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거스르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타큐슈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고쿠라 시내를 관통하는 무라사키 강입니다. 특히 수km에 달하는 무라사키 강 위를 수놓은 수십 개의 다리는 도시의 얼굴이자 고쿠라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근데 어느 곳과 많이 닮아있지 않나요? 예, 서울시가 청계천을 복원할 때 모델로 삼은 곳이 바로 무라사키 강이라고 하네요. 실제로 서울시의 관계자들이 이곳을 찾아 청계천을 복원하는 데 가장 많은 참조를 했다고 하네요. 사실 그 정도가 아닙니다. 기타쿠슈 시청에서 잠깐씩 일을 봐주고 있는 이(이번 여행에서 저의 가이드를 맡아주신 분인데요)의 설명에 따르면, 봄이면 찾아오는 무라사키 강 일대의 반딧불까지도 청계천 복원에 포함시키겠다며 서울시 관계자가 기염(?)을 토했다고 합니다. 인공물고기까지 청계천에 방류하겠다는 사람들인데 왜 아니겠습니까.

사실 무라사키 강은 오래 전까지 죽어있는 강이었다고 해요. 지금은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기타큐슈의 전(前)시장 스헤요시 고이치는 키타큐슈를 환경 친화적인 도시로 만들기를 원했고 가장 공을 많이 들인 것이 무라사키 강의 수질 개선이었다고 합니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 지금은 연어가 살 정도랍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 UN이 주목한 환경도시’로 선정되어 그 명성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스헤요시 고이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무라사키 강 위에 다리를 건설할 때 철제를 최소화하고 나무를 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리의 이름도 보면, 바람의 다리, 태양의 다리(바닥에는 해바라기 모자이크가 새겨져 있습니다), 나무의 다리 등 자연에서 따와 지었다고 합니다. 굉장히 단순한 이름이지만 기타쿠슈 시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청계천은 외양에서는 무라사키 강 주변을 뛰어넘는 미적 감각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를 지탱해주는 정신에 있어서는 전혀 이해를 못한 듯한 모습입니다. 이미 복원 전부터 주변 환경을 무시한 개발로 무성한 뒷말을 남겼던 것이 청계천이었죠. 심지어 반딧불까지 복원(?)하려 했다는 한국인 특유의 무엇이든 개발할 수 있다는 ‘무대뽀’ 정신은 실소를 자아내기 충분합니다. 도시는 자연과 대립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도시는 자연의 환경에 머리 숙이고 순응할 때 비로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껍데기로만 존재하는 청계천을 보고 누가 <은하철도999>와 같은 상상력을 펼 수 있을까요? 아, 강풀 작가가 청계천을 배경으로 괴물이 등장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하다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중단한 적이 있죠. 물론 영화화는 물 건너갔고요. 기타쿠슈 시는 아직도 무라사키 강의 수질 개선을 위해 여전히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행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기타쿠슈는 그래서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7 thoughts on “자연을 거스르지 않다”

  1. 강을 끼고 있는 도시는 그것만으로도 작은 축복 같아요. 반딧불이 날아다니고 연어가 헤엄치는 강이며 예쁜 이름들의 다리들이 부럽네요. 걸어서 건너기에도 좋겠죠? 한강도 참 좋은데 다리 미관이라고는 네온 밝히는게 전부이고, 걸어서 건너려면 자동차 소음뿐이니^^; 게다가 요즘은 출퇴근할 때마다 둥둥섬을 보면서 디자인 서울의 막장테크를 목격하고 있죠ㅋㅋ 오늘은 회사도 안가고 집에서 뒹굴면서 < 퐁네프의 연인들>을 다시 봤는데요, 다리 하나에도 그 도시의 느낌이 담겨있는것 같았어요. 공사중인 다리지만..글 읽으니까 기타큐슈 여행 다시 계획하고 싶어지네요! 3탄도 기대할께요~^^

    1. 걸어서 건너도 굉장히 좋고요, 강 주변에 있는 벤치에 앉아 커피 마셔도 좋거라고도. 근데 바람이 너무 불어서… 와~ < 퐁네프의 연인들> 보신다니 부럽네요 전 너무 오래 전에 봐서 기억도 없는데 언제 기회되면 다시 보려구요. 2년 전이었나 감독이 한국에 와서 < 소년, 소녀를 만나다> 보러 갔는데 카리스마는 여전하시더라고요 ^^

    2. 코멘터리에서 봤는데 < 퐁네프의 연인들> 시나리오가 처음에는 코미디였대요. 상상이 안되요ㅋㅋ 그러고 보면, 유명 영화의 첫 시나리오를 훔쳐봐도 재밌을 것같아요.

    3. 음.. 정말 코미디 같은 이야기네요 ㅋㅋ 아, 농담입니다. 정말 재미난 일화인데요. 종종 생각하는 건데 영화는 기획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우연의 미학이예요. 아무리 대자본이 철저히 기획을 한다고해도 흥미로운 영화가 별로 없잖아요. < 퐁네프의 연인들>처럼 즉흥의 선택이 가능한 곳에서 참신한 작품이 나오는 법이라고 생각해요. ^^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