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동성애도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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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드라마의 화두는 동성애다. 절찬리 방영중인 <인생은 아름다워>(SBS)와 얼마 전 종영한 <개인의 취향>(MBC)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성애를 브라운관으로 끌어들였다. 드라마를 통해 동성애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 양상은 사뭇 다르다. 과거의 드라마들이 동성애를 작은 에피소드 삼거나 눈요깃감으로 다룬 것에 반해 두 드라마는 전면에 내세운다. 사실 드라마는 영화나 소설, 만화 등과 달리 불특정 다수가 보는 매체이기 때문에 동성애처럼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데 있어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니까 <인생은 아름다워>와 <개인의 취향>은 우리 사회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유연해졌다는 인식을 증명하는 바로미터라 할만하다.

여기서 방점은 ‘상대적으로’이다.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모했다고는 하지만 여전이 이를 경계하거나 혐오하는 시선과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특히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해서는 유독 안티 시청자들이 ‘안보기 운동’을 펼칠 만큼 격렬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지난 5월 27일 모 일간지에는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 말이냐!’라는 제목으로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한 ‘SBS 시청거부운동 및 광고 안내기 운동’ 광고까지 실렸을 정도다. 이 광고를 주도한 ‘동성애허용법안반대국민연합’은 <인생은 아름다워>가 가정과 사회와 국가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동성애를 조장하고 있다며 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상한 측면이 존재한다. 똑같이 동성애를 주요하게 다뤘는데도 <인생은 아름다워>만 걸고넘어지고 <개인의 취향>에 대해서는 전여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연일 논란을 만들고 있지만 <개인의 취향>은 조용한 가운데 막을 내렸다. 두 드라마에 대한 논란의 유무 여부는 우리 사회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 차이를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다. 핵심은 현실성의 여부다.

<인생은 아름다워>가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의 동성애를 가족드라마로 풀어냄으로써 일상성을 확보하는 것에 반해 <개인의 취향>은 개인(손예진)에게 동성애자로 오인 받은 진호(이민호)라는 설정으로 판타지를 강조한다. 태섭과 경수 커플의 사랑이 끊임없이 가족과의 갈등을 야기한다면 개인은 진호에게 동성애자에 대한 세인의 호기심과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개인의 취향>은 오해를 푼 개인과 진호가 맺어짐으로써 동성애를 희생 삼아 이성애를 확고히 한다. 그와 달리 <인생은 아름다워>는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공존하는 사회를 이야기한다.

결국 <개인의 취향>은 제쳐두고 <인생은 아름다워>(의 동성애)에 대해 딴죽 거는 특정 단체의 행동에는 이성애만을 유일한 형태의 사랑, 시쳇말로 종족번식을 위한 인간 본능으로 인정하는 심리가 짙게 깔려있다. 이성애를 공고히 하는 도구로 동성애를 이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동일선상에서 묘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논리인 것이다. 과거 수많은 동성애 관련 작품이 만들어졌어도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사회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은 교묘한 방식으로 동성애를 옹호하지 않은 까닭이다. 예컨대, <번지점프를 하다>(2001)라는 영화가 동성 간의 사랑을 묘사했다는 이유로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다. 당시의 사회 분위기상 파격적인 작품이었지만 그럼에도 논란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극중 동성애를 나누는 스승 인우(이병헌)와 제자 현빈(여현수)이 다음 세상에는 이성애자로 만나 당당하게 사랑을 나누자며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아름다워>가 등장하기까지 매체가 동성애를 대하는 방식은 대개가 이런 식이었다. 떳떳하지 못한 그 ‘무엇’이거나 소위 ‘야오이’(여성들이 창작하고 여성들이 즐기는 남성 동성애물)처럼 철저히 허구에 기반을 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역으로 말해, <인생은 아름다워>가 지금처럼 사회적으로 시끄러운 건 동성애를 다뤘기 때문이 아니라 떳떳하고 현실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더 크다. 그런 점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인생은 아름다워>는 보수적인 가치에 반기를 들고 일어선 위협에 다름 아니다.

다수가 공감하는 거대담론이 정치, 문화, 사회의 중심에 있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다양성의 시대다. 그런 시대적 조류를 타고 오랜 시간 음지에 숨어있던 동성애가 양지로 나와 이성애와 동등한 가치를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향한 안티 팬들의 공격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동성애를 현실적으로 다루는 그 자체에서 이 드라마가 가진 급진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동성애 반대자들의 존재는 <인생은 아름다워>의 가치를 인정하는 최고의 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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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센스
201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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