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배명훈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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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는 2010년 ‘젊은작가상’을 신설해 수상작 7편을 모은 <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올해 3월 선보였다. 문학동네 소개에 따르면, 젊은작가상은 ‘등단 십 년 이내 작가들의, 아직 집중적으로 조명되지 않은 개성에 깊이 간직되어 있는 한국 문학의 미래와 함께 하고자’ 신설했다. 또한 문학동네의 심사 경위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각종 지면을 통해 발표된 신작 중단편을 대상으로 젊은 평론가들로 구성된 선고위원회가 131명의 작가가 쓴 190편의 작품 중 후보작 18편을 추천해 최종적으로 7편을 선정했다. 그리고 7편의 작품 중에서 대상 수상작을 가리기 위해 투표를 거쳤고 김중혁의 <1F/B1>과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그리고 배명훈의 <안녕, 인공존재!>로 압축됐다. 최종적으로 김중혁의 <1F/B1>가 대상을 차지했지만, 무엇보다 배명훈은 문예지에 처음 발표한 작품으로 대상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 지면(‘시대를 반영한 장르영화가 보고싶다’)을 통해 배명훈과 그의 작품을 언급한 적이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그는 연작소설 <타워>를 발표하며 장르소설 쪽에서는 꽤 유명세를 탔지만 문단에서는 생소한 작가였다. 배명훈은 대학 재학 시절이던 2004년 <테러리스트>로 ‘대학 문학상’을 받았고 <스마트D>로 ‘과학기술창작 문예 단편 부문’에 당선되면서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단편소설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장르문학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그가 문단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안녕, 인공존재!>가 계간 <문학동네> 2009년 겨울호에 실리면서부터다. 소위 장르문학 작가로 인식되던 배명훈의 작품이 문예지에 실렸다는 사실은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여전히 장르문학의 수준을 순문학 아래에 두는 국내 풍토에서 이는 일종의 사건에 다름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소설을 꾸준히 읽은 독자라면 문예지에 실린 것이 그다지 놀랍지 않다. 사실 배명훈의 작품은 딱히 SF라고 규정하기 힘들 만큼 장르적 경계가 모호하다. 우주선이 등장하기도 하고(<우주로 날아간 마도로스>) 미래가 배경이기도 하며(<타워>) 시공을 초월하기도 하지만(<초록연필>) 장르적 규칙을 따르지도 않고 무엇보다 이미지로 환원할 수 없는 글쓰기를 지향하는 까닭이다. 그것은 단순히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힘든 과학적인 설정을 소설의 주된 뼈대로 삼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순수하게 소설만의 미학을 추구한다. 배명훈 작품의 독특한 지점은 바로 여기서 기인한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배명훈의 작품에서 심심찮게 목격되는 구성은 이질적인 두 요소의 충돌에 따른 예상치 못한 연결점이다.

예컨대, <우주로 날아간 마도로스>는 인도 뭄바이의 현실이 우주여행과 연결이 되고 <초록연필>은 평범한 사무실의 일상이 스페인의 예언자를 매개로 하여 지구 멸망 이야기로 끝맺음되며 <안녕, 인공존재!>의 경우, 자살한 전 여자 친구가 남긴 최첨단(?) 과학 기계 ‘조약’(동그란 돌멩이)에 대한 의문을 품고 우주로 날아간 주인공이 장렬하게 존재 폭발한다는 내용으로 귀결된다.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특히 배명훈의 소설은 짧게 줄거리를 요약할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SF의 외피를 둘렀을지언정 오로지 글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그의 작품에는 소설 특유의 글쓰기 상상력이 빚은 순수한 경지의 ‘무엇’이 존재하는 것이다. 배명훈 그 자신이 표현하길, “영화화를 염두에 둔 소설이 각광을 받는 것 같다. 나는 그걸 피한다. 영화에 종속되는 서사가 아니라 텍스트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미학을 끌어내보려고 한다. 영화에서 잡아낼 수 있는 미학과 글에서 잡아낼 수 있는 미학은 다르다. 영화를 염두에 둔 글쓰기를 하다보면 글의 미학이 점점 사라진다. 그러면 글의 맛을 모르는 세대가 나오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텍스트를 우선한 작업을 해야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배명훈의 글은 한편으로 순문학에 더 가까운 것이기도 하다. (모든 장르문학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영화화를 염두에 둔 장르문학이 많아지면서 시각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묘사가 추세인 것에 반해 배명훈은 과학적 지식을 일상적 상황으로 끌고 들어와 글로만 설명 가능한 서사를 지향한다. 하여 장르문학이 사건을 중심에 놓은 전개를 펼쳐 보인다면 배명훈의 작품은 사건보다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상대적인 비교일 뿐 순문학 모두 이미지 연상 부재의 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배명훈에 대한 평가는 그의 작품이 가진 모호함 혹은 이중성, 궁극적으로는 경계 파괴에 대한 것이 많다.

2010년 젊은작가상의 심사평을 예로 들자면, 소설가 신경숙은 <안녕, 인공존재!>를 두고 ‘다른 별에서 써가지고 온 것 같은 작가의 전문가에 육박하는 지식과 문학 텍스트 안에서 흔히 접하지 못한 서사의 신선함’이라 평했고 소설가 윤대녕은 ‘장르소설이 갖는 진부함과 통속성을 가볍게 극복하면서 존재론적 탐구를 시도하고 있다. ’존재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사유가 결국 이 작품의 주제로 귀결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독창적이고 참신하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문학평론가 신형철(<몰락의 에티카>)은 ‘우리 문단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최근 들어 조금씩 그 빛을 발하고 있는 종류의 상상력으로 씌어진 기발한 소설이다. (중략) 우리 문학에서 지금 절실한 것은 한 편의 소설을 구성하는 ’발상체계‘ 자체의 확장이라고 보는 시각에서는 배명훈이라는 작가의 등장은 희소식이다.’라면서 ‘성급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한국의 테드 창이 되기를 기대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극찬했다.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펼친 지 이제 고작 7년. 그동안 그는 쉽 없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지만 유독 장편소설만은 내지 않았다. 그 때문에 더욱 ‘한국의 테드 창’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배명훈의 말에 따르면 올해 11월 정도면 그의 장편소설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6월 배명훈과 가졌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장편소설에 대해 “15만년 뒤 어느 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긴데 다른 외계행성과 다른 점이라면 영어가 아니라 한국말을 쓰는 곳이다. 거기에는 신이라고 알려진 행성이 궤도를 돌고 있는 스위치가 꺼져 있는 상태다. 그렇게 잠든 신에게 도달하려는 사람의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출간일까지 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그 후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느냐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 전에 먼저 배명훈의 단편집을 만날 수 있다. 다가오는 6월, 2편의 미공개 단편과 <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안녕, 인공존재!>를 포함해 모두 6편으로 이뤄진 <안녕, 인공존재!> 표제의 단편집이 나올 예정이다. 이 작품들 역시 SF적인 설정에서 시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글로써만 표현 가능한 작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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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트
(2010.5.24)

6 thoughts on “작가 배명훈을 아시나요?”

  1. 나온다 나온다 했던 장편소설이 올해 11월 정도에 나온다고 했군요. 사실 그거 작년에 나온다고 이미 얘기하셨던 건데…11월에는 기필코 나올 수 있기를 바래야겠네요.
    장편이 나오기 전까지는 6월에 새로 나온다는 단편집으로 갈증을 달래야겠군요.
    사실, 굳이 장편을 내지 않아도 지금껏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배명훈은 (최소한) 한국 장르문학계에선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음, 빠심이 좀 과한건가…;;; 그래도 전 팬이니 팬으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비단 장르문학계에서만 아니라 문단문학까지 영역이 확장되더라도 충분히 인정받아 마땅하죠.
    자꾸 테드 창이랑 비교하게 되어서 좀 그렇지만, 테드 창처럼 중단편만으로도 충분히 대가의 반열에 오른 작가도 있으니 장편이 없다는 것으로 평가절하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1. stefanet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뵈요. ^^ 예, 드디어 장편이 나온다고 하네요. 말씀처럼 완성은 오래 전에 했는데 출판사와 서류 문제 때문인지 계속 늦춰지고 있다고 하네요. stefanet 말씀처럼 장편이 없더라도 이미 인정받은 작가인 걸요. 다만 장편을 쓰셨다고 하니 어떤 작품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빨리 보고싶어요. ^^

  2. 전화로도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그 날짜도 그냥 예정일 뿐 보장은 못하겠어요. 제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작용하는 영역이거든요. 우주선 발사 날짜 같다고 보시면 될 거예요. 앞으로 당겨질 가능성은 별로 없고 뒤로 밀릴 가능성은 언제나 있는.. 한번 세상에 나오고 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1. 안녕하세요 작가님 ^^ 기사 올라가고 연락드려야 하는데 제 블로그까지 오시게 만들었군요. 죄송합니다. ^^; 기사 올라갔다고 직접 말씀드리기가 좀 민망하더라고요. 그리고 날짜 문제는 작가님 글 보고 오해가 될만한 부분은 본문과 댓글 모두 수정 처리 하였습니다. 그리고 원 글 올린 매체에도 내일 중 수정해달라고 부탁해 놓겠습니다. 제가 작가님 글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그 부분까지는 미처 언급을 못 했어요. 너그럽게 용서해주세요. ^^; 혹시 제 글 때문에 곤란해지신 건가요? 아니어야 할 텐데…

  3. 저런. 괜찮아요. 너무 마음쓰지 마세요. 곤란해질 것까지야. 다들 좋게 봐 주시고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인데요 뭐. 제가 아주 이상한 짓을 하지 않는 한 지지해 주실 거예요.
    기사 굳이 안 고치셔도 되는데..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1. 꺄아 명훈님이다~!! /(*^.^*)/
      이상한 짓 하셔도 전 지지할 것 같…;;; (음, 어쩐지 스톡허 삘이…;;; )
      그나저나 장편 생각만 하면…오멜라스가 미워지려고 합니다. 부디 올핸 나와야 할텐데요. 기다리는 팬들은 궁금해서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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