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문화게릴라 – 시인 강정


강정은 유년기부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엔 음악이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그가 하는 일은 시를 쓰는 것이다. 가슴은 영화와 음악으로 불타고 있지만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연기(煙氣)는 영화와 음악을 가장한 시다. 계기부터가 그렇다. 중학교 때 ‘도어스‘의 짐 모리슨에 미쳐 짐 모리슨이 좋아하는 시인 랭보를 접한 것이 시와 가까워진 발단이었다. 지금은 폐간된 <현대시 세계>를 보며 등단을 꿈꿨고 ’문학과 지성사‘에서 자신이 쓴 책이 나왔으면 하는 게 꿈이었던 문학소년. 꿈은 기어이 이루어지고 희망은 날카로운 선언이 됐다. 스물두 살에 <현대시 세계>를 통해 등단했고 스물여섯에 ’문학과 지성사’에서 첫 번째 시집 <처형극장>을 발표하게 된다.

너무 빠른 게 화근이었다. 꿈을 이루자 무얼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 그를 잠식한 것이 영화다.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고민했으나 깜냥이 안 된다고 생각한 시인은 직장인 생활도 해봤으나 정착하지 못했다. 영화를 만드는 것 대신 지금은 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끼적이는 전방위 문화게릴라 정도가 됐다. 비평이 아닌 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니 나름 쪽팔리지 않은 글이 됐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한국일보는 한 면 전체를 할애하는 파격 제안을 했고 그는 ‘나쁜 취향’이라는 미명하에 2년간 칼럼을 연재했다. 기타노 다케시의 섹시함을 찬미했고 옛 우상 이소룡에 대한 애정을 바쳤으며 장선우의 영화적 사기꾼 기질을 옹호했다. “짐 자무시나 데이비드 린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처럼 시상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를 좋아한다”는 그는 이제 초심으로 돌아와 영화와 음악이 혼합된, 제멋대로의 시를 쓰고 싶다고.


지금 날 사로잡은 영화 | 조승희 사건이 터진 이후 보게 된 거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 아무런 의견도 없고 메시지도 없다는 점에서 영화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영화 관련 에피소드 l 내 얘기는 아니지만 영화인들이 소설가나 시인이 영화에 대해서 쓴 악평을 읽고 기분 나빠한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다. 문학적으로 접근한 글도 기분이 나쁠 수 있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의 계획 l 먹고 살려고 어쩔 수 없이 썼지만 문화 칼럼 글들은 되도록 자제하고 싶다. 내 시를 쓰고 싶다.






FILM2.0 333호
(2007.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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