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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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분노의 추적자>(이하 ‘<장고>’)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캘빈 캔디는 ‘만딩고’로 불리는 흑인 격투기를 즐기며 노예를 모으고 판매하는 악랄한 대부호다. 레오의 표현에 따르면, “캘빈 캔디는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고 권력도 갖고 있다. 무엇보다 흑인 노예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이다. 그는 완전히 미쳐있는데 항상 이를 증명하려고 안달이 나있다. 그야말로 희대의 로마폭군 칼리큘라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세상에, 이름이 캔디다. 그가 남부에 소유하고 있는 농장의 이름조차 캔디 랜드다. 그는 노예 시장에서 사들인 흑인이 잔뜩 겁을 집어 먹어 만딩고에 출전할 수 없게 되자 피도 눈물도 없이 개들에게 물어 뜯기게 놔두는 전력의 소유자다. 이를 감안하면 무척이나 역설적인 이름인 것이다. 그런데 캘빈 캔디의 이름과 성격 사이 모순되는 이미지는 레오를 찾는 수많은 감독들이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갱스 오브 뉴욕>(2003)을 시작으로 <에비에이터>(2004) <디파티드>(2006) <셔터 아일랜드>(2010) 그리고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인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까지 다섯 작품을 레오와 함께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그의 연기에 대해 <마틴 스코세이지와의 대화>(리처드 시켈 지음)에서 이렇게 평했다. “<디파티드>에서 그가 보여준 본능적인 연기는 실로 놀라웠다. 이 바닥에서 꼼짝달싹 못하고 죽을 것을 아는 불쌍한 어린 짐승의 흐느낌 같은 것이었다.”

이처럼 레오는 강렬한 인상 그 이면에 연약한 어린 짐승을 품고 있는 연기로 정평이 나있다. <장고>에서 캔디 랜드에 억류된 부인을 찾는 장고(제이미 폭스) 일행을 악랄하게 괴롭히다 슐츠(크리스토퍼 왈츠)에게 총을 맞고 쓰러질 때의 표정을 보라. 불혹(1974년 생)에 접어든 육체는 후덕해졌지만 총상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는 그의 얼굴에는 미소년의 흔적이 짙게 배어 있다. 이를 두고 유수의 언론은 ‘세련됨과 광기를 넘나드는 명연기'(커밍순), ‘멋지게 미소 짓는 사탄'(타임) 등과 같은 모순된 수사로 레오의 연기에 호평을 보냈다.

레오의 필모그래프는 쿠엔틴 타란티노, 마틴 스콜세지를 비롯해 바즈 루어만(<위대한 개츠비>(2013)), 클린트 이스트우드(<J.에드가>(2011)), 크리스토퍼 놀란(<인셉션>(2010)), 샘 멘데스(<레볼루셔너리 로드>(2009)), 스티븐 스필버그(<캐치 미 이프 유 캔>(2002)) 등 할리우드의 대가들로 실하게 채워져 있다. 일찍이 <디스 보이즈 라이프>(1993)에서 19세의 레오와 연기한 로버트 드 니로가 마티에게 “이 아이한테는 범상치 않은 뭔가가 있어. 언제 한 번 같이 작업해봐”라고 강력 추천한 건 이미 유명한 일화 아닌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평가하는 레오의 연기에 대해 들어보자. “레오는 모든 사람들이 나쁘게 평가하는 인물을 동정이 가도록 만드는 연기를 구사한다.” <J.에드가>에서 레오가 연기한 후버는 미국 연방수사국 FBI를 창설하고 과학 수사를 도입하는 등 공을 쌓았지만 정치인의 정보를 불법으로 모집하고 흑인의 인권행사를 반대하는 등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레오는 후버를 어머니에 한없이 약한 일종의 마마보이로, 또한 젊은 남성 수사요원과 평생을 함께 한 동성애자로 후버를 연기하며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었다.

실제로 레오가 연기한 캐릭터에는 하나 같이 완벽해 보이는 겉보기와 달리 속내에는 갖은 아픔으로 점철된 불안정한 자아가 숨어 있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는 백만장자이지만 평생을 사랑한 여인과 끝내 이루어지지 못하고, <인셉션>의 코브는 타인의 꿈속을 침입하는 최고 실력의 기술자이지만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며,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프랭크는 멋진 아내와 안정된 직장, 좋은 집을 가졌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높은 이상을 꿈꾸다 모든 걸 놓치고 만다.

흥미로운 건 레오의 필모를 채우고 있는 캐릭터 중에서 실제 인물의 수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주식 중매인 조단 벨포트, <J.에드가>의 후버, <에비에이터>의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천재 사기꾼 프랭크 에버그네일까지. 공교롭게도 이들 실제 인물은 아메리칸 드림의 최정점에 있다가 몰락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가령, 조단 벨포트는 월 스트리트를 호령했다가 금융위기로 하루아침에 쫄딱 망했다는 점에서 지금 미국의 위기를 자초한 대표 격의 인물이라 할 만하다.

그러니까, 할리우드의 대가들이 레오의 얼굴에서 보는 건 타락하거나 좌절한 미국의 실체다. 역사가 미천한 미국이 세계를 호령하다보니 마치 어린 아이의 손에 총을 쥐어준 형국인데 타란티노가 <장고>에 디카프리오를 캐스팅한 건 그런 맥락이다. 타란티노는 레오에게 캔디 역할을 좀 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칼리큘라와 같은 미성숙한 제왕의 이미지를 요구했다. 그에 맞춰 레오는 남북전쟁 시대가 배경이긴 하지만 캔디에게서 지금의 미국이 연상되도록 역할에 접근했다.

“캔디 랜드는 65마일에 달할 만큼 넓은 농장이지만 철저히 고립되어 있다. 외부의 간섭을 배제한 왕국이다. 캔디는 거기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그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미국은 캔디보다 더 추하고 심한 짓을 했고 또 하고 있지 않은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 자신이 맡은 역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꿰뚫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장고> 이후 예정된 <위대한 개츠비>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통해 미국의 추악한 모습을 레오의 얼굴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Tip! 레오, 감독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배우

쿠엔틴 타란티노는 <장고>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캘빈 캔디에 대해 단순히 남부의 악랄한 대지주 정도로 묘사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캐릭터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캔디와 장고가 식사 장면에서 대립할 때 등장하는 골상학 관련 에피소드는 레오의 아이디어였다. <J. 에드가>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그와 비슷하게 레오의 연기를 극찬한다. “나는 배우가 캐릭터를 발전시켜 나가도록 열어두는 편이다. 늙은 후버의 얼굴 분장도 레오의 요구에 맞춰 이뤄졌다.” 그래서 감독들에게 레오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창의적인 배우에 속한다. 마틴 스콜세지의 말이 이를 증명한다. “레오는 <에비에이터>에서 하워드 휴즈의 억양을 익히고 관련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철저하게 조사했다. 감독의 입장에서 그저 든든한 따름이다.”

movie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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