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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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와일드>(2007)는 <인디언 러너>(1991) <크로싱 가드>(1995) <써스펙트>(2001)에 이은 숀 펜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특히 <인투 더 와일드>는 세 편의 전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을 더 들인 작품이기도 하다. 크리스토퍼 맥켄들리스(Christopher McCandless)라는 실존’했었던’ 인물을 다루기 위해 그의 가족에게서 영화화 허락을 받기까지 무려 10년이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도대체 크리스 맥켄들리스가 누구이기에?

명문대 출신의 크리스(에밀 허시)는 한마디로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아버지가 나사(NASA) 출신의 돈 많은 사업가였고 크리스 자신은 성적도 우수해 대학 시절 동안 과외 활동으로 2천만 원 넘는 돈을 벌어 저금까지 해 둔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현실과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 남들처럼 좋은 직장을 구하고 가정을 꾸리는 대신 졸업과 동시에 보다 자유로운 삶을 위해 자연으로의 탈출을 감행한다. 그것이 1992년 여름의 일이었다.

그럼 <인투 더 와일드>는 스크린용으로 만든 <정글의 법칙> 같은 작품인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크리스는 가진 돈을 모두 국제구호단체에 기부하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전혀 인사도 남기지 않은 채 알래스카를 최종 목적지 삼아 혈연단신으로 자연 속에 뛰어들었다. 문명으로부터의 완전한 탈출, 이름도 알렉산더 슈퍼트램프(Alexander Supertramp, ‘잘 나가는 방랑자’라는 정도의 의미)로 바꾼 그는 두 집 살림을 하는 아버지의 위선으로부터, 시간에 매여 사는 현대인의 각박한 삶으로부터 벗어나 독립된 자아를 느끼고 싶어 했다.

숀 펜이 크리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경외감에 가깝다. 그것은 크리스가 정말 자신이 목적한 바대로 문명으로부터 완전한 탈출을 꾀하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크리스는 여행을 하면서 미국 전역을 누비는 히피 부부, 자신의 범죄를 숨긴 채 살아가는 농부, 자동차 사고로 가족을 잃은 노인을 만나면서 역으로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문명으로의 귀환을 결심한다. 세상은 자신을 완전히 버릴 때 달리 보이는 법. (극 중 크리스는 종종 극단적으로 화면의 경계에 위치하고는 한다.) 숀 펜은 그런 크리스의 용기에 존경을 표하는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는 불어난 물 때문에 강을 건너지 못해 고립된 삶을 살다가 여행을 떠난 지 112일째 되던 날 굶주림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자연이 풍요롭고 안락한 것만은 아니었다. 자연 역시도 문명에서처럼 일정 정도의 조건을 갖춰야 살아갈 수 있었던 것. 크리스는 죽으면서 그가 머물던 버스에 ‘사랑은 나눌 때만 비로소 현실이 된다.’는 글을 남겼다. 비록 현실에서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세상 밖으로 멀어졌지만 숀 펜은 <인투 더 와일드>를 통해 크리스가 더 많은 이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013 친구들 영화제
공식 카탈로그

4 thoughts on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

  1. 친구들 영화제 가서 보고왔어요. 오래전에 원작을 읽었는데요, 구도자에 대한 경외감이 원작보다 더 깊이있게 표현된 것 같았어요. 제 안의 얄팍한 옥시덴탈리즘(첨 듣..! 몰라서 ‘오리엔탈리즘의 반대말’로 검색!)을 다시 한번 느꼈지만요^^ 그나저나 숀펜영화 처음 본건데.. 제발… 한가지씩만 잘하라지 말입니다.

    1. 옷! 이거 원작이 국내에 출간이 됐나요?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 숀펜은 영화도 참 잘 만들죠, 신은 역시 불공평하단 말이죠 ㅋㅋ 근데 전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여행은 못할 것 같아요. 그 무서운 데서 어떻게 혼자 지낼 수 있는지 말이죠 ^^;

  2. 이건뭐 여행도 아니고 거의 고행.. 뭣보다도 이젠 무거운 배낭지고 다니다가는 ㅈ병원에 가산을 탕진하게될거에요ㅠ 근데.. 배낭 꺼내고 싶어지는 이 기분.

    1. 근데 ㅈ병원 의사 선생님 말씀이 좀 무겁더라도 컴퓨터 하는 것보다 배낭 매고 다니는 게 허리 건강에는 더 좋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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