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의 제목을 두고 말들이 많다. 우디 앨런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Vicky Cristina Barcelona>가 국내 수입되는 과정에서 엉뚱한 영화로 둔갑한 것. 칠순 넘은 노예술가의 삶의 성찰이 돋보이는 영화를 두고 <아내의 유혹> 냄새가 짙게 풍기는 막장드라마류(類)의 제목을 달았다는 점에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외화의 엉뚱한 제목 짓기는 멀게는 <여인의 음모 Brazile>(1985)부터 가깝게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까지, 역사가 꽤 깊다. 개중에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Music and Lyrics>처럼 호응을 얻은 경우도 있었지만 극중 내용과는 무관한 제목으로 빈축을 산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인의 음모>는 에로비디오의 유행을 타고 에로물로 둔갑했고,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은 미인이 각광받는 시대 미스코리아를 연상케 하는 제목으로 단어의 순서를 바꿨으며, 삶의 부조리를 설파하는 <킬러들의 도시 In Bruges>는 장진의 <킬러들의 수다>를 빌려와 코믹한 제목으로 호객행위를 한 경우다.
물론 그 속내를 모르는 것 아니다. 적당한 마케팅 포인트가 없는 상황에서 자극적인 제목이야 말로 관객에게 어필하는 주요한 수단임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그 이면에는 시대의 유행에 편승해 한몫 잡으려는 얄팍한 상술이 자리 잡고 있어 씁쓸함을 금할 길 없다. 창작자와 관객의 권리야 어찌됐든 돈만 벌면 된다는 천박한 자본논리가 우선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엉뚱한 제목 짓기의 역사는 곧 영화를 이용한 돈벌이 수단의 역사인 셈이다. 한국 영화문화의 현주소다. 일러스트 허남준

GQ KOREA
2009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