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거장들

demian

거장은 나이 많고 필모그래프가 꽉 찬 이에게만 주어지는 지위가 아니다. 앞으로 할리우드의 거장으로 군림할 젊은 감독들 명단이다.

제프 니콜스
한국에서의 지명도는 낮지만,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감독이다. <머드> <러빙>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고 <테이크 쉘터>는 비평가주간 대상, 국제비평가협회상, 극작가협회상 3관왕을 차지했다. <미드나잇 스페셜>은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제프 니콜스는 재난물, SF 등 장르를 취하되 익숙한 전개를 따르는 대신 예술영화를 만들 듯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노아 바움백
짐 자무쉬를 잇는 미국 독립영화의 기수를 꼽자면, 단연 노아 바움백이다. 노아 바움백은 국내에 <프랜시스 하>와 <위아영>으로 알려졌지만, 그 이전 <오징어와 고래> <마고 앳 더 웨딩> <그린버그> 등으로 이미 주목을 받았다. 꽤 경력이 오래됐음에도 독립영화 진영을 지키며 메이저에서 웬만해서는 다루지 않는 소수자의 사연과 성장의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

J.C. 챈더
<마진 콜>은 미국의 금융 위기를 다룬 금융 스릴러다. <올 이즈 로스트>는 망망대해에서 조난당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재난물이다.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폭력이 일상화된 뉴욕에서 살아남기 위해 범죄와 손잡는 남자의 갱스터물이다. J.C. 챈더의 필모그래프에는 그동안 미국이 겪은 부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대 미국 사회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감독은 단연 J.C. 챈더다.

베넷 밀러
연출작은 <폭스캐처> <머니볼> <카포티> 세 편. <폭스캐처> <카포티>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각각 <버드맨>의 알레한드로 이냐리투와 <브로크백 마운틴>의 이안에게 수상을 뺏겼지만, 미국의 어두운 면을 날카롭게 드러낸 것이 화근이었다. 베넷 밀러의 차기작은 찰스 디킨스 원작의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보수적인 아카데미 취향은 아니다. 역시 자본주의 미국의 이면을 폭로한다.

데미안 차젤레
<위플래쉬>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기념비적인 연출 데뷔작이었다. 음악영화의 통념을 깨고 스승과 제자가 음악으로 무협을 겨루는 듯한 연출은 전대미문의 것이었다. 데미안 차젤레(사진)의 두 번째 작품 <라라랜드>도 호평 일색이다. 재즈 피아니스트와 배우 지망생이 미완성인 서로의 무대를 완성해가는 이야기는 기존의 로맨스와 뮤지컬의 문법을 훌쩍 뛰어넘는다.

벤 애플렉
배우 경력은 오래됐지만, 감독 필모그래프로는 젊은 거장이다. 벤 애플렉은 고작 세 번째 연출작 <아르고>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CG가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는 할리우드에서 그는 고전적인 연출을 앞세워 제2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로 주목받고 있다. 금주법이 한창이던 1926년 보스턴 배경의 범죄물 <리브 바이 나이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스파이크 존즈
장편과 단편, 영화와 광고와 뮤직비디오 등 매체를 가리지 않는 그의 작품은 독특한 감성이 지배한다. <존 말코비치 되기> <어댑테이션> <괴물들이 사는 나라> <그녀>까지, 주변과 어울리지 못해 홀로 되기를 즐기는(?) 남자의 고독감이다. 몸은 성인이되 유아적인 감성을 잃지 않는 키덜트 문화를 대표한다. 그런 점에서 스파이크 존즈의 영화는 할리우드에서도 독보적이다.

페데 알바레즈
전설의 공포물 <이블데드>를 핏빛 자욱한 고어로 리메이크했을 때만 해도 능력 있는 젊은 감독 정도로만 생각했다. 두 번째 연출작 <맨 인 더 다크>는 그 이상이었다. 선과 악을 구분하기 힘든 이야기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마저 없앤 연출은 페데 알바레즈가 왜 호러의 젊은 거장인지를 증명했다. 차기작은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속편이다. 이참에 데이빗 핀처마저 넘을 참이다.

테일러 쉐리던
<시카리오> <로스트 인 더스트>의 작가다. 테일러 쉐리던은 두 작품을 포함해 서부 몰락 삼부작을 기획하고 지금은 세 번째 작품 <윈드 리버>의 각본과 연출까지 맡았다. 서부를 우회해 현재의 미국을 진단한 <시카리오>와 <로스트 인 더스트>는 그해의 영화이었다. 검증된 각본 능력에 연출까지 더해지면 연출 데뷔작 <윈드 리버>로 젊은 거장의 칭호를 받을 공산이 큰다.

제임스 완
제임스 완은 이름 자체가 믿을만한 브랜드다. 액션과 스릴러 등 장르를 가리지 않지만, 백미는 공포다. 그중 <컨저링> 시리즈로 대표되는 오컬트는 그의 연출을 따라올 자가 없다. 새롭기 때문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무서움을 줄지 공포물의 연출 문법을 꿰뚫고 있어서다. 그의 차기작은 <아쿠아맨>이다. 도탄에 빠진 DC 코믹스 영화의 구원자로 발탁됐다. 갑자기 기대감이 샘솟는다.

 

ARENA homme
2016년 12월호

3 thoughts on “젊은 거장들”

  1. 와 거의다 제가 좋아하는 감독들입니다^^
    저는 아쿠아맨이 특히 기대됩니다(저스티스리그 개봉전에 나왔으면 좋았겠지만ㅠ)
    라라랜드도 기대됩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인재들이 90년대에서 2000년대초처럼 쏟아져나왔으면하는 바램이 있네요

  2. 평론가님 말씀처럼 애플렉 영화의 편집 스타일이 이스트우드 영화의 편집스타일도 그렇고 연출스타일도 고전적이란 말에 많이 공감합니다^^ 오늘도 잘 읽고 나갑니다

    1. 사실은 제가 좋아하는 비교적 젊은 감독들을 모아놓은 거니까요. 너무 믿지 않으셔도 됩니다. ^^; 안톤 코르빈을 비롯해 빠진 이름도 있는데요. 10명을 추리려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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