 대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미키는 그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미키가 갓즈 포켓에 대해 가지는 감정처럼 감독님에게도 애증을 느끼는 공간이 있나요?
나는 매사추세츠의 뉴튼이라는 곳에서 자랐습니다. 많은 이웃이 함께했던 곳이고 영화 속에 묘사된 갓즈 포켓과 일면 유사하기도 합니다. 분위기나 느낌 등이 때로는 닮아 있는 것 같네요. 그래서 원작소설의 정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갓즈 포켓>은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가 아닌 바깥에서 만들어진 독립영화입니다. 감독님께서는 앞으로도 독립적인 방식의 연출 작업에 전념 하실 건지요? 아니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처럼 블록버스터 영화를 연출하실 기회가 온다면 받아들이실 생각인가요?
감독의 위치에 있게 되면 연기를 할 때 알 수 없던 것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말이죠. 그래서 이 질문에는 이렇게 답변하고 싶네요. 나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감독으로, 또는 배우로 계획하고 있는 차기 작품은 무엇인가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제가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인터뷰로 만나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한국에서 제 영화가 1월 28일에 개봉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많은 분이 극장에서 <갓즈 포켓>을 보셨으면 해요. 여러분들이 좋아하실만한 여러 가지가 담겨 있습니다. 분명 좋아하실 겁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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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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