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더 배트맨> 만약 맷 리브스가 하차한다면?

말 많고 탈 많은 ‘배트맨 솔로 무비’ <더 배트맨 The Batman>의 감독이 정해졌다. <클로버필드>(2008), <렛 미 인>(2010),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의 맷 리브스다. 장르영화에 강점을 보이는 감독으로, 탁월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단, 맷 리브스가 끝까지 감독직을 유지해 영화를 완성한다면 말이다.

DC 시네마틱 유니버스(DC Cinematic Universe)를 총괄하고 있는 워너 브러더스는 이 시리즈에서만큼은 간섭이 심하기로 악명 높다. 코믹스의 라이벌인 마블이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거의 독점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덕인지 조바심을 드러내는 결정을 종종 드러내고는 한다. <더 배트맨>의 연출자로 원래 내정되었던 벤 애플렉은 먼저 하차 의사를 밝혔고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충분치 않은 제작 일정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런 상황에서 맷 리브스는 <더 배트맨>에 자신의 비전을 고수할 수 있을까. 워너 브러더스와 맷 리브스와의 협상도 이미 한번 결렬된 바 있다. DC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보여준 그 동안의 행보를 보면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만약’ 맷 리브스가 <더 배트맨> 연출직에서 하차한다면 구원투수로 나설 감독으로 누가 좋을까. 혹시 몰라 미리 리스트를 만들어뒀다.

1순위. 데미언 채즐
데미언 채즐은 <라라랜드>(2016)와 <위플래쉬>(2014)로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감독이다. <클로버필드 10번지>(2016)의 각본가 중 한 명으로 참여한 경력도 있다. 슈퍼히어로물과 같은 장르물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얘기다. <위플래쉬>는 음악을 우회해 펼친 스승과 제자의 대결이었다. 싹이 보이는 제자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해 폭군처럼 군림하는 스승과 폭압적인 가르침에 맞서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던 제자의 관계는 슈퍼히어로와 슈퍼 빌런의 싸움을 연상시킨다. 지금 DCCU에 필요한 건 이와 같은 데미언 채즐 감독의 과감함이다. 감독의 견해를 무시하는 DCCU 제작진의 입김이 완성도를 산으로 가게 하는 상황에서 자기 비전을 밀어붙일 줄 아는 감독이 절실하다.

2순위. 제프 니콜스
제프 니콜스는 장르를 취하되 익숙한 장르적 화법을 구사하지 않는 독특한 연출력의 소유자다. <미드나잇 스페셜>(2016)과 <머그>(2013)와 <테이크 쉘터>(2011)는 각각 재난물과 모험극과 SF의 형태를 취했으면서 볼거리에 치중하는 대신 인물에 내재한 불안감을 따라가는 이야기로 구성했다. DCCU의 슈퍼히어로들, 특히 배트맨은 불안감에서라면 갑 중의 갑인 캐릭터다. 부모 잃은 어린 시절의 고통과 자신의 존재가 악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죄책감 등 배트맨의 검은 심리를 해부하는 데 제프 니콜스만큼 적임자는 없어 보인다.

3순위. 캐슬린 비글로우
남자 슈퍼히어로물은 꼭 남자 감독이 만들라는 법 있나. 캐슬린 비글로우는 <제로 다크 서티>(2013)와 <허트 로커>(2010)에서 남자 못지않은 선 굵은 전쟁 이미지로 여자 감독에 대한 선입견을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그뿐인가, 전쟁터의 앞줄에서 활약하는 주인공의 곪아가는 심리를 역으로 파헤친 사연은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이는 전쟁 배경과 같은 볼거리와 계속된 싸움에 지친 슈퍼히어로의 심리를 파헤치는 ‘배트맨 솔로 무비’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다. 게다가 캐슬린 비글로우는 <허트 로커>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전력까지 갖추고 있다. 작품성까지 갖춘 슈퍼히어로 영화라면 상대 전적에서 절대 열세인 마블과의 대결을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4순위. 크리스토퍼 놀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구원투수로 나선다고 하면 이것만 한 희소식도 없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의 마지막을 상기해보자. 고담을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자폭한 줄만 알았던 배트맨은 살아있었다. 대신 로빈(조셉 고든 레빗)이 고담의 슈퍼히어로로 활약할 것임을 암시했다. 그런데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에는 조커에게 로빈이 살해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설정이 등장한다. (조커의 낙서가 적혀 있는 로빈의 슈트!) 이를 근거로 배트맨이 다시 고담에 복귀한다면? 신기하게도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저스티스의 시작>을 연결하니 그럴싸한 ‘배트맨 솔로 무비’의 큰 그림이 그려진다. 그렇게 놀란은 DCCU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정도면 놀란에게 감독직을 제안해봐도 좋지 않을까. 밑져야 본전 아니겠나.

 

GQ KOREA
(2017.3.30)

2 thoughts on “[재미] <더 배트맨> 만약 맷 리브스가 하차한다면?”

  1. 지금은 맷 리브스가 잘 끝내주길 바랄뿐이죠(오죽하면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제임스 완과 맷 리브스가 자율적 창작권이 전제될때 연출을 한다 그랬겠어요 그거때문에 협상이 결렬된단이야기도 있었죠 ㅠㅠ)..
    근데 데이비드 에이어는 고담 시티 사이렌즈 연출한단 소식들었을때 제작일정이 넉넉하지 않았고 조커를 빌런으로 설정했어야했다는 등 후회와 불만을 본인 트위터에 했는데 연출을하게되네요. 저는 수어사이드 스쿼드2랑 고담시티사이렌즈는 수어사시드스쿼드를 워낙 재미없게 봐서그런지 전혀 기대가 안되네요..

    1. 맷 리브스 엄청 애정하는 감독입니다. [클로버필드] [렛미인] 모두 좋았고요. 그래서 [더 배트맨]도 괜찮게 연출할 것 같아요. [고담 시티 사이렌즈]는 이승영님께 처음 듣는 소식인데요. 와~ 제목만으로도 흥미로울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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