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 오브 테일즈> 잔혹동화의 정수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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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테오 가로네는 <고모라>(2008)의 감독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범죄조직 ‘카모라’를 다룬 <고모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최신작 <테일 오브 테일즈>(2015)는 <고모라>와 다르게 동화의 세계를 다룬다. 현대 배경의 영화 일색이었던 마테오 가로네의 세계관에 어떤 변화가 생긴 걸까.

동화(?)라는 파격적 시도

<테일 오브 테일즈>는 세 개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퀸(셀마 헤이엑)과 도라(헨리 카마이클/스테이시 마틴)와 바이올렛(베베 케이브)이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이다. 퀸은 고민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 그때 마법사가 찾아와 술책을 내놓는다. 처녀가 요리한 바다 괴물의 심장을 먹으면 아이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왕(존 C. 라일리)은 괴물과 사투 중 사망하지만, 그 덕에 퀸은 하루 만에 아이를 잉태한다.

도라는 이마와 자매 사이다. 나이를 먹어 젊음을 잃은 탓에 숨어 살고 있다. 다만 목소리가 아름다워 난봉꾼 왕(뱅상 카셀)의 관심을 끈다. 매일 같이 집으로 찾아와 유혹하는 왕에게 도라는 밤에 불을 켜지 않는 조건으로 함께 잠자리를 갖는다. 날이 밝자 왕은 도라의 쭈글쭈글한 피부에 기겁하고 근위병을 시켜 창밖으로 그녀를 던져버린다.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도라는 마녀의 젖을 먹은 후 젊음을 되찾는다.

바이올렛은 시집갈 나이가 됐음에도 신랑감을 찾지 못한다. 왕(토비 존스)인 아버지가 애완 빈대에 정신이 팔린 탓이다. 어느 날 빈대가 목숨을 잃자 왕은 실의에 빠진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신랑감을 구해달라는 딸의 요청에 왕은 공고를 낸다. 빈대의 피부를 전시해 이것의 정체를 맞추는 남자에게 딸을 주겠다는 것. 바이올렛이 눈 여겨뒀던 남자들이 탈락하는 와중에 흉측한 외모의 거인이 답을 맞힌다. 바이올렛은 어쩔 수 없이 거인을 따라나선다.

마테오 가로네가 <테일 오브 테일즈>에서 ‘취한 동화들 Tale of Tales’은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원작이다. 잠바티스타 바실레, 그는 누구인가. 이탈리아의 셰익스피어로 통하는 그는 그림 형제, 안데르센과 같은 동화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테일 오브 테일즈>의 줄거리로 짐작되듯 잠바티스타 바실레는 <라푼젤>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과 같은 걸작동화들의 원형이 되는 이야기를 선보인 작가다.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독창적인 이야기에 매료됐던 마테오 가로네는 줄곧 영화화를 꿈꿨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원작으로 영화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환상적인 비주얼이 동반돼야 하는 이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영화 시장에서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환상 배경의 판타지 장르는 이탈리아 관객에게는 낯설다. 오히려 그래서 개인적으로 상상하고 있던 이미지로 이 장르를 탐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마테오 가로네의 말이다.

지나친 욕망으로 괴물이 된 사람들 

마테오 가로네는 다큐멘터리 요소가 짙은 작품들로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장편 데뷔작 <이민자들의 땅>(1996)은 이민자들이 이탈리아에 터를 잡고 생활하는 모습을, <나폴리의 웨딩사진사>(1998)는 신랑신부 사진을 찍는 웨딩사진사의 일상을 다룬 작품이었다. 이후 가로네는 다큐멘터리를 벗어나 <박제사>(2002) <첫사랑>(2004) <고모라>와 같은 원작이 있는 이야기를 영화로 옮기는 작업에 몰두했다.

마테오 가로네가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원작을 다룬 건 전혀 의외가 아니라는 얘기다. <테일 오브 테일즈>에서 보여주는 그의 새로운 면모는 이미지를 다루는 방식에 있다. 다큐멘터리로 연출을 시작한 감독답게 마테오 가로네 영화는 비교적 사실적인 배경에 충실했다. <고모라>도 그렇거니와 마테오 가로네의 영화는 그의 고향 나폴리가 배경인 경우가 많았다. 그와 다르게 동화를 다루는 <테일 오브 테일즈>의 배경은 현실과 동떨어진 요소로 가득하다.

물론 시칠리아에 위치한 알칸타라 협곡, 돈나푸가타 성, 카스텔 델 몬테 성 등에서 배경을 촬영했지만, <테일 오브 테일즈>는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어두운 욕망을 다루는 영화라는 점에서 성의 내부에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그래서 마테오 가로네가 주목한 것이 그림이다. 확실히 <테일 오브 테일즈>의 내부 배경 묘사를 보면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 연상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영화 도입부에 서커스 단원들이 성 바깥에 삼삼오오 모여 화면을 꽉 채운 모습은 피터 브뤼겔의 풍경화 구도를 떠오르게 한다. 바다괴물의 심장을 요리할 처녀로 지목받은 하녀를 비출 때 카메라도 흥미롭다. 베르메르의 그림처럼 주변은 어둡게, 하녀는 환하게 대비함으로써 인물에 주목하도록 한다. 또한, 퀸이 힘들게 얻은 아들 엘리아스와 초상화 모델을 서는 장면 묘사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하다.

그중 마테오 가로네가 직접적으로 영감을 받은 작품은 프란시스코 고야의 판화 연작 ‘로스 카프리초스 Los Caprichos’다. 로스 카프리초스에는 잠든 인물 주변으로 악마의 형상을 한 새가 날아드는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를 비롯하여 부패한 성직자들, 방탕한 귀족들, 마녀와 악마가 등장하는 불길한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다시 말해, 로스 카프리초스는 욕망하지 말아야 할 것을 욕망한 결과를 이미지화한 것이다. 이는 곧 <테일 오브 테일즈>의 주제이기도 하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서

퀸이 엘리아스를 잉태한 그 시간, 바다괴물의 심장을 요리한 하녀 역시 아이를 임신한다. 엘리아스와 똑같이 생긴 하녀의 아들을 경계한 퀸은 이 둘이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것이 못마땅하다. 이에 불만을 품은 엘리아스는 엄마를 떠나고 퀸은 아들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기세인 퀸에게 마법사는 이렇게 얘기한다. “욕망은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죠.”

<테일 오브 테일즈>의 인물들은 모두 욕망의 도가 지나쳐 결국에는 몰락의 길을 재촉한다. 이는 <테일 오브 테일즈>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마테오 가로네가 극영화로 완전히 돌아선 이후 <박제사> <첫사랑> <고모라>의 인물들은 모두 허락되지 않은 욕망으로 파국을 자초했다. <박제사>와 <첫사랑>은 이상적인 육체에 대한 집착이 낳은 비극이었고 <고모라>는 부와 권력을 거머쥐기 위해 검은 조직에 동조했다 모두 죽어나가는 이야기였다.

마테오 가로네는 지나친 욕망이 인간성을 잡아먹어 괴물로 화한 이들에 주목해왔다. 그 자신만의 ‘로스 카프리초스’를 이어온 것이다. 다르다면 마테오 가로네의 전작에서는 괴물들이 인간의 탈을 쓰고 있었다면 <테일 오브 테일즈>에서는 실제로 등장한다. 퀸은 엘리아스에 대한 집착과 하녀의 아들을 죽이겠다는 못된 욕망으로, 이마는 도라를 질투해 늙고 병든 육체의 피부를 모두 벗겨내 젊음을 얻으려다 괴물이 된다. 딸의 신랑감을 두고 흥정을 벌이는 바이올렛 아버지의 괴물성은 피를 빨아먹으며 거대해진 애완 벼룩이 대신한다.

이를 두고 마테오 가로네는 “동화적인 요소로 시작했지만, 가능한 현실적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말한다. 동화의 형태를 빌렸지만, 현대 사회의 반영이 될 수 있게끔 구성했다는 의미다. 안 그래도 <테일 오브 테일즈>는 원작의 50개 이야기 중 3개를 선택한 것이다. 자식을 향한 도 넘은 사랑, 미에 대한 비정상적 집착, 권위를 잃은 리더의 추악함은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다.

마테오 가로네는 <테일 오브 테일즈> 이전 <리얼리티: 꿈의 미로>(2012)를 만들어 <고모라>에 이어 연속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리얼리티: 꿈의 미로>는 TV 리얼리티 쇼의 스타를 꿈꾸다 현실세계를 가짜로, 방송국의 세트를 진짜로 믿는 이의 영화다. 그렇게 마테오 가로네는 현실과 환상, 이성과 상상, 진실과 거짓, 진짜와 가짜 등 모든 경계를 가로지르며 그 안에서 균형 잡힌 영화를 완성하는 데 도가 튼 연출력을 선보여왔다. <테일 오브 테일즈>는 동화의 형태를 띠지만, 판타지의 경계를 넘어 현실에 도달하는 능수능란한 줄타기가 돋보이는 ‘진짜’ 마테오 가로네 영화다.

 

매거진 M
(2016.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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