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의 멤버> 백승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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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어둠 또는 부정의 의미가 강한데 여기 이런 통념을 뒤집은 영화가 있다. 바로 백승빈 감독의 <장례식의 멤버>다. 단편 <프랑스 중위의 여자>로 주목받기 시작한 이 젊은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는 장례식장에 모인 가족 구성원 각자의 사연을 통해 죽음을, 그 이미지를 탐구한다. 현실과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층적 구조까지 더해진 <장례식의 멤버>는 2008년 부산영화제에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돼 ‘특별언급상’, 그리고 ‘아시아 영화진흥기구상’까지 2개 부문을 수상했다. 백승빈 감독과 나눈 <장례식의 멤버>에 관한 짧은 대화.


<장례식의 멤버>는 죽음에 영향받은 사람들의 얘기다. 장례식에서 벌어지는 상황 설정으로 시작하는 것이 재미나다.
이 영화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는 분의 장례식장을 방문하면서였다. 장례식이라면 으레 기대할 법한 모습이 펼쳐지는 가운데 동떨어져 있는 곳에서 교복 입은 여고생이 벽에 머리를 기대고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이 초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저런 초현실적인 표정은 뭘까? 무슨 사연으로 이곳에 온 거지? 죽은 사람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그런 사연들에 대한 궁금증이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죽음을 다루는 영화인데 그렇게 코믹하지 않고 부정적이지도 않은 애매한 정서가 마음에 와 닿았다.
죽음처럼 어두운 것에 대한 매혹이 있다. 굉장히 무거운 주제인데 끝도 없이 진지하게 파면 보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이런 영화는 톤과 무드가 굉장히 중요하다. 나는 약간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장례식의 멤버>를 전부 세트에서 찍고 싶었다. 모든 것들을 인공적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었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는 작업이라 불가능했다. 그래서 의도와는 다르게 어떤 장면에서 갑자기 생기는 리얼리티가 다른 장면과 비교해 튀거나 그런 부분이 있어 톤 조절에 힘들었다.


이 영화는 소설의 세계가 곧 현실이고 현실이 곧 소설의 배경이다. 그런 구조 때문에 세트를 생각했던 건가.
그렇다.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부터 일차적으로 연결되는 생각인데 그렇게 될 경우, 내가 전체적으로 영화를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장례식의 멤버>는 첫 장편영화인데 실수나 시행착오를 안 해야 한다는 걱정이 있었다. 세트에서 찍으면 통제가 가능해 편하게 촬영할 수 있지만 후에 또 다른 영화작업을 할 때 계획한 것과는 다르게 원치 않게 찍어야 되는 부분도 생길 수 있지 않나. 그런 시행착오에 대한 노하우가 생기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장례식장에서 시작해 장례식장으로 끝을 맺는 구조까지 포함하면 이 영화는 다층적인 구조로 이뤄진 셈이다.
어떤 분께서는 내가 구조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설득력 없는 설정들이 눈에 띈다고 하더라. 일리가 있는 지적인데 다만 <장례식의 멤버>는 소설을 쓰는 행위가 중심이 되는 영화다. 이를 극 속으로 적극적으로 가져와 소설 안팎의 얘기로 진행하는 게 더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구조는 물론 이런 내용을 왜 쓰는가에 대한 부분까지 다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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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2.0 410호
(2008.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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